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세상사는 이야기 증명사진.jpg
  오래 전 필자가 겪은 일입니다. 삼십대 젊은 나이였습니다. RCY(국제적십자사)라는 동아리를 지도했습니다. 3박4일의 연수를 갔고 50대 초등학교 교사 둘과 한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둘은 바로 옆에서 자정이 넘도록 술자리가 벌였습니다. 연신 역한 술 냄새를 풍겼습니다. 급기야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을 저질렀습니다. 혓바닥이 꼬이는가싶더니 아뿔싸, 하나가 방안에서 오줌을 갈겨댔습니다. 실내는 순식간에 지린내에 휩싸였습니다. 있을 수 없는 해괴망측한 일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연수가 관리자 점수를 위한 행사였을 터입니다. 형편없는 교직자의 민낯이었습니다. 무자격자란 판단에서 소속 학교에 연락할까 말까를 고민했습니다. 어렵사리 그만두었습니다. 그 뒤로 술자리만 보면 그날 그 장면이 뇌리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긴 거기서 이런 말까지 들었습니다. 중증 장애자는 국가차원에서 몽땅 없애버리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 아니냐는 망발이었습니다. 실로 경악했습니다. 어떻게 생겨먹은 자들인지 여태껏 의문입니다. 그들이 교육자라니 서글펐습니다. 둘에게 망가질 아이들을 떠올리니 불쌍했습니다. 끔찍했습니다. 그런 자들도 관리자가 되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싫고 불편한 사실입니다. 그러니 일선 교육현장에서 합리적 제안들이 어찌됩니까? 선별을 거쳐 수용하기는커녕 부당한 힘으로 내리누릅니다. 대한민국의 교육계입니다. 지면을 빌려 말하면서도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술에 얽힌 재판 실태는 또 어떻습니까? 술김에 저지른 추태를 감싸줍니다. 심신미약이랍니다. 감형을 감행합니다. 명백한 야만입니다. 그 마당에 문명사회를 지향한답니다. 정말 창피한 일입니다. 사법부에서 악을 조장합니다. 선진국의 길은 더욱 멀어집니다. 술의 힘을 빌린 죄입니다. 평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 게 틀림없습니다. 우발적이기보다는 작심한 겁니다. 불순한 의도를 개입시킨 겁니다. 오히려 가중 처벌해야 합니다. 그것이 순리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사고는 살인행위입니다. 동승자 역시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아예 사형으로 다스리는 나라까지 있답니다. 우리 사회는 음주와 음란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합니다. 일벌백계는 정의를 세우기 위한 방편입니다.
 
세상사는 이야기.JPG
 
  차제에 드라마 작가들에게 간곡히 당부합니다. 제발 극본에서 술잔 기울이는 장면 좀 빼주십시오. 왜 문제만 생기면 술집으로 달려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술에 취해 무슨 해결이 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 겁니까? 심히 격하게 우려합니다. 이제는 좀 더 솔직해져야 합니다. 술로는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원인을 들여다보고 숙고를 거듭할 때 꼬인 매듭을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단치 않습니다. 사람의 힘으로 술을 이기지 못합니다.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싸움판이 벌어집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따름입니다. 술로써 사귀는 친구는 술로 인해 헤어집니다. 술을 보고 산업 운운하는 것이 이해는 갑니다만 장기적으로는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 가장이 건강해야 가정이 살고 개개인이 행복해야 조직체가 단단해집니다. 술 때문에 걸리는 질병이 심각합니다. 사건사고가 연일 끊이질 않습니다. 그 폐해를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술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5백만 명을 넘는다고 합니다. 주목할 세계적 통계수치입니다.
 
  이제 습관적인 음주 행태를 근절해야 합니다. 필연적으로 과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을 술로부터 보호하는 입법이 시급합니다. 24시간 아무 데서나 술을 파는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술 역시 중독자를 양산하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사람의 뇌세포를 망가뜨리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마십시다. 술에서 깨어나면 머리만 쑤실 뿐입니다. 한 다발 걱정거리는 그대로이지 않습니까? 술에 취해야 사람이 솔직해진다고 두둔합니다. 평소 거짓되게 살아가기에 맨 정신으로는 본심을 털어놓기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취중진담은 비논리적인 합리화에 불과합니다. 프러포즈야말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중요한 행사일수록 진중해야 하지 않습니까? 자신에게 진솔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매사 근신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는 그 일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참다운 경건이야말로 진리 안에서만 가능한 영역입니다. 저는 성경말씀 안에서 그 답을 찾았습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로되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고린도전서 1:18)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들 눈을 부릅뜨고 알코올 중독을 경계해야 합니다.
 

■ 프로필
 
-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 시조집, 기행집 등을 펴냈고,
 이충동에서 기고 활동과 더불어 교육철학 박사과정을 이어감.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1년째 연재 중······.
 
※ 다음호(540호)에는 ‘성(性)은 부부의 성(城) - 신비로운 창조의 법’이 이어집니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1536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세상사는 이야기] 과음을 경계함 ‘습관이 부르는 중독’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