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30(토)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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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크푸르트암마인(Frankfurt am Main) 시내는 한산한 편이었다. 흔히들 쓰는 프랑크푸르트는 실은 약칭이다. 잠시 라인강의 지류인 마인강변에 얽힌 아스라한 추억을 더듬었다. 첫 배낭 여행지였기에 남다른 기억을 안고 아내와 찾은 때는 그로부터 십여 년 뒤. 그러니까 이래저래 경유한 걸 포함하면 족히 대여섯 번은 거친 데여서인지 물밀듯 친근감이 밀려왔다. 잘려나간 뭉툭한 가지를 딛고 진을 친 비둘기 떼. 그걸 보면 응당 새와 사람의 공존을 떠올려야 한다. 똥 냄새가 싫다고 쫓아버릴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해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전을 개최하는 도시답게 올 때마다 느끼는 건 75만 도시의 지적 풍모. 그마저 갖추지 못했다면 500년 이상 책 전시회(1485년부터 시작)는 열리지 않았을 테니까. 이슬비쯤이야 오건 말건 일행의 발길은 자물쇠 가득한 아이젤너 철제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뢰머 광장을 향하는 발걸음. 거기 시청사와 교회당 건물의 조화로움이 살아있다. 장밋빛 사암으로 지은 대성당의 위용은 프랑크푸르트의 랜드마크로써 손색이 없었다. 과연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대관식을 거행할 만하도다! 그래서일까? 바위를 잘게 잘라 둥근 무늬를 수놓듯 평형 바닥을 유지하는 시공술을 당장 수입품 1호로 지정하고프다. 그보다 더 좋은 건 씻은 듯이 나아버린 알레르기 비염증. 빈 병 네 개를 한 병값으로 쳐주는 획기적 대책이 답이다. 거리는 좀 어두워도 미세먼지 없는 곳에서 살 수만 있다면……. 그만치 쾌적한 나날이었다. 대기를 더럽히는 오염원을 철저히 차단할뿐더러 50만 명 내외가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좀 더 시간을 줘도 되련만 때 이른 시각에 공항으로 이동했다. 중국식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아들에게 어째 공자학당처럼 뵌다고 일렀다. 그 말에 곧장 맞장구를 쳤다. 하긴 중국 공산당이 국익을 도모하는 일에 소홀함이 있던가. 대번 눈에 거슬렸다. 어쩔 수 없는 이기심의 발동이었다. 그 맥락에서 전 세계 60개국 180개소에 이르는 한글학당을 왜 세종학당으로 명명했는지는 당국자에게 따져 물을 거리. 어쨌거나 현수막을 펼치고 마지막 인증사진을 찍으며 이번 탐방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상(紙上)이나마 통역 겸 가이드로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교수님과 내조하신 사모님께 다시금 깊은 감사를 드린다. 발차시각이 꽤 남았다는 김제우 선생과 한 시간 남짓 자질구레한 사안을 더듬었다. 뭐 대단한 건 아닐지라도 교직의 궤적을 나름 훑어본 시간이었다. 간추리면 신앙적 가치관에 입각한 제자 양성과 치열하게 살아온 개인적 결과물을 정리하며 퇴임 후를 꾸리겠다는 말을 건넸고, 김샘은 가족과 함께 육아휴직 기간을 여러 나라에서 살아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자리였다. 지루한 열 시간의 비행시간을 죽치듯 버텨낸 건 이런저런 사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였다. 공부든 기술이든 단지 재능의 일부인 나라에서 차별이란 없었다. 독일 학생들은 미래를 꿈꿀 자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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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연방공화국(The Federal Republic of Germany)의 교육제도는 1810년 프로이센(Preussen) 왕국 시대 훔볼트가 3단계 학교 체제를 정비한 이후 1964년에 함부르크협정으로 통합된 교육제도를 확립한다. 약 150년간의 과도기를 거쳐 1949년 제정한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 제6조를 보면 필자의 지론과 거의 일치하는 데 놀랐다. 자녀의 양육과 교육은 부모의 자연적 권리인 동시에 그들에게 최우선적으로 주어진 의무다. 정치 공동체는 이의 실행을 감시한다(1항). 이를 어길 경우 법률에 의거 가족으로부터 자녀를 격리할 수 있다(2항). 제7조를 보면 모든 학교제도는 국가의 감독을 받는다(1항). 교육권자는 종교수업에 자녀를 참여시킬지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2항). 종교수업은 종교를 신봉하지 않는 학교를 제외한 공립학교에서 정규과목이다. 종교수업은 국가의 감독권과 상관없이 종교단체의 교리에 따라 진행된다. 교사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종교수업을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3항). 사립학교를 설립할 권리는 보장된다. 공립학교를 대체하는 사립학교는 인가를 요하고 주법이 적용된다. 사립학교의 교육목표, 시설, 교사 학력이 공립학교에 뒤지지 않고, 학생의 선택이 부모의 재산 상태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 한 사립학교를 인가해야 한다. 교원의 경제적, 법적 지위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으면 인가를 거부하여야 한다(4항). 우리는 왜 이런 명쾌한 교육적 법리를 확립할 수 없을까? 학생을 독립체로 키우자는 교육의 목표를 설정하고 부모와 국가의 역할과 책무를 규정했다. 기능보다는 인성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프로필
 
-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 시조집, 기행집 등을 펴냈고,
 이충동에서 기고 활동과 더불어 교육철학 박사과정을 이어감.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1년째 연재 중······.
 
※ 다음호(558호)에는 ‘독일 교육 탐방기 : 무겁게 돌아본 후일담’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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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독일 교육 탐방기 : 독일인의 명쾌한 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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