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잘 떠오르지 않는 이름을 길에서 만난다
나를 아는 상대는 기억을 종용하고
진짜, 절 모르세요? 반 박자 느린 말투는
어색한 악수 속으로 미끄러진다
얼굴만 알고 이름을 모르는 구면의 인사
길에서 이름을 잃고 있다
내 머리에서 사라진 이름
잊는 것이 잃는 것인지
잃는 것이 잊는 것인지
확신을 가장한 착란의 대답으로
나도 누군가로부터 지워지지는 않을까
정지된 순간이 망각과 상실 사이에서
진땀나는 기억더미를 착실히 더듬는다
그러나 잊음과 잃음으로 지워지는 극점만큼이나
불안한 나는, 더 미안해하는 이름을
끝내 기분 좋게 불러주지 못한다
눈치만 서로 건네는 불편한 사이사이
그는 나를 잊어버리고
나는 그를 잃어버리고
이제는 낯선 눈빛이 될 이름들
레테의 거리에서 이명처럼 떠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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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잊고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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