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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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경기도 일부 지역의 고등학교 배정이 잘못된 추첨으로 인해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그동안 선지원 후시험으로 학생 개개인이 진학할 학교를 선택해오다가, 과열된 입시 열기를 잠재우겠다며 평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전산상의 오류로 본의 아니게 터진 사고였다. 해당 교육감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등의 조치로 인해 이제는 어느 정도 진정되어 가는 국면이다.
 
 문제는 이러한 일이 올해만의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욕구를 죄다 충족시켜 줄 수는 없어 내년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재배정에도 불구하고 불만을 품은 일부 학부모들과 여타 신도시 부유층들이 차제에 아예 이사를 감행해서라도 특별한 대도시 즉 서울, 그것도 소위 8학군에 속한다는 강남소재 고교에 전학을 시키고야 말겠다는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삶의 터전인 거주지 이전도 모자라 위장전입까지 감행하는 터. 필자의 생각에 이런 기형적인 열기는 아마 전 세계를 통틀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현상일 게다. 어느 나라에 친가는 물론 외가까지 동원하여 노숙마저 불사하며, 내 자식 하나 좋은 학교에 집어넣겠다고 이 난리법석을 떨겠는가? ‘교통대란’에 ‘이사대란’도 모자라 이제는 ‘전학대란’까지 일으키며 사는 민족이 과연 유사 이래 다시 있었을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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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아하니 평소 노인이라며 안방에서 어른 대접만 받아오던 분들까지 한데서 주무시기를 대뜸 자처한 모양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주를 위한 교육열에 불탄 나머지 한겨울 추위마저 잊으신 것까지는 좋으나, 심약한 노구에 행여 건강이라도 해치지 않을지 심히 저어되어 지레 거드는 말이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광경이람? 교육의 현주소가 다소 왜곡되었다고는 하더라도 자녀교육을 둘러싸고 돌아가는 저간의 사정이 이쯤 되면 정말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 교육의 현안이고, 이에 대한 개선책이란 없는 걸까? 단순히 선착순 접수를 추첨제로 바꾸는 일만이 능사는 아닌 듯싶기에 교육일선에 서있는 교사요, 한 사람의 학부모로서 현장에서 적잖이 느끼고 생각해온 나름대로의 견해를 몇 가지로 간추려 뚜렷이 밝혀보고자 한다. 속 시원한 해결책을 당장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첫째, 평준화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라고 인정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라는 특수한 시공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판국에 그나마 모든 일을 각자의 깜냥에 따라 알아서들 결정하라고 내맡겨버린다면, 이는 직무유기에 버금가는 권력의 횡포라고 힘 모아 몰아붙인들 달리 할 말이 없을 터다. 항간에는 옛날의 고교입시를 전격 부활하자는 견해도 있는 줄은 알고 있으나 온 나라를 또다시 입시지옥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을 지닌 듯하다.
 
 둘째, 근거리통학의 원칙은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 등하교에 왕복 두 시간 이상이 소요돼서야 말이 되는가. 그러려면 각 지역의 상주인구를 감안한 시설투자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소규모 학교의 증설과 급당 인원을 선진국 수준으로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해마다 가시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셋째, 어쩔 수 없이 학생간의 학력 편차가 있게끔 학급편성이 될 수밖에 없다면 그 보완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일부에서 암암리에 시행하고 있는 우열반의 사안별 허용을 포함하여 실력에 따른 이동식 수업의 원활한 병행을 제도화할 필요성이 있다. 이른바 수강 신청에 의한 학점 은행제는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일단은 도구과목을 중심으로 운영은 하되, 단위학교 형편에 따라 서서히 과학이나 여타 예체능과목에까지 그 적용을 확대하여 검토해 봄직하다.
 
 넷째, 공교육과정을 발 빠르게 개편해야 한다. 전면적인 개선이라고 잘라 말해도 좋다. 현실에 꼭 필요한 교육이 무엇이며 실생활에 직접 소용되는 교육활동과 더불어, 재미있고 신나는 교실을 만들어 아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이참에 뒤따라야 한다. 왜 아이들이 자꾸 학원가로 몰리는가에 대한 연유를 본질적으로 면밀하게 따져보는 노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 프로필
 
국어를 가르치는 문인(수필가: 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시인: 창조문학 천료), 교사로서 신앙산문집, 수필집, 시조집, 시편집, 기행집 등의 문집을 펴냄.
- 블로그 -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0년째 연재 중
 
※ 다음호(515호)에는 고등학교 평준화의 길목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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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고등학교 평준화의 길목 ‘평준화의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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