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소태영(평택소비자단체협의회장, 평택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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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습기 사건을 접하면서 필자를 비롯한 모든 국민들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가장 안전해야할 가정의 안방에서, 가장 보호받고 소중하게 다뤄져야할 아이와 산모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렇듯이 독극물을 호흡기에 쏟아 부은 것과 같은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사고가 발생한 까닭은 기업들의 탐욕과 정부의 늑장대처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가습기라는 현대 문명의 기계가 나오기 전에 우리는 집 안에 빨래를 걸어놓거나 젖은 수건을 걸어두어 습도를 조절하거나 화분 등에 식물을 키우면서 습도를 조절해왔다. 이는 매우 번거로우며 가습기를 매일 청소하기도 귀찮은 부분이다. 이런 이유에서 미생물이 번식하지 않고 물때가 끼지 않도록 해준다는 살균 세정제가 등장해 소비자들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그렇지만 미세한 세정제 입자가 우리의 건강에 치명상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고, 우리의 건강을 위해 사용한 살균제가 우리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 5년 전에 발생하였던 옥시 가습기 제품의 피해 상황을 접하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은 어디까지인지 정말 부끄럽다. 가습기살균제 사고로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146명이고, 작년에 신고 되어 조사 중인 사망자 79명, 올해 신고 된 사망자 14명 등 239명이다. 통계적으로 추정되는 피해자의 숫자는 최대 수 십 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 당황스러운 점은 사고 원인이 밝혀진 지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가해 기업들은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가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뒤늦게 검찰에서 옥시 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섰다. 결국 지난 5월 1일 옥시 대표는 여론을 의식한 형식적인 사과와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오히려 피해자들과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만 했다.
 
 현실에서 전국의 시민단체들은 옥시제품 불매운동과 피해자 손해배상 및 가해 기업 처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평택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통해 시민들에게 옥시 제품의 구입을 중단하고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며, 더 나아가 옥시 제품의 구입은 아이들과 산모가 다수 포함된 사용자를 죽고 다치게 한 범죄행위를 덮어주고 그들의 이익을 늘려 결국 소송과 왜곡 선전의 재원이 될 것이라고 촉구한 바 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부터 옥시제품의 구입을 중단하고, 가능하다면 가정에 보유 중인 옥시 제품의 폐기를 통해 적극적인 항의를 표시해 주기를 주문하기도 했다.
 
 또한 평택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12일, 15일 양일간 관내 이마트, 롯데마트, 뉴코아, 홈플러스(송탄·안중), 하나로마트(팽성·세교)를 모니터링 하여 옥시제품이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판매처에서 옥시제품을 철수 할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다. 향후 판매처에서 조치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평택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시민과 함께 옥시 제품을 판매한 판매처의 이용도 거부할 것임을 강력히 알렸다.
 
 이와 함께 평택소비자단체협의회는 평택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도 20대 국회의 첫 번째 과제로 청문회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해 줄 것과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참하게 짓밟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진상규명, 실태파악, 총체적 대책마련을 이끄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평택은 지난해 메르스 발생으로 시민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임과 동시에 불안한 일상생활과 지역경제의 어려움으로 많은 고통을 경험했으며, 지금까지 시민 모두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평택에는 가습기 세정제로 인한 사망자와 피해자가 얼마가 되는지 파악이 되고 있지 않지만 평택시는 아무런 입장표명 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안전한 평택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늦었더라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평택시가 적극적으로 대형유통매장의 옥시제품 철수와 판매 금지는 물론 모든 기관에 사용 자제를 시민들에게 적극 홍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난해 평택시민 모두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던 메르스의 경험이 참 아쉽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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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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