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평택호물줄기인 진위천물줄기 여러 곳으로 퍼져서 자라
 
외래생물 유입으로 인해 서식지 파괴 및 생물다양성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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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다.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때면 특별한 일이 없어도 우리고장 이곳저곳에 있는 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평택시 팽성읍에 위치한 계성초등학교와 팽성초등학교, 진위면에 위치한 진위초등학교와 산대분교, 서탄면에 위치한 서탄초등학교와 내수분교 등이 이즈음에 찾았던 학교들로 기억이 난다.
 
 이 중에서도 특별한 애정을 갖고 제일 많이 찾았던 학교가 있다면 서탄면 금암2길에 있는 서탄초등학교인데, 지금 기억으로는 오산천이 진위천과 합류하기 전인 사리교와 금암교를 중심으로 조류 생태조사를 하고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서탄초등학교의 주제와 스토리, 그리고 화단과 사슴이 있는 동물사육장과 다양한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는 수생생물 관찰원을 둘러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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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천 궁안3배수문 주변의 물앵초 군락지
 
 그런데 이 때 수생생물 관찰원에서 만났던 수생식물 중 그 이름을 알지 못해 데스크톱 하드에 미기록종이란 폴더명으로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식물의 이름을 최근 진위천물줄기의 수생식물을 조사하던 중에 알게 되었다. 그 존재는 서탄초등학교의 생태연못을 넘어 평택호물줄기의 하나인 진위천물줄기의 여러 곳으로 퍼져서 자라고 있음은 물론이고, 평택 인근의 화성시, 수원시 서호공원, 양평의 세미원, 부산광역시의 홍법사 등 이미 전국적으로 넓게 퍼져있는 상태인 것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컴퓨터 하드에 저장된 사진의 속성에는 2014년 7월 8일, 2016년 1월 12일 촬영되었다고 기록이 남아있는데, 이 때의 사진을 보면 7월에는 노란색의 꽃을 남겼고, 1월에는 생태연못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굳건한 모습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이름을 불러주지 못한 채 미기록종이란 폴더명으로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수생식물의 이름은 다름 아닌 ‘물앵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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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천 석봉리 배터 주변을 가득 채운 물상추 
 
 달맞이꽃과 같은 바늘꽃과에 속하는 물앵초(Ludwigia peploides)는 다년생의 성질을 지닌 정수성 식물로 아메리카대륙 원산의 식물이다. 영명인 ‘floating primrose-willow’ 또는 ‘creeping water primrose’처럼 물위를 기어 다니는 수상엽이 인상적이며, 위로 솟구쳐 피어나는 노란색 꽃 또한 관상용으로 가치가 충분한 식물이다. 같은 과의 여뀌바늘과도 모양이 비슷한 물앵초는 아직도 미기록종으로, 꽃의 모양이 달맞이꽃을 닮아 일부에서는 ‘물달맞이꽃’이라고도 부른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평택호물줄기 전역의 자연 생태계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가장 놀랐던 일이 있다면 바로 물상추와의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G마켓이나 쿠팡에서 포기당 790~1,000원에 판매되고 있고, 조그마한 수조에서나 관상용으로 봐왔던 물상추를 평택호물줄기 중에서도 가장 하천의 폭이 넓고, 규모가 있는 안성천 석봉리 주변에서 수면의 상당부분을 초록으로 덮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도 놀라서 한동안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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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물앵초를 만났던 서탄초등학교
 
 오래 전부터 여러 지자체에서는 수질오염 물질인 질소와 인 등을 정화시킬 목적으로 하천이나 저수지에 다량의 물상추와 부레옥잠을 사용한 적이 있었고, 폭풍성장을 하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경관적인 측면과 함께 수질을 정화시킨다는 면에서 나름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었지만 원산지가 열대지역 식물인지라 기온이 떨어지면서부터 초록의 물풀들이 갈색으로 변했고, 다량의 폐기물로 둔갑함에 따라 이후에는 이들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물앵초는 서탄초등학교의 생태연못과 같은 작은 웅덩이는 물론이고 저수지와 호수, 하천 그리고 육상에서도 자생할 수 있는 수생식물이다. 도입시기에는 연못을 장식하는 수생식물의 하나로 물에 떠있는 잎이 정갈하고 달맞이꽃을 닮은 아름다운 꽃으로 크나큰 사랑을 받았지만 점차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 하천이나 호수로 영역을 넓혀가게 되면서부터 번식력이 너무 좋아 물의 상층부를 완전히 덮어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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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대륙 원산의 수생식물 물앵초의 꽃
 
 조금 과하게 표현한다면 생태계교란식물로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림을 받고 있는 가시박과 그 역할 면에서 조금도 다르지 않음이, 실제로 이들이 세력을 장악하고 있는 지역의 경우는 부엽식물인 마름과 노랑어리연꽃은 물론이고, 부유식물인 생이가래와 물개구리밥과 정수식물인 미나리와 고마리 등의 수생식물이 이들로 인하여 크나큰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그들만의 고유한 터전을 잃고 있었다.
 
 소풍정원에서 멀지 않은 진위천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주민의 말을 들어보면 “이곳에서 본 기억이 없는 물풀인데 장마를 지나면서 갑자기 큰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어, 처음 보는 것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물의 상층부를 덮어 염려스러웠다”고 한다. 물앵초를 만났던 이날 진위천변에서는 관상용으로 널리 알려진 작은 무리의 부레옥잠도 함께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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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위천에 자리를 잡은 수생식물 물앵초의 잎    
 
 남아메리카에서 온 귀화식물로 흔히 물채송화로 불리는 앵무새깃이 이미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의 뒤를 이어 하천 생태계의 교란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물상추와 부레옥잠 또한 언제 어떤 모습으로 교란성을 드러낼 줄 모른다. 외래생물의 유입은 그 자체가 사람은 물론이고 서식지의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보기 좋은 물앵초 같은 작은 것 하나의 유입일지라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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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진위천물줄기의 낯선 수생식물 물앵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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