• 최종편집 2024-04-19(금)
 
이건일(평택남부노인복지관 과장)
 
 
기고 복지관.jpg 노인복지관에서 근무하면 매일 3명의 노인을 만난다. 첫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늙은이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말을 빌리자면 늙은이는 ‘늘 그런이’라 말한다. 세상에 대해 체념하기도 하고 순응하기도 하는 존재다. 이런 늙은이는 “이렇게 살다가 그냥 죽지 뭐!”, “세상의 이치가 다 그런 것이야!”와 같은 숙명론을 안고 살아간다. 고집이 세고 매우 고지식하며 보수적이어서 변화를 싫어하다. 돌봄이 대상이 되는 것을 받아드린다. 그래서 늙은이와는 소통이 불가능하다. 늘 그런 늙은이다.
 
 두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성공한 노인이다. 신노년이라고도 표현하며 우리는 이런 노인에 대해 ‘성공적 노화’, ‘활동적 노화’, ‘생산적 노화’라고도 말한다. 성공한 노인은 자신감에 늘 차있다. “나는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해서 살면 안 되는 것이 없다!”, “폼 나게 살기 위해서는 늘 자기개발을 해야 한다!”와 같은 말을 실천하고 살아간다. 경제력인 여유가 있으며, 몸도 무척 건강하다. 자녀와 사회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리고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적극적이다. 누가 봐도 성공적으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세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선배 같은 노인이다. 이를 우리는 ‘선배시민’이라고 부른다. 선배시민은 선배라는 말에서 미루어 알 수 있듯 후배들을 돌보는 사람이다. 후배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느낄 줄 알며 선후배간의 관계를 넘어 시민전체, 즉 공동체의 삶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몸은 늙었지만 마음은 젊은이다. 노인이라고 하여 돌봄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돌봄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다.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비판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경쟁보다는 협동을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권을 얻어내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바로 정치적으로 자각한 노인들이다.         

 후배들이 존경할 수 있는 노인은 이 3명 중 어떤 모습의 노인일까? 우리사회는 두 번째 노인처럼 성공적인 노인을 꿈꾼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사는 것이 옳다고 첫 번째 노인에게 강요한다. 하지만 모든 노인이 성공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고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비판받을 이유도 없다. 지금의 노인들 중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후배들은 선배시민을 존경한다. 그리고 선배시민은 존경받는 ‘노인’이다. 선배는 후배에게 힘이 되어주고, 후배는 선배를 본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 한다. 누구나 성공할 수는 없지만, 누구나 선배시민이 될 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필자 주: 평택남부노인복지관에서는 ‘선배시민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본문의 내용은 ‘경기도노인복지관협회’에서 진행하는 ‘선배시민대학’의 일부 내용을 발췌하여 필자의 의견을 담아 재구성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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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3명의 노인과 후배들이 존경할 수 있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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