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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마을에서 밀려나는 나무 이야기
작성일 : 19-11-04 14:21    
추억어린 낭만으로 자리 잡았던 ‘플라타너스’ 점차 사라져

“고덕면 소풍정원에서 추억의 나무들과 옛이야기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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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유럽에서 들여온 은백양과 우리나라 자생종인 수원사시나무 사이에서 생긴 자연 잡종으로, 잎의 모양은 사시나무와 비슷하지만 잎의 뒷면에 은백양과 같은 백색털이 있는 것으로 구별되는 은사시나무가 있다. 미루나무, 양버들, 이태리포플러 그리고 플라타너스로 알려진 버즘나무 등과 함께 잘 자라는 나무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조림사업이 전개될 때 가로수용으로 심겨졌으나 지금은 은행나무, 왕벚나무, 가시칠엽수, 메타세쿼이아와 같은 더 좋은 가로수에 밀려 드물게 만나게 된다.
 
 고유수종으로 우리 주변에서 대나무를 빼고 가장 빨리 자라는 나무를 들라면 단연코 오동나무일 것이다. 주변 기록에 의하면 이 나무를 심은 첫해에 사람 키의 두 배가 되는 3m 이상을 자랄 수 있고, 그 후에도 그 성장속도를 줄이지 않는다고 한다. 실제 덕동산 마을숲에서 베어진 아름드리 참오동나무 옆에서 올라오는 어린 나무들을 보아도 넓은 잎은 물론이고 주변 경쟁자들을 압도할 정도의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남다른 특성으로 오래 전 여자 아이가 태어나면 주변 밭이나 마을 숲에 오동나무를 심어 기르다가 딸이 시집갈 때가 되면 그 나무로 장롱을 만들어 함께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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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덕면 소풍정원의 ‘플라타너스’
 
 우리나라 고유수종인 오동나무와 함께 마을은 물론이고 산기슭과 하천부지 그리고 포장되지 않은 신작로 황톳길에서 많이 봐왔던 이태리포플러를 시작으로 양버들, 미루나무, 플라타너스 등의 나무들도 비교적 빠른 성장속도를 통해 마을 주민들에게 자주 눈에 들어왔지만 농촌마을이나 도심지에서 지금은 이 수종을 보기가 쉽지 않게 되었다.
 
 지난주 미세먼지는 약하게 있었지만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좋았던 날, 4월부터 시작되는 유채꽃에 이어 지금은 국내에서도 조경용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핑크뮬리를 보기 위해 바람새마을을 찾았다가 마을 주변서 밀려나고 있는 나무들이 생각나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소풍정원을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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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풍정원 여러 곳에 자리 잡은 ‘이태리포플러’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길게 뻗은 소나무와 가지를 땅 쪽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있는 능수버들이 우선하여 눈에 들어왔고, 이화의 정원과 무지개 정원 방향으로 발길을 잡으면서 정말 마음에 드는 큼직한 나무 몇 그루를 만날 수 있었다. 버드나무과에 속하는 양버들이거나 혹은 미루나무, 이태리포플러일 것이란 생각으로 나무 밑에서 단풍이 든 낙엽과 함께 거리를 두고 차분하게 수형을 훑어보았다.
 
 지난 60년대, 대량으로 전국에 식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양버들, 미루나무, 이태리포플러 중에서 양버들은 줄기는 곧고 잔가지가 모두 위를 바라보고 있어 마치 싸리 빗자루를 세워둔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면, 평지에서 그나마 눈에 띠는 것이 미루나무와 이태리포플러인데, 미루나무는 주로 한 그루씩 있고 이태리포플러는 최소한 몇 그루씩 모여 있는 특성을 보인다. 반면에 독특한 껍질눈(皮目)을 지니고 있는 은사시나무의 경우는 야트막한 산지에 자리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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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문교 하천변에 자리 잡은 ‘이태리포플러’
 
 소풍정원 입구에서 관리사무소 길을 따라가거나 이화의 정원 혹은 무지개의 정원방향에서 만나게 되는 최고의 나무는 이태리포플러로 확인되었다. 오동나무처럼 빨리 자라는 이태리포플러는 원산지가 캐나다인데 수입을 이태리에서 처음 시작했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미국 원산의 미루나무와 유럽 원산 양버들과의 잡종 가운데 선발한 것이다.
 
 이태리포플러는 미루나무와 구별이 쉽지 않지만 새로 나오는 잎이 붉은빛이 돌다 녹색으로 되고, 하천부지 등 멀지않은 주변에서 흔하게 보게 되는 것은 주로 이태리포플러이다. 이외에도 잎자루는 납작하여 붉은빛을 띠고 잎몸 길이의 3/4 정도이며, 잎은 삼각형 모양이다. 특히 잎의 폭이 긴 양버들에 비해서는 잎의 폭보다 길이가 긴 것이 눈에 띠게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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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리 빗자루를 세워둔 것 같은 모양의 ‘양버들’
 
 오래 전 가로수는 물론이고 학교나 공원에 많이 심었던 나무 중에 플라타너스가 있다. 특히 우리 고장의 경우, 국도 45호선 확·포장 공사로 옛 천혜보육원 사거리에서 안성시 원곡면으로 이어지는 플라타너스길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지역 언론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는데, 이 또한 우리고장 전역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다.
 
 잎이 넓은 나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학명의 플라타너스는 우리식 이름으로는 이 나무껍질의 얼룩덜룩한 무늬를 강조해 버즘나무라고 불렀다. 증산작용으로 수분을 넉넉하게 품어내는 것은 물론이고 공기정화 능력이 뛰어나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잘 빨아들이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저장 능력이 탁월하지만 열매에서 나오는 털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하여 지금은 기피하는 나무의 한 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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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버들과 미루나무 혼합교배종 ‘이태리포플러’ 수형
 
 1970~1980년대만 해도 공원과 학교, 마을 주변의 산기슭에 수도 없이 심겨졌고, 특히 도로변의 가로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시의 제목이나 영화의 배경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물론이고 어머니, 아버지 세대에서 추억어린 낭만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던 플라타너스도 점차 모습을 줄여가고 있다.
 
 가을이 조금씩 더 깊어가는 이즈음에 고덕면 궁리의 소풍정원에서 어렴풋한 기억들을 다시 불러내어 추억의 나무들과 옛이야기를 나눠봄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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