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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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방학을 맞은 교정이 쥐죽은듯 조용합니다. 짬나기 무섭게 운동장을 왁자지껄 누비던 학생들의 무리가 뚝 끊긴 때문이지요. 지난달 고교시절의 마지막 시험마저 끝마친 터인지라 그야말로 교실 분위기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제자들 가운데 절반은 이미 수시전형을 통해 예비 대학생이 되었고, 나머지도 수능 성적 발표 이후 정시 원서를 쓰느라 동분서주해야 했으니까요. 그나마 어깨가 한결 가벼운 건 아시다시피 정시는 수시에 비해 아주 단순한 전형이라는 점입니다.
 
 오늘은 좀 껄끄럽겠지만 여러분과 실질적인 얘기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요 몇 주간 교실 풍경을 쳐다보면서 느낀 점이 적잖았으니까요. 수능시험을 치른 뒤부터는 차분히 앉아 책을 읽는 학생을 도무지 찾아보기 어렵더군요. 물론 때가 때인 만큼 좀처럼 가라앉히기 어려운 들뜬 기분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교실인지 운동장인 모를 만큼 날뛰고 떠드는 통해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겠더군요. 여러분을 지도하는 선생님들 역시 이보다 더 치열한 입시과정을 거쳤기에 노파심에서 건네는 충고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간 저마다 사색에 잠겨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고 대비하는 모습을 거의, 아니 전혀 찾아볼 수 없었기에 맘먹고 짚고 넘어가려는 거니까요.
 
 무기력한 젊은이, 목표 없이 방황하는 청년세대,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 서글프게도 한국 대학사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관행처럼 굳어져버린 악습이라고 규정하고 싶습니다. 대학이란 글자그대로 큰[大] 학문[學]을 성취할 고등교육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입학하자마자 백해무익한 술·담배에 찌들고, 정신이 몽롱할 지경으로 놀다보니 대학을 졸업한들 선뜻 오갈 데가 없는 건 당연하지요. 전공에 대한 학습에 소홀하니 경쟁력을 갖출 수 없고, 쉬이 실업자로 전락하고 마는, 이 문제야말로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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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택 한광고등학교 교정
 
 잠시라도 어제오늘 돌아가는 현실을 냉철히 바라봅시다. 제아무리 관계 당국을 향해 낮은 경제 성장률을 탓하고, 기업보고 고용 없는 영리의 축적이 웬 말이냐고 외쳐본들 여건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조차 뵈질 않습니다. 왜들 이토록 취직이 되지 않을까요? 단순히 일터가 부족해서일까요? 물론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모자란 건 불문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자, 곰곰이 청년실업의 실태를 들여다봅시다. 사실 얼마큼은 자업자득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며 기본적인 대학 수학능력조차 갖추지 않는 자들이 여과 없이 대학사회에 유입되고 있거든요. 학문적 역량이 턱없이 모자라는 자원들을 이름뿐인 대학생으로 만들어 각자 역할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마땅할 다원사회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지요. 그동안 직업별 인적 구성분포로 볼 때 급격히 왜곡시켜 놓은 국면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막상 고학력을 요구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대학을 졸업한 자원들이 별 경쟁 없이 안정적인 고용시장을 차지하는 때는 지나갔다는 말입니다.
 
 솔직히 우리네 실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 이렇습니다. 3년 내내 잠만 자는 고등학생에게도 오라는 대학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현실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요? 예컨대 우리나라 20대의 평균 학력이 이미 대학 6학기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고 보면, 가히 학력 인플레이션이 어디쯤 이르렀는지를 알아차리기에 충분합니다. 미국과 호주 정도가 대학문이 활짝 열려 있긴 해도 거기는 사실상의 졸업 자격제가 정착되어 자연스레 수급을 조절하는 데 반해, 한국은 유독 입학이 곧 졸업이니 만큼 고학력의 과포화 상태는 그대로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요. 아무튼 OECD 가입 36개국 가운데 아이슬란드와 같은 작은 섬나라를 빼고는 고학력 1위가 한국이랍니다. 문제는 앞으로 양적 완화로 인한 질적 요소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시의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이런 조건의 나라에서 살아남는 길이란 자명합니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란 없지요. 바야흐로 학력사회에서 실력사회로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를 맞은 겁니다. 자나깨나 스마트폰을 붙들고 컴퓨터게임에 빠져있어서는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풋살 축구나 길거리 농구에 매달려서도 안 됩니다. 정보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이 붐벼야 바람직하다는 말씀입니다. 창의력은 어디서 나올까요? 지적 잠재력에서 나오지요. 그 잠재력은 어디서 나오나요? 다름 아닌 풍부한 독서에서 나오지요. 틈나는 대로 지적 재산을 쌓아놓기 바랍니다. 그것이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지름길입니다. 이미 도래한 4차 산업사회를 헤쳐 나가려면 탄탄한 실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니까요. 남아도는 시간을 의미 없이 허송하지 말고 밝은 앞날을 대비하는 기간으로 십분 활용하라고 강력히 권면합니다.
 

■ 프로필
 
국어를 가르치는 문인(수필가: 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시인: 창조문학 천료), 교사로서 신앙산문집, 수필집, 시조집, 시편집, 기행집 등의 문집을 펴냄.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0년째 연재 중
 
※ 다음호(525호)에는 ‘교사와 교인을 보는 눈 - 사람을 만드는 훈육’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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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운동과 함께 사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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