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밤새 사색이 되어 떠난
컨테이너박스 숙소에
티앤이 흘리고 간 보랏빛 안경
햇빛이 와 닿을 때마다
간밤에 경황없이 떠나간
티앤의 두려운 얼굴빛으로 바뀐다
밤마다 문을 두드리는 손짓과
밤마다 몸을 더듬는 손짓을
CCTV같이 녹화했을 티앤의 안경
주위를 서성거리던 바람소리에도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
문에 기댄 채 잠을 붙이는 티앤
소의 타액 같은 밤이 지나가고
공장식당으로 아침을 먹으러가다
다시 마주치는 손짓과 손짓들
엉덩이를 더듬은 손짓이
뱀으로 기어올라
터져 나오는 비명을 막는다
밤마다 기어드는 뱀을 피해
미처 챙기지 못하고
티앤이 흘리고 간 보랏빛 안경
마르지 않은 눈물을 흘린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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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안경을 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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