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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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웬일인가? “대놓고 왕따 차별…… 한국인으로 뿌리 내릴 순 없나요?” 굳이 신문지상에 난 기사 제목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마당에 실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차별하고 멸시하는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사의 내용인즉,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단지 엄마가 중국교포라는 사실로 인해 당한 아픔을 절절히 전하고 있다.
 
 얼마 전 행정안전부가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를 활용해 발표(서울신문 2018.11.1일자)한 지난해 11월 기준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는 어느덧 186만 명(3.6%에 달함, 법무부에서 발표한 귀화인 수는 3만 명에 육박)을 넘어섰고, 그들의 자녀수는 21만 명(전체 학생의 1%가량)을 넘었건만 아직도 단일민족이라는 케케묵은 명분에 갇혀 사람이 사람을 적대시하는 풍토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시다시피 다문화가정의 학생은 피부색이나 가족 구성원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문화를 공유하기가 어려운 상태에 놓여있다. 따라서 각급 학교교육의 프로그램을 자국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새롭게 편성해야 한다. 동시에 다문화 인권교육은 다른 나라의 문화양식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문화교육은 내가 속한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레 다른 문화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배우고 인정하는 과정이다. 즉 문화는 불변하는 고유의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다문화지도 그리기 활동이 도움이 되는 참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가운데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를 길러주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학생 간에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학교 차원의 해외문화 체험마저 꺼려하는 분위기지만 다문화가정을 위한 지원책의 일환이라면 권장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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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택시 주요시설을 견학하는 다문화가정
 
 만의 하나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을 경우 하나의 공동체는 물론 다른 국가의 구성원이 누리는 문화 또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려야 한다. 당연히 수업 중 무심코 단일민족의 우수성을 강조하거나 경제적 형편을 들어 소외감을 주는 발언이 끼어들어서는 곤란하다. 서로의 정체성을 무시하거나 관계 형성을 방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고로 어느 장소에서건 아이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 출신 성분을 공개하는 일이야말로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에 속한다. 뒤떨어진 의식수준과 시대착오적 실상이 못내 부끄러울 뿐이다.
 
 하지만 여타 잘못된 유습(遺習)을 일거에 바로잡기는 어렵다. 다 같이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그 해결책을 정리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급별 학교는 물론 정부와 민간이 혼연일체가 되어 여러 나라의 생활양식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이는 요즘 한창 강조하는 성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둘째, 행정안전부의 관리가 진단한 대로 지자체의 다문화가족 지원 전담부서 설치, 통합조례 운영, 밀집지역 슬럼화 방지를 위한 중장기 발전전략 마련, 관련 예산 확보 등 행정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셋째, 전국 4만여 개소가 넘는 어린이집이 다문화가족을 끌어안을 수 있는 중심체가 되어야 한다. 국가에서 다문화 가족이 모이는 각종 행사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자연스럽게 통합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넷째, 문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유권해석을 맡기고 불법적인 사례를 철저히 조사하여 상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선진국이란 법치 국가, 곧 법질서가 확립된 나라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은 지켜지는 것이다.
 
 다문화교육은 더 이상 일회성 제안으로 짚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모두가 내일처럼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빚어지는 문제를 적어도 인간을 향한 예의 차원에서 거론할 필요가 있다. 왜들 일꾼 취급을 하면서 분란을 자초하는지 안타깝다. 우리 동네에 예쁜 딸이나 듬직한 아들이 하나 더 생겼다고 사려하면 한없이 고마운 존재로 보일 것이다.
 
 정작 아시아를 아우르는 힘은 민간외교에서 나온다. 다른 나라 사람 하나 잘해 주면 가만히 앉아 우리 편을 얻고 친구로 삼을 수 있다. 그렇게 진한 인류애를 실천하다보면 당신은 새삼 아담과 하와의 후손임을 알아차릴 것이다. 이제는 차별의 색안경을 벗고 다문화가족을 진정한 이웃으로 대접할 때다.
 
 
■ 프로필
 
국어를 가르치는 문인(수필가: 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시인: 창조문학 천료), 교사로서 신앙산문집, 수필집, 시조집, 시편집, 기행집 등의 문집을 펴냄.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0년째 연재 중
 
※ 다음호(522호)에는 ‘백담사의 만해와 일해 - 심산유곡에 머문 시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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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다급한 다문화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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