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물과 들의 고장인 평택에 살고 있는 개구리 점차 줄어
 
개구리 집단 번식하는 중요한 습지들 사라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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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전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2019년이 시작되면서부터 생태조사 활동은 물론이고 생태탐방, 에코투어리즘, 생태 전문가 교육과정 등 다양한 생태교육을 통해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들려준 이야기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관심사가 있었다면 당연히 양서류와 관련된 것이었다.
 
 양서류란 물과 뭍, 즉 수중생활과 육상생활을 번갈아 하는 생물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들은 네발달린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변태를 하며, 알은 항상 물이나 습한 곳에 낳는다. 이러한 이중생활을 하는 종류로는 개구리, 도롱뇽, 영원류가 있으나 일부 종은 수중에서 생활하는 것도 있다. 특히 체온이 일정한 조류, 포유류와는 달리 양서류와 파충류는 주변 온도변화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변온동물로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 사는 양서류는 겨울이면 모두 동면에 들어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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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식지 훼손으로 종족을 이어가기 어려운 두꺼비
 
 지금까지의 경험을 뒤돌아 볼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실제 알면서 이름을 댈 수 있는 개구리의 수가 참개구리, 청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무당개구리, 산개구리 등 대여섯 종정도이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물두꺼비와 계곡산개구리를 제외하고 평택에서 서식하고 있는 개구리 11종 중 절반에 가까운 종을 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고장에서 만날 수 있는 종이 경우 11종밖에 되지 않음을 직접 확인하게 되면서 마치 무엇인가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충격 속에 빠지게 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의 도시이자 들의 고장인 우리 평택에 살고 있는 개구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있는 개구리의 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집단으로 번식하고 있는 중요한 습지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주변의 개구리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이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앞으로 우리고장의 생태계에 어떠한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 것인지에 대해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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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일부에서 지역절종상태에 처한 수원청개구리
 
 이름만 들어도 왠지 친숙하고 모습 또한 굼뜨게 생긴 맹꽁이, 한 때 덕동산 마을숲과 맹꽁이연못에 100여 마리에 가깝던 맹꽁이가 몇 년 전부터 점차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는데, 급기야 올해는 수컷들의 울음소리기 단 한 번도 들리지 않았다. 연중 장마철을 기다렸다가 번식하기 위해 암컷을 찾는 소리를 시끄럽다고 하여 서식지를 훼손하거나 심지어는 약을 뿌려 자손을 이어가려는 애처로운 생명을 죽이려 했고, 혹 번식에 성공하였다 할지라도 번식지에서 서식지로 이동하는 중에 산책로 배수로에 빠지거나 산책로 위에 덮인 야자매트에 걸려 넘어가지 못한 채 로드킬을 당한 당년생 아가들은 얼마나 많았을지 그 안타까움을 말로 다 옮기지 못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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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소사벌택지지구 공사로 사지에 내몰린 맹꽁이
 
 멸종위기2급으로 지정된 맹꽁이, 금개구리와는 달리 멸종의기1급에 속한 수원청개구리의 경우도 위에 언급한 맹꽁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논에 심은 모가 두 뺨 정도 자랐을 지난 5월 하순, 우리고장에서 가장 수원청개구리의 개체수가 많았던 그래서 주변 양서류 학자들로부터 멸종위기양서류의 메카로 불림을 받았던 팽성읍 신대리를 찾았다. 기존의 넓었던 서식지는 큰 덤프가 다니는 왕복4차선 도로로 바뀐 지 제법 오래되었고, 그렇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수용된 도로 주변에 남아 있는 논을 2시간 이상 둘러보았지만, 힘에 겨운 듯한 울음소리 두세 곳만을 확인했을 뿐 직접 멸종위기1급의 수원청개구리를 만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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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락산 가장자리의 사라진 논둠벙(두꺼비 번식지)
 
 수원청개구리를 연구하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의 아마엘 볼체 박사의 최근 글을 인용해보면 2015년부터 3년 동안 전국의 수원청개구리 서식지 122곳을 조사한 결과, 3년 동안 울음소리가 나지 않은 5곳을 지적했는데, 평택시 서탄면 황구지가 인천 계양구 평동, 파주시 산남동, 수원시 고색동, 안성시 고은리 등과 함께 지역절종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한다.
 
 들녘과 함께 논습지가 넓게 발달한 우리고장에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기도 한 개구리의 위기는 위에 언급한 멸종위기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평택과 인접해 있어 평택시민들이 오히려 더 많이 찾았던 고성산 주변 논습지는 사실 평택 주변에서 가장 큰 북방산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의 집단서식지였지만 지금은 원곡물류센터가 들어서면서 대규모의 산개구리 서식지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 벌써 10여년이 되었고, 진위면 동천리 평택시무봉산청소년수련원 입구와 삼남로에 위치한 남부전원교회 건너편 부락산 가장자리의 논둠벙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두꺼비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번식지 또한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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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맹꽁이 울음소리가 없어진 덕동산 맹꽁이연못     
 
 2019년 4월 들어 평택시민의 수가 50십만이 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평택시의 개발로 인한 양적성장 뒤편에는 평택시의 인구 그 이상으로 많은 개구리들이 서식지는 물론이고 종족보전의 희망을 잃고 멸종에 처했거나, 현재의 위협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우리고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그렇다고 아직 전혀 가망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구리들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 후 이들이 다시금 생명을 노래할 수 있도록 도와줌은 물론이고 사람과 함께하는 공존의 메시지를 다시 보낼 수 있는 날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려봐야 할 것이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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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생명을 노래하는 개구리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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