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세상사는 이야기 증명사진.jpg
 이어 방문한 교육기관은 <알테스체육특성화공립학교Gesantsnierung ALTES Kurfurstliches Gymnasium Bensheim>. 이번 탐방에 포함된 유일한 주 정부 운영학교였다. 한눈에 100년을 넘긴 고풍스러운 건물이 있는 커다란 규모의 교정이었다. 매점을 갖춘 식당은 상당히 넓었고 탁자와 의자의 재질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다면 줄곧 라틴어와 헬라어를 가르치며 300년 동안 계승해 온 전통은 무엇일까? 안내를 맡은 물리 교사의 설명을 들으니 지력과 체력을 기르는 다양한 교육과정에 있었다. 30년간이나 스포츠에 중점을 두어 농구, 핸드볼, 육상의 팀워크와 자세를 중시하는 방향은 탁월한 선택지. 게다가 동아리 활동으로 체조, 재즈, 모던댄스, 테니스까지 가르치고 있었다. 능력을 갖추고 접근하는 힘과 지속성을 강조했다. 과제는 지루하고 딱딱한 내용을 흥미롭게 재구성하는 일이 관건이다. 한국에서 등한시하는 인내심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세상에서 일구는 대부분의 가치는 참을성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골칫거리인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업무는 상담교사가 아닌 사회복지사의 몫이었다. 실제 발생 빈도가 낮아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정학이나 퇴학까지도 가능하지만 거의 없고 권고전학을 시키는 사례는 드물게 일어난단다. 주목할 대목은 이곳 역시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인해 급증하는 문제아를 치유하는 수단으로 스포츠를 선택적으로 활용한다는 점. 언제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을 터놓고 여러 경로를 통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제도적 장치가 부러웠다. 우리네 수능에 해당하는 아비튜어 가 절대평가라는 데 놀라며 추가 질문을 통해 독일 체육 정책을 들여다본 건 번외 소득이었다. 어디까지나 생활체육을 권장하되 엘리트 체육을 아예 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답변이었다. 올림픽 강국으로 우뚝 서려면 강한 자를 발굴해내어 더욱 강하게 키우는 건 필요악일 수 없다는 결론인데 기본적으로 서로 간에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을 뒤로하고 특별교실들로 발길을 옮겼다. 차례차례 잠깐씩 음악실, 물리실험실, 체력단련실, 컴퓨터실 등을 견학했고, 특히 시설이 좋은 도서관에는 직원이 둘이나 있었다. 우리 실정은 하나도 구하기 어려운데 말이다. 체육수업은 핸드볼 경기를 가르치는 학교 내 실내체육관과 약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칸막이 천을 활용해 만든 네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높이뛰기, 보드, 뜀틀, 단체 게임 등을 진행하고 있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신체라야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명언을 저마다 증명하는 중이었다. 한국의 체육수업은 어떤가? 지극히 일부였으면 바라지만 축구공, 농구공, 배구공 몇 개 던져 주고 아이들을 방치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고 보는 참이다.
 
세상사는 이야기.JPG
 
  오후 내내 비바람이 심술을 부렸다. 짓궂은 날씨 가운데 들른 곳은 다름슈타트(Darmstadt)에 있는 ‘가나안(Kanaan) 기독교마리아자매공동체’. 벽에 붙인 지도를 보니 세계 19개국에 150여 여성을 거느린 종교단체였다. 다소 의아한 바는 남성들도 일을 돕는다는 것. 히틀러 집권 당시 행정 도시였기에 미사일 실험장을 운영했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연합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폐허로 변한 군수공장 터에 교회를 짓고 공동체를 일구어 삶의 터전을 마련한 세월이 오롯이 드러나 있었다. 조기를 내걸었다 했더니 때마침 오늘이 잔학한 홀로코스트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75주기여서 우리 일행도 아우슈비츠 해방 감사기도회에 합석했다. 덕지덕지 요란한 성상은 덜 붙였으나 마리아를 닮은 여인들이 여럿 있고 파이프 오르간은 위압적이지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천주교와 엇비슷한 분위기였다. 다과를 들며 들은 정보 가운데 소스라치게 놀란 수치는 전후 패전국 독일이 피해국에 배상한 금액이 자그마치 8경 5천 조에 달한다는 말이었다. 순간 나는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설립자 마더 바실리아 슐링크(Basilea Schlink)에 대해서는 이미 유명세를 탄 터이므로 길게 설명을 듣지 않아도 고도의 영성을 유지하기 위한 정체성을 추구한 인물임을 알 수 있었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자들이 세운 건물에서 시시각각 주님의 은혜를 입은 지난(至難)한 간난이야 충분히 이해하겠으나 아모스 9:14~15절을 들먹이며 이스라엘은 원 감람나무이고 다른 민족은 접붙인 족속이라 칭하며 예수 재림의 때를 이스라엘 민족의 회복과 관련짓는 해석을 듣자니 성육신하신 예수님을 단지 철저히 실패한 선지자쯤으로 여기는 유대인의 뿌리 깊은 불신앙과 궤를 같이 한다는 생각이 끝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 프로필
 
-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 시조집, 기행집 등을 펴냈고,
 이충동에서 기고 활동과 더불어 교육철학 박사과정을 이어감.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1년째 연재 중······.
 
※ 다음호(546호)에는 ‘독일 교육 탐방기 : 교리와 복음의 차이점’이 이어집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9618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세상사는 이야기] 독일 교육 탐방기 : 체육 특성화 공립학교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