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아이의 무력한 절규가
개 짖는 소리에 묻혀 버린다
아이의 울음을 컹컹거리며
물어뜯는 도사견
엄마의 치맛자락처럼 꼭 붙들고
놓지 않으려는 개의 목덜미
터럭이 한 움큼 뜯겨진다
그럴 때마다 아이의 살점도
뜨듯한 편육으로 뜯겨진다
광분한 눈빛과 타액이
얼음송곳으로 박히는 순간에도
엄마의 얼굴은 먹먹하기만 할 뿐
좀체 떠오르지 않는다
아이의 겁보다 엄마의 비겁을
더 할퀴는 독 오른 발톱이
아이의 가는 울음마저 찢어버린다
널브러진 비명을 마지막으로 핥을 때
너덜거리는 아이의 껍데기들이
잘린 도마뱀 꼬리처럼 꿈틀댄다
퍼지지 않은 조막손에
엄마 닮은 머리카락 인형이
아이의 마지막 숨결을 지키고 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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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머리카락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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