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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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학교다운 데가 드물다는 문제의식은 꽤 오래전부터 기독교 대안학교라는 형태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기숙형 대안학교에 대한 세간의 관심사는 가지가지다. 좀 멀게는 교회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밤낮 하나님으로 버무린 데를 집어넣으면 자식이 잘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치가 있을 참이요, 가까이는 골치 아픈 마당에 내 눈앞에 안 보이면 아이와 일일이 씨름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현실적 선택지일 수도 있을 텐데, 거창하게 접근하면 독립심을 길러 장차 신앙이 돈독한 역군으로 우뚝 서리라는 소망을 품을 수도 있겠고, 자잘하게 다가가면 맘에 드는 학교를 골라 잘만 투자하면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으리라는 이해타산이 맞물려 돌아가는 모양새다. 어느 쪽이든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복음을 제대로 깨닫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이려니 지레 접고 지내다가 짧은 글이나마 써보기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잠정적이로되 그 책임의 일단이 내게도 없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기에 어렵사리 둔필을 잡은 터다.

  묵직한 사안의 본질은 거듭난 성도가 드물다는 데 원인(遠因)이 있고,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나름 행세하려는 무리가 출몰하는 데 근인(近因)이 있다. 그렇다면 사이비와 진품을 가름하는 안목은 어찌 기를 참인가? 그 또한 수월치 않으니 해묵은 숙제로 여태껏 남아있는 터인데, 곰곰이 나의 중심을 헤아리니 기독교를 표방하는 학교법인에서 꼬박꼬박 급여를 받아 살면서 하등 절박함이란 없었던 것 같고, 다른 한편으론 저쪽 사정이 워낙 열악한지라 차마 엮이기를 저어한 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발랑 까놓자면 세상에 그만치 신실하게 학교를 운영할 만한 양심과 믿음직한 깜냥을 지닌 그릇은 없을 거라는 게 필자의 심증이었다. 결과적으로 기독교교육학이라는 학문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세세히 알지도 못한 채 아는 체, 잘난 체한 셈이 되고 말았다. 어쨌거나 이제는 더 이상 방관자는 아니요, 얼마큼 사명감마저 생긴 터여서 향후 내 자신이 어떤 행보를 택할지는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따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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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의 기독교학교와 기독교 대안학교는 공히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유·초·중·고의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대학교와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종립학교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 눈앞의 운영난을 극복하는 것 못지않게 버거운 형편이 되었다. 다원화로 치닫는 세계화의 격랑을 헤치고 설립 정신이나 건학이념을 고수하기조차 힘들거니와 오직 복음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선포하는 일 자체에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은 얼마 가지 않아 교목(校牧)이 사라지는 기독교학교들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중등교육과정에 종교(기독교)과목을 윤리과목과 함께 학생들이 선택하도록 강제하다 보니 벌어진 일인데, 실제 신학과나 기독교교육과에 들어가 윤리학을 복수 전공하면서 교직과정을 이수하지 않는 한 앞으로 목사안수를 받은 윤리교사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울 참이다. 이를테면 예전에는 종교와 윤리자격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놨기에 신학대학원을 나온 목사 임용에 별반 문제가 없었으나, 유자격자 적체로 인해 교원자격증 발급을 극도로 제한하다 보니 기독교 재단에서 세운 학교에서마저 성경을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없게 된 것이다. 응당 종교와 윤리를 동시에 가르치는 자리에 가려거든 해당 학과에 학사편입을 하거나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수밖에 뾰족한 수는 없어진 형편이다.

  기독교 대학이라고 하여 종교활동이 자유롭지는 않다. 가령, 기독교개론을 교양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돌리는 대학이 생겼다 하고, 급기야는 채플에 참석하라는 요식행위조차 생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니 걱정부터 앞선다. 하나님의 은혜로 육영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신앙고백은 어디로 가고 가치중립을 내세우는 교육 당국자 앞에서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이토록 속수무책 신앙교육을 포기하는 양태는 백번을 생각해도 올바른 지향점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게다가 아예 수학능력과 상관없이 학생을 고객으로 융숭히 모시는 대학이 대세일뿐더러, 등록 후 내내 불성실한 출석에 더해 학습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도 학점은 알아서 선사하는 행태에 그대로 익숙해져 간다면, 전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아 나쁠 거야 없다지만 바야흐로 세월이 하 수상한 건 맞지 싶다. 당연지사 전공에 대한 소양마저 갖추지 못한 고등실업자를 양산해내는 상황이 코앞에 정물화처럼 펼쳐지는 중이다.


■ 프로필

-고교생에게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시조집·기행집 등을 펴냈습니다.

-평택에서 기고 활동과 기독교 철학박사(Ph.D.) 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꾸립니다.

-<평택자치신문>에 “세상사는 이야기”를 12년째 연재하는 중입니다.

※ 다음호(576호)에는 ‘기독교학교 들여다보기 - 대안없는 기독교 대안학교’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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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기독교학교 들여다보기 ‘허울뿐인 신앙교육의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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