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우리나라 논에서 자라는 잡초 무려 100여 종에 가까워 

 벗풀, 자귀풀, 물달개비, 물질경이, 사마귀풀 흔하게 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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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벼는 농군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로부터 시작하여 “벼농사에 쏟은 노력의 반은 잡초와의 싸움이다”, “농사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등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많은 이야기 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다수가 잡초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농촌에 살면서 농사를 본업으로 삼고 있지 않아도, 집 주변의 조그마한 땅에서 상추와 고추, 가지, 들깨, 방울토마토 등을 재배해본 텃밭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다면 농민들의 푸념 섞인 말의 뜻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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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옅은 분홍색의 꽃이 아름다운 ‘사마귀풀’
 
 어렵사리 김매기를 하고 돌아서서 하루만 지나도 작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쑥쑥 자라나고, 혹 가물다가 단비라도 내리거나 긴 장마철을 지나게 되면 무시무시할 정도의 폭풍성장을 하는 잡초를 통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넘어 ‘생존’ 혹은 ‘생명력’과 같은 그들만의 세계를 다시금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국어사전을 보면 “잡초란 잡풀과 같은 말로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로, 두산백과에는 “경작지·도로 그 밖의 빈터에서 자라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로, 농업용어사전에는 “농경지에서 인간이 영위하는 경제행위에 반하여 직·간접으로 작물에 해를 주어 생산을 감소시켜 농경지의 경제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작물 이외의 초본류를 통칭한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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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약의 영향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논잡초 ‘올미’
 
 정리해 보면, 잡초란 단어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해가 되는 식물을 지칭할 때 쓰인다. 주변 논둑이나 밭둑 주변 혹은 도로변을 둘러보았을 때 이용할 목적으로 재배하고 있는 작물이 아닌 모든 풀은 잡초에 해당되는 것이다. 가을에 접어 든 요즘 논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게 되는 벗풀과 자귀풀, 물달개비, 물질경이, 사마귀풀, 가막사리는 물론이고 밭둑 주변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쑥과 쇠무릎, 닭의장풀, 가는털비름 등은 그저 잡초라는 이름의 풀인 것이다.
 
 우리나라 논에서 자라고 있는 잡초는 무려 100여 종에 가깝다고 한다. 최근 들어 생활환(한 종의 구성원이 주어진 발생 단계에서 시작해 뒤이은 세대에서 같은 발생 단계의 시작에 이르기까지 겪는 일련의 변화)의 유형별로 보았을 때 여러 해 동안에 살아있는 여러해살이잡초가 한 해 동안에 발아하여 생장과 개화, 결실의 생육단계를 거쳐서 일생을 마치는 한해살이보다 두 배나 많으며, 논바닥에 떨어지는 엄청난 수의 잡초종자로 인하여 제초제를 뿌리거나 김을 매주지 않으면 언제라도 풀밭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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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에서 살며 잎이 질경이를 닮은 ‘물질경이’
 
 논잡초와 관련된 문헌을 보면 우리나라 논에서 발생하는 잡초는 방동사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점순위가 높은 올방개로부터 시작하여 중부지역의 논에 특히 많은 택사과의 벗풀, 화본과의 한해살이풀로 직파재배의 확대보급에 따라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피, 방동사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괴경 및 지하경으로 번식하는 방동사니 무리, 종자번식형의 한해살이풀로 다육질 잎을 갖고 있는 물달개비,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논은 물론이고 연못이나 냇가에까지 넓게 퍼져 자라는 사마귀풀에 이르기까지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논에서 자라고 있는 수없이 많은 잡초들이 봄부터 여름을 거치는 동안 농부들과 전쟁 아닌 전쟁을 치루는 과정 속에서 가을을 맞게 되었다. 논잡초는 벼가 가져가야 할 양분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벼의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에 농부들의 손을 타게 되지만 그럭저럭 농부들의 넉넉한 마음이거나 혹은 게으름 속에서 살아남은 논잡초들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연출할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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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리를 흙속에 박고 자라는 ‘물옥잠’
 
 논이나 논도랑 혹은 웅덩이(둠벙)에서 만나게 되는 물달개비, 물옥잠, 물질경이, 벗풀, 올미, 사마귀풀 등의 잡초들은 잡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으로 아름다운 꽃을 올린다. 혹 이들을 채집해 옹기수반으로 옮길 수만 있다면 들이나 산에서 자라 꽃을 내는 그 어떤 야생화에 못지않은 자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잎의 생김새가 옥잠화와 비슷하나 물에서 자란다 하여 이름 붙여진 ‘물옥잠’, 제초제나 농약, 부영양화로 오염된 논에서도 잘 견디며 짙은 청자색의 꽃을 내는 물달개비, 꽃만으로는 벗풀과 보풀, 자라풀과 비슷하여 구분이 쉽지 않으나 확연이 다른 잎의 모양으로 구별되는 올미, 꽃과 잎 모양이 합하여 먹이를 노리고 있는 삼각형 머리의 사마귀를 반영하였고, 가을에 들어서야 꽃을 만날 수 있는 사마귀풀 등 그 어느 것 하나 뒤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나름 아름다운 꽃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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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속줄기 끝에 덩이줄기를 갖고 있는 ‘벗풀’
 
 논잡초를 제외하고도 고추잠자리와 방울실잠자리, 물자라와 애소금쟁이, 실지렁이와 녹색말거머리, 황닷거미와 긴호랑거미, 논우렁이와 또아리물달팽이, 참개구리와 한국산개구리, 중대백로와 흰뺨검둥오리 등 논습지란 사람들에게 중요한 식량을 공급하는 땅이자 동시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생명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소중한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넉넉한 이 가을에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벼이삭과 함께 논이라고 하는 특별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꿋꿋이 살아가는 생명 있는 것들과 특별히 논잡초들의 아름다움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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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생명력 넘쳐나는 논 잡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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