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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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아버지는 원래 곤경에 처할수록 침착하셨다. 절박한 처지에 놓여서도 도리어 가장으로서의 의연함을 잃지 않으셨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이 있고 그윽이 사랑하는 아내가 있기에 부도덕한 경우를 자초할 수 없었다. 말하지 못할 사정을 속으로 삭일지언정 정도를 벗어난 일에 가벼이 뛰어들지 않았을뿐더러 처자식을 먹여 살리느라 고군분투하면서도 결단코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셨다. 어떤 상황에서도 상남자의 강한 모습으로 가족 앞에 남기를 원하신 것이다. 약한 구석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후미진 곳에서 무리한 요구를 묵묵히 감수할망정 선악과 시비를 철저히 가려 지엄하게 충고할 줄 알았고, 비록 배움은 짧아도 인생의 연륜으로 분별하며 중대사를 독단적으로 처리하지 않으셨다. 심히 멋쩍고 쑥스러워도 몸소 알려줄 일이 생기면 기꺼이 무거운 입술을 열 줄도 아셨다. 세월이 흘러 자상한 설명이 필요한 때는 귀여운 손주들을 무릎에 앉히고 가르쳐 지키도록 조목조목 이르셨다. 우리네 훌륭한 아버지상은 본디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아 나서야 한다. 베스트셀러 ‘아버지’가 생채기 내놓은 밀리언셀러의 허상을 스테디셀러(steady seller) <아버지>로 바꾸어야 마땅한 참이다. 지각없는 한 사람의 초점 없는 가치관이 할퀴어놓은 아버지의 깊은 상처를 정성껏 싸매 드릴 책무가 가족 구성원에게 주어진 셈이다. 생업에 지쳐 만신창이가 된 채 고개를 떨군 아버지를 감싸 안을 사람은 우리 자신들이다. 심란해하시는 아버지를 향해 딱히 누구랄 것 없이 먼저 다가서야 하고, 진심 어린 위로를 드려야 마땅하다. 동네 어르신이 곤경에 처해 있다면 외면하지 말아야 하고, 피를 나눈 식구들이라면 눈치를 살필 계제도 아니다. 방황하는 아버지들이 편히 쉴 곳은 사랑이 숨 쉬는 단란한 가정밖에 더 있는가. 풀죽은 아버지를 향해 지난날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이의를 달지 말자. 한 가정의 지도자인 아버지를 바로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역할이 살아나야 가정에 웃음꽃이 피고 아버지들이 겪어낸 시대적 뼈아픔을 치유해 드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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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리디북스 갈무리>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필자의 지향점은 그 너머에 있다. 인간의 풀기 어려운 문제를 근원적으로 들여다보자는 시각이다. 엄연히 사후세계는 존재하는 영역이기에 여전히 영혼 구원의 난제가 남아있다는 진단에서다.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거듭나야 하는 당위가 여기에 있다. 필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치고 싶다.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필요한 요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고! 뿌리 깊은 원죄의 문제를 진지하게 거론하는 참이다. 창조주로서 인간의 죄를 대속하신 예수님을 나의 구주로 고백하는 길만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유일한 대안이기에 그러하다. 어차피 죽을 사람인데 왜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지에 관해 깊이 묵상해보기를 원한다. 그 처방에 대해 귀를 기울이라고 정중히 제안한다. 영의 눈이 어두워 아직은 모를지라도 영원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사람은 태초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피조물이었다. 따라서 그분과 교제하며 참 평안과 안식을 누리도록 설계되었다. 전능자 없이 광대무변한 우주가 원래 있었다거나 어느 날 갑자기 빅뱅에 의해 진화가 시작되었다는 주장처럼 허무맹랑한 인과론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아버지>는 다시 써야 한다. “존경받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로 새롭게 태어나야만 한다. 제아무리 극한 상황을 코앞에 두었다 할지라도 절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분으로 떳떳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모진 세파에 걸려 넘어진 아버지를 원천적으로 치유하려면 육신뿐만 아니라 영혼의 치유가 필수적이다. 히브리서 9장 27절의 말씀대로 사람이 한 번 죽는 것은 정해진 일이요, 이후에는 반드시 심판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사화복(生死禍福)을 주관하시는 창조주의 섭리를 인정하는 영적 반전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유한한 의지와 지혜만으로는 산적한 난제들을 해결할 수 없어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오늘날 맥빠진 아버지들에게 재충전할 기회를 드리자. 십자가의 보혈로 온 인류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은혜로 가장이 우뚝 서야 사회가 바로 서고 나라가 부강해진다. 그 절체절명의 숙제를 놓고 성도들부터 겸손히 머리 숙여 기도할 때다.


■ 프로필

-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2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600호)에는 <어머니>의 손맛과 뒷맛 ‘일보 진전한 구성력’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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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밀리언셀러 의 흉상 ‘집에 기대 재충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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