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진위천 풀꽃들 한 살이 마치고 열매 만들어 종족 보전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없어 식물 다양성 다소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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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최근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일본열도에서 크나큰 인명피해가 있었지만, 올해 우리나라에 피해를 준 태풍도 다른 해에 비해 유독 많았다. 제5호 다나스, 제8호 프란시스코, 제9호 레끼마, 제10호 크로사, 제13호 링링, 제17호 타파, 제18호 태풍 미탁에 이르기까지 언론보도는 물론이고 현장에서 실제 경험했던 것만 해도 손가락을 한참이나 꼽아야 할 정도이니, 많은 사람들이 태풍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고 이로 인해 새로운 계절에 대한 감각을 순간 잊어버리기도 했다.
 
 영하 20℃를 넘나드는 한파 속에서도 기회를 노려 땅을 뚫고 나오는 봄꽃이 잠재된 생명력을 발휘하듯, 비바람을 동반한 강풍과 역대급 물폭탄 속에서도 주변의 식물들은 계절의 변화를 인지하여 잊거나 늦지 않게 가을꽃들을 올리고 있다. 봄이 언제 오는지를 봄꽃이 알고 있듯이, 가을이 언제 오는지 또한 가을꽃은 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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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둑방길 경사면에 핀 노랑색 꽃 ‘뚱딴지’
 
 할미꽃, 양지꽃, 제비꽃, 조개나물 등의 묘 주변에서 자리를 잡은 들꽃은 봄이 왔음을 이미 알고 꽃을 내듯이, 냇가에서 흐드러지게 꽃을 내는 산국, 뚱딴지, 고마리, 미국쑥부쟁이 등의 가을꽃 또한 가을이 왔음을 누구보다 먼저 알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이러한 부분에 주목하여 봄꽃과 여름꽃 그리고 가을꽃들의 출현과 그 요인을 알고자 하는데, 하나같이 그들만의 정교한 메커니즘에 감탄사를 남기고 있다.
 
 2019년 10월 12일, 맑고 푸른 가을날 진위천 주변의 들녘을 찾았다. 완연한 가을에 접어드는 10월 중순이면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의 냇가는 물론이고, 그 주변 들녘의 대다수 풀꽃들은 한 살이를 마치고 열매를 열심히 만들어 종족을 보전할 다양한 방식으로 종자를 퍼트리거나 몇몇은 로제트(땅 위에 붙어 방사상으로 퍼져 나는 잎. 또는 잎이 그러한 모양으로 나는 식물)로 겨울을 날 준비에 이미 방석 모양의 새순을 땅바닥에 붙여 새순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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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을 기다려 꽃을 내는 대표풀꽃 ‘산국’
 
 가을걷이를 서둘러 마쳤든 아직 준비하던 간에 이미 주변 논두렁·밭두렁은 로제트로 겨울을 나고자 생존전략을 세운 다수의 한두해살이 혹은 여러해살이풀들로 아직은 어리고 푸른 잎 상태로 가을을 보내고 있었다. 냉이, 개망초, 지칭개, 뽀리뱅이 등의 로제트가 논두렁·밭두렁을 점령하고 있다면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 냇가와 주변 들녘은 유럽에서 건너온 서양민들레와 남미 칠레에서 건너온 달맞이꽃 그리고 곰보배추라고 더 알려진 배암차즈기의 새순 또한 장미꽃 방석 모양의 로제트로 다가오는 겨울을 완벽하게 대비하고 있었다.
 
 들녘에서 맞이하는 10월 중순의 풀꽃세상은 나름의 특징이 있다. 냇가를 중심으로 억새와 부들이 우점이 되어 전체 분위기를 끌어가는 중에 물가 쪽으로는 희고 붉은색의 고마리가, 둑방길 사면으로는 돼지감자라고도 불리는 짙은 노랑의 뚱딴지가, 둑방길가 풀밭에는 자잘한 꽃의 둥근잎유홍초가 밝은 주황색으로 한참 멋을 내고 있는 중에 안타까움일 수도 있지만 적지 않은 수의 곤충들 특히 나비류가 이들을 바쁘게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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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냇가 주변으로 희고 붉은색의 꽃을 내는 ‘고마리’
 
 논과 밭에서 집중적으로 만나게 되는 쌕쌔기와 벼메뚜기, 섬서구메뚜기 같은 메뚜기류에 비해 냇가를 중심으로 둑방길에 이르는 풀밭에는 절대 우점인 네발나비로 시작하여 줄점팔랑나비와 작은멋쟁이나비, 남방부전나비 그리고 흰띠명나방 같은 낮에 출현하는 나방류에 이르기까지 볼거리가 넉넉한 편이었다.
 
 지역적 특성으로 높은 산이나 깊은 계곡이 없어 생물종다양성이 식물의 경우에도 다소 부족함이 있지만, 평택호물줄기로 통하는 우리고장의 지형적 특성과 논습지를 포함한 넉넉한 들녘을 배경으로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가을풀꽃들 중에서 혹 다음과 같은 친구들은 기회가 된다면 더불어 즐거움을 나눴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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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둑방길가 풀밭에 핀 주황색 작은 꽃 ‘둥근잎유홍초’
 
 굳이 잘 알려진 곳이 아닐지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진위천과 안성천변의 대표성을 띠고 있는 억새와 갈대로부터 요즘은 꽃차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자잘하면서도 향기가 좋은 들국화의 아이콘인 산국 그리고 성체로 겨울을 나야할 네발나비뿐 아니라 들녘을 찾은 탐방객들의 마음을 다독이기에 너무도 잘 맞는 미국쑥부쟁이 또한 이 가을에 함께 하면 정말 좋은 친구들이다.
 
 오래전부터 식물의 개화시기가 주변 기온과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낮의 길이가 길 때 꽃을 피우는 장일식물, 짧을 때 피우는 단일식물 그리고 낮의 길이인 일장과 관계없는 중일식물로 구분되는데, 국화와 코스모스가 꽃을 내는 지금은 단일식물이 차례를 지켜 꽃을 내는 시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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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녘에 핀 ‘미국쑥부쟁이’    
 
 여러 차례 거듭된 태풍이 물러가고 청명한 가을하늘이 이어지는 가을 어느 날, 산국과 뚱딴지로부터 시작하여 둥근잎유홍초와 미국쑥부쟁이에 이르기까지 때를 기다려 꽃을 내고 있는 가을풀꽃 친구들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그들만의 삶은 물론이고 모든 생명체는 아름답고 더불어 살아가야할 소중한 존재임을 마음에 담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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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가을을 기다려 꽃을 내는 풀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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