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선인(평택남부노인복지관 영양과장)
 
 
기고 이선인.jpg
 아침을 시작하는 복지관은 분주하다. 복지관 주차장을 들어서는 출근 시간 730,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복지관 마당을 쓸고 계시는 일자리 어르신과 올해 초 마당 옆 경로당 앞에 마련해 놓은 긴 의자에 앉아서 담소하고 계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화단에 있는 잡초 제거를 하며 물을 주시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복지관 아침의 풍경이다.
 
 출근시간 한참 전이지만 주차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문인식 기계가 지문인식 실패를 거듭하기라고 하면 어느새 필자의 주변에서 이러한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시는 어르신들 표정이 재미있다.
 
 또 목발을 짚고 이른 새벽 5시에 복지관에 나오셔서 복지관 아래쪽 공원에서 걷기 운동을 한 후 필자와 직원들이 출근할 시간에 맞춰 현관 문 옆에 걸터앉아 복지관에 배달된 아침신문을 펼쳐 놓고 읽으면서 기다리시는 팔순의 어르신도 정겨우며, 길목 곳곳에서 복지관에 오시느라 열심히 걷고 계시는 어르신과 불편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거나, 보조보행 기구를 밀고 오시는 복지관 경로식당 이용 어르신들이 복지관의 아침을 알리는 풍경들이다.
 
 복지관을 찾으시는 어르신들에게 복지관은 어떤 곳인가. 복지관을 방문하시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영양상담을 하다보면 어르신들의 일상을 알 수가 있다. 자녀분과 함께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은 자녀들이 모두 직장에 나가면 적적하기도 하고 혼자서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데 이러한 식사가 싫어서 아침 일찍부터 복지관에 나오거나, 독거어르신들은 반찬 만들어 먹기 힘들어하셔서 복지관을 일찍 찾으신다.
 
 이외에도 자녀들이 가져다 놓은 반찬이 있더라도 대충 한 두 가지 꺼내놓고 식사를 하시는 경우가 많아 많은 친구가 있는 복지관을 찾아 점심을 드신다.
 
 걸어서 오고 가기 때문에 운동도 되고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으며, 또래 어르신들과 이런저런 얘기는 물론 복지관의 크고 작은 행사에 참여하여 선물 받는 재미도 어르신들에게는 큰 즐거움인 만큼 어르신들은 이른 아침부터 복지관에 오시는 것이 하루의 일과다.
 
 특히 많은 어르신들은 경로식당이 복지관의 꽃이라는 말씀을 하신다. 이용자 대표어르신은 하루 한 끼 복지관 점심은 여기 오는 노인들의 건강지킴이라며 영양소가 골고루 담긴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 경로식당이라고 말씀하신다. 많은 책임감을 주시는 말씀이다.
 
 예전 복지관의 무료급식은 어르신들이 허기를 채우고 끼니꺼리가 없어서 이용을 하였다면 요즈음 경로식당은 이전과는 의미가 다르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인해 노인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한 현실에서 경로식당에 점심을 드시러 복지관에 찾으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필자를 비롯한 영양사, 조리사 1, 취사원 4명은 영양소가 골고루 짜여진 식사를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또래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며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또 어르신들의 일상이 시작되는 곳. 어르신들의 행복이 존재하는 곳. 이제 경로식당은 단순히 점심 급식을 제공하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필자는 오늘도 경로식당이 복지관의 꽃이라는 어르신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어르신들에게 정성이 담긴 점심을 내놓는 직업을 가져서 행복하다. 남부노인복지관의 경로식당에는 어르신들의 웃음이 있고,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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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침을 여는 평택시남부노인복지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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