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건일(평택남부노인복지관 과장)
 
 
기고 복지관.jpg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사회복지사의 중요한 역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사례관리이다. 사례관리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고, 이에 대해 정의하는 방식도 다르긴 하지만 쉽게 풀이하여 설명한다면 ‘당사자가 갖고 있는 욕구와 문제를 분석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사가 개입하는 복합적인 활동’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사례관리는 지금도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공공의 자원과 민간의 자원을 적절히 활용하여 당사자에게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무척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다. 다만 우리의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관리라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산출목표에 집중되어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사자에게 ‘서비스를 몇 회나 했는지’가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다 보니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단순 욕구 충족에 끝나는 경우가 더욱 많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데, 과연 그 욕구 충족이라는 것에 끝이 있는 것일까? 욕구중심의 사례관리, 문제 중심의 사례관리를 했을 경우 당사자가 사망하거나,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사례관리를 종결할 수가 없다. 사례관리가 종국에는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는 지루한 영화같이 되어버린다.   

 필자는 민간영역에서 산출목표에 얽매이지 않는 사례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과거의 실천사례 중 하나를 간단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
 
 70대 중반에 혼자 생활하시는 박씨 할머니가 계셨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남부노인복지관을 찾아 무료급식을 하는 것 외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는 분이셨다. 조금의 우울감도 보이셨고,  친구들도 없었고, 삶의 의욕도 크게 없어보였다. 
 
 복지관에는 거동이 불편하여 복지관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반찬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정기적으로 배달 봉사를 해주시던 분이 사정상 그만두게 되어 급하게 봉사자를 구해야하는 일이 생겼다.
 
 필자는 박씨 할머니가 반찬 배달장소 인근에 사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소 인사도 자주했고, 편하게 이야기도 한 사이였기에 박씨 할머니에게 집에 가는 길에 반찬 배달을 해줄 수 있냐고 부탁을 드렸다. 할머니는 흔쾌히 그러시겠다며 봉사활동을 해주셨다. 이후 계속된 정기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다. 몇 개월이 지난 어느 겨울,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빙판이 생겨 반찬배달을 하기에는 위험한 상황이기에 박씨 할머니에게 오늘 하루는 반찬배달을 쉬라고 말씀드렸다. 이때 박씨 할머니가 필자에게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내가 이제껏 수급자로 얻어먹고만 살아서 내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어. 반찬 배달을 하면서부터 내가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반찬을 배달해주면 나에게 감사해하는 사람도 있고, 나를 칭찬해주는 사람도 있고,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도 있어. 내가 반찬을 배달하면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참 좋아. 그러니 나는 오늘도 반찬 배달을 가야겠어.”
 
 박씨 할머니 말씀에 필자는 큰 감동을 받았다. 이런 것이 바로 진정한 사례관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독거노인이라고, 수급자라고 해서 사례관리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순간 서비스 대상자라는 낙인으로 인해 스스로의 선택과는 상관없이 잉여 인간이 되어버린다.
 
 사회복지사가 박씨 할머니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지역 공동체를 위해 참여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하여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드렸을 때, 비로소 관리 받는 사례가 아닌, 이웃과 관계 하게 돕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사례관리를 해야 할까? 관계관리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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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씨 할머니가 준 감동과 진정한 사례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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