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트리설치 위해 멸종위기2급 큰부리큰기러기 쫓아
 
평택시의 자연생태 무지가 안타까움과 한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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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제(평택자연연구소 소장) 
 
 지난 11월 29일, 평택포럼이 주최하고 평택포럼 도시환경분과가 주관한 ‘제72회 평택포럼, 배다리생태공원 야생생물 보호를 위한 토론회’가 ‘배다리생태공원,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배다리도서관에서 개최됐다.
 
 본 토론회는 배다리생태공원이 평택소사벌택지지구에 조성되어 소사벌지구와 용죽지구 등 주변에 살고 있는 마을주민들로부터 원거리에서까지 찾아오는 시민들의 쉼터로서의 역할은 물론이고 멸종위기2급으로 지정·보호되고 있는 큰부리큰기러기를 포함하여 생물다양성을 유지해온 터전인지라 지역 언론과 시민단체 그리고 마을주민자치단체들로부터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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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과 부리가 고니류 부리처럼 더 가늘고 긴 큰부리큰기러기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과 토론회를 직접 취재해 지상 중계했던 ‘평택시민신문’과 ‘평택시사신문’의 지면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보면 안승홍 교수와 김만제 소장의 기조발제에 이어 김동숙 시의원, 정승원 도시주택국장, 김연진 용이동 통장, 김보균 평택포럼 이사가 토론에 참석했고, 방청객을 대상으로 한 토론에서는 배다리생태공원 개선안 및 발전 제언, 배다리생태공원 수질개선 방안 등이 논의됐다. 지역신문을 통해 지상 중계된 내용 중 배다리생태공원의 자연생태와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기획발제자인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안승홍 교수의 발표 내용을 보면 “배다리생태공원은 평지에 있어 다른 도시 공원에 비해 접근성 측면에서 상당히 유지한 점이 있고, 또한 뱀과 멸종위기양서류인 수원청개구리와 금개구리가 출몰하는 등 비교적 생태환경이 잘 보전돼 있다. 배다리생태공원이 문화 중심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주민 참여방안이 세워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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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6일 큰부리큰기러기와 함께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
 
 두 번째 기획발제자인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김만제 전 소장은 “배다리생태공원을 찾는 멸종위기종인 큰부리큰기러기는 우리고장의 입장에서는 축복에 가까운 일이지만, 평택시와 시민들이 이러한 내용을 모른다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깝고, 2016년부터 큰부리큰기러기가 배다리생태공원을 찾는 것은 저수지 수생식물의 뿌리를 먹기 위함으로 지금 현재 상황으로는 남하시기보다는 2월경 북쪽으로 귀향할 때 이곳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이곳을 잘 조성·관리하면서 다음세대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발제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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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개체까지 수가 증가했던 12월 10일의 큰부리큰기러기
 
 그리고 이어진 토론에서 김연진 용이동통장협의회 사무국장은 “배다리생태공원에는 멧토끼와 고라니가 서식하고 있으며, 고라니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세계적으로는 멸종위기동물이다. 이곳을 찾아오는 큰부리큰기러기는 멸종위기2급으로 세계적으로는 희귀하고, 주변에서는 솔부엉이와 황조롱이 등의 천연기념물 또한 관찰되고 있다”며 그동안 마을 주민들과 함께 조사한 내용을 전했고, 김동숙 평택시의회 의원은 “최대한 기존의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필요하고, 수질관리를 위해 선진 시설도입을 평택시에 제안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리를 통해 배다리생태공원의 생태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시의회 차원에서도 노력하겠다”면서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특히 배다리생태공원의 전반적인 관리 및 운영을 맡고 있는 정승원 평택시 도시주택국장은 “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과 생태가 어우러지도록 고민하겠으며, 조류서식과 식물을 보전하기 위해 인위적인 시설 설치를 지양하고, 수목영양제 살포나 연 날리기, 드론 등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기를 조절할 것”이라고 개선될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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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환경을 무시한 채 잔디밭에 설치 중인 인조 트리
 
 ‘배다리생태공원,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열리고, 지역 언론의 지면을 통해 보도 된 것이 겨우 3주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배다리생태공원은 안녕하시며, 안녕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어떤 대답이 나올까? 정말 배다리생태공원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는 평택시 책임자의 말처럼 “공원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과 생태가 어우러지도록 생태공원을 조성했고, 조류서식과 식물을 보전하기 위해 인위적인 시설 설치를 지양하고 있을까요?”
 
 지난 12월 9일, 배다리생태공원에 기대하지 않았던 반가운 일이 생겼다. 보통은 2월을 전후하여 이곳을 찾았던 큰부리큰기러기가 예상과는 달리 안정된 먹이터를 위해 먼저 이곳을 찾은 것이다. 12월 9일, 오후 2시를 전후해 멸종위기2급으로 지정된 큰부리큰기러기 선발대 13개체가 이곳을 찾았고, 그 다음날 미세먼지는 심했지만 오후 12시를 전후해 확인된 큰부리큰기러기만 26개체에 이르렀다. 전날에 비해 13개체가 기존의 무리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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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29일 배다리생태공원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토론회    
 
 그리고 12월 12일, 오후 3시 50분 기준으로 배다리생태공원의 멸종위기종 큰부리큰기러기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시련이 닥친 것이다. 거리가 있는 곳에서 연이나 드론만을 띠워도 자리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큰부리큰기러기들이 물의광장 아래쪽 경사면 잔디밭에 점등이 가능한 트리설치를 위해 작업 중인 포클레인과 오가는 인력에 크게 놀라서 배다리습지를 단 한 개체도 남음이 없이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도 아름다운 생명의 흔적을 만날 수가 없었다.
 
 새들만큼 주변 환경에 예민한 동물도 많지 않다. 특히 멸종위기에 처해 전 세계에 10만 여 개체만이 서식하고 있는 큰부리큰기러기의 경우, 자연 상태에서는 가까이 오는 것을 결코 허락지 않는 조류이다. 배다리생태공원을 대표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물과 들녘의 고장, 우리시를 대표할 수도 있는 진객을 맞는 태도가 이 정도 밖에는 안 되는 것인지,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저 안타깝고 속상할 뿐이다.
 
 ‘배다리생태공원, 안녕하십니까?’, 들어오는 복까지도 차버리는 우리 평택시의 자연생태와 관련된 무지가 시민들의 안타까움과 한숨으로 더는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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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배다리생태공원,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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