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입속에 갇힌 혀들이 거리로 나와
표정이 없는 위정자의 말(言語)처럼
무뚝뚝하게 걸어 다녔지
 
침묵이 조장하는 거짓과
반질거리는 비리가 난무하는
피둥피둥한 노란 몸뚱아리에
입술을 적시는 침은 남아 있지 않았지
 
믿음이 부재한 디지털의 도시에서
집단으로 내미는 붉은 혀
죽음은 있는데 범인이 없는
괴상망측한 시대에, 나도 공범이 되어
붉은 혀가 득실거리는 블랙홀로
손을 집어넣을지도 몰라
 
알코올에 마비가 된 한 치의 혀가
말들이 휘청거리는 밤거리에서
욕설을 내뱉었지
그렇게 우리는 모두 단독범행을 저지르면서
 
공범이 되어 가고 있었지
붉은 혀를 불쑥불쑥 내밀면서.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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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붉은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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