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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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전 학제를 통틀어 기독교학교의 대안은 과연 없는가? 우후죽순 수백 개의 미인가 대안학교들이 앞다퉈 들어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원자에게 수업료를 받아 학교를 운영하기는 그리 녹록지 않다. 학부모의 자부담이 만만치 않거니와 법적으로 학교가 아닌 시설에 속하는 한계를 뛰어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기독교 대안학교는 정부로부터 식비 지원은커녕 학력 인정마저 받을 수 없다. 검정고시 출신의 경우 전 과목에서 100점을 받아도 수시지원의 폭이 턱없이 좁은 데다, 나이스를 쓰지 못하니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구조적으로 현저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행 입시제도에서는 수능성적을 통해 실력을 증명하지 않는 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는 난망한 실정이다. 혹여 상급학교 진학과 무관하게 기독교교육과정 자체에 자족한다면 더 바랄 건 없지만 평균적인 한국인의 의식구조에서 그런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믿음이 연약한 학부모들을 향해 일괄적으로 인식 전환을 간구하는 일은 더욱 무리다.

  가장 큰 현안은 유능한 교사의 확보와 그에 걸맞은 처우다. 세계관이 남다른 기독교사라 하여 출중한 사명감만을 담보한 채 무작정 헌신을 요구하다 보면 사람이란 금세 지치기 마련이다. 이는 적정한 대우를 보장하는 가운데 변함없는 사역의 대가를 최대한 존중하자는 뜻이지 소중한 소명의 가치를 퇴색시키려는 의도가 아님을 명확히 밝혀둔다. 실제 대안학교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바닥의 깊이는 이내 드러난다. 필자가 파악하기에 대다수 대안학교 교사 봉급은 정규학교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교육계 역시 양극화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형국인데, 반면에 정교사의 초봉은 6급 공무원에 버금가고 일반직보다 2년 긴 정년이 보장된 데다가 적잖은 노후연금까지 받을 수 있으니 최고의 직장으로 굳어진 터다. 요컨대, 교직에 들어선 첫해 대기업 사원에 준하는 봉급을 책정한 바는 인재 유치를 위한 적절한 조치로써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니 다급한 이들이 학부모를 상대로 수익자 부담의 경제원칙을 매번 설득하라고 종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믿음을 가진 교육자로서 자꾸 금전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우리네 정서에 퍽 은혜롭지 못한 일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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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따른 맞춤형 해결책은 없는가? 기독교 대안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도 국민의 한 사람이므로 학비 지원을 받는 것은 엄연한 권리에 속하는 데도 교육 당국에서는 여건을 갖춰 인가부터 받는 게 순서라는 법리를 편다. 매우 이례적이긴 하나 일부러 인가를 기피하는 사례가 생기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단 공교육 체제 안에 들어가는 날에는 예외 없이 당국의 지침에 따라 감사를 받아야 하고, 노심초사 기독교교육을 하겠다고 대안학교를 세운 터에 성경조차 마음대로 가르치지 못한다면, 숭고한 설립목적은 또다시 공중에 떠버리게 되니 덧붙이는 말이다. 뒤처진 시설과 운영난에 시달리다가 마지못해 각종학교로 전환한 몇몇 예를 보더라도 애초에 내건 기독교학교의 건학이념은 고사하고 그 지향점마저 유명무실해지는 걸 지켜보노라면 최종적인 판단은 설립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국교가 없는 국가에서 특정 종교의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를 마냥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진로의 고민은 날로 커지는 참이다. 

  차제에 교육부와 입법부에 강력히 탄원한다. 기독교 종립학교든 대안학교든 이른바 미션스쿨(mission school)은 기독교교육에 동의하는 자들에게 입학을 허락하고 그 목표에 충실하는 것이 타당한 방향이다. 헌법에서 허용한 종교의 자유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는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에 속하기 때문이다. 절박한 동종 업계의 처지를 고려해 기독교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후원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기는 하나, 그나마 한 줄기 빛처럼 기대하는 바는 한 국회의원이 몇 년째 고군분투하며 줄기차게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마저 폭넓은 공감대를 얻는 일이 수월치 않다는 측면에서 보다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할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여전히 교육정책의 이원화를 초래한다는 쪽에 여론의 무게추가 기울어져 있어 향후 어떻게 진퇴양난의 난국을 돌파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필자는 제발 대안학교의 선진국인 독일을 벤치마킹하라고 청원한다. 즉, 운영비의 80%까지 정부에서 지원하되 감사는 각 학교의 특성화에 맞는 교육과정을 실현하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라는 요구다. 종교교육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정책전환을 촉구한다.


■ 프로필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2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577호)에는 ‘기독교학교 들여다보기 - 기독교사의 합목적적 자질’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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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기독교학교 들여다보기 ‘대안없는 기독교 대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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