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서로 양보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 찾아야”

“생명체 내몰림과 서식지 감소 안타까움 공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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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 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1995년 평택시와 송탄시 그리고 평택군이 통합시로 승격되었고, 평택시의 요청이 있어 평택시의 상징물중 하나인 시조(市鳥)로 백로를 추천한 이후,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평택지역에서 백로 및 왜가리 서식지와 관련하여 요즘처럼 지역 언론은 물론이고 TV방송을 통해서까지 언론의 뜨거운 관심거리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평택의 자연환경은 ‘평택(平澤)’이라는 지명에 나와 있듯이 주변의 여느 지자체와는 달리 자연자원의 보고인 습지가 도드라지고, 특히 안성천과 진위천 그리고 진위천에 유입되는 오산천과 황구지천이 모여 이루는 평택호물줄기를 중심으로 평야가 고루 발달하였다. 그리고 이들 물줄기를 곁에 두고 있는 마을숲마다 오래전부터 백로와 왜가리들이 모여 소나무가 있는 야트막한 숲을 중심으로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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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교동 백로 집단 서식지에서 번식중인 중대백로
 
 조류 서식지란 어느 날 새들이 갑자기 날아와 생기는 곳이 아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새들로부터의 검증을 통해 선택되어지는 곳이다. 백로 및 왜가리 서식지는 왜가리과 새들에게 하천이나 논 또는 저수지 등 먹이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곳이면서 마을을 끼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주변 환경으로부터 안전하게 새끼들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수목이 잘 조성된 곳이어야 한다.
 
 예전 고덕면 율포리 함박산 서식지의 경우 햇볕이 잘 드는 낮은 산과 주변에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논습지와 안성천 그리고 넓은 평택호를 가까이 두고 있어 전형적인 백로 및 왜가리 서식지의 모양을 갖추고 있는 곳이며, 팽성읍의 근내리와 노양리 그리고 진위면 동천리의 서식지 또한 마을을 끼고 있어 오랜 시간을 두고 왜가리과 새들인 황로,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해오라기에게 선택되어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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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교동 아파트단지와 세교산단 사이 백로 집단서식지
 
 최근 들어 주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끌어냈던 세교동 아파트와 세교산업단지 사이의 도시숲에 자리를 잡은 백로 집단서식지의 경우도 엄밀하게 보면 왜가리과에 속한 백로류에게 선택받은 곳이다. 이곳을 찾게 된 원인을 분석해 보면 나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역으로 보았을 때, 주변 야트막한 마을숲 혹은 도시숲에 그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소나무 군락지를 조성해 백로 및 왜가리가 날아들기를 바란다고 하여 그들이 이런 제안에 쉽게 응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평택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 들어 백로 및 왜가리서식지가 있는 지자체마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는 충북 청주시의 송절동 백로서식지의 경우도 주민들의 민원과 산업단지 확장계획 추진에 따라 불안한 앞날을 내다보고 있는데, 이곳은 몇 년 전부터 청주남중학교 주변의 잠두봉서식지와 서원대학교 주변 서식지 등의 청주시내 백로서식지들이 차례로 주변 주민 및 학생들의 민원에 따라 나무들이 베어지는 등의 수난을 당한 이후 서식지를 옮긴 개체들까지 합해져 대규모의 집단서식지를 형성하게 된 곳으로, 세교동 백로서식지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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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위면 동천리 백로 및 왜가리서식지의 왜가리
 
 백로 서식지의 존폐를 떠나 세교동 아파트단지와 세교산업단지 사이의 도시숲에 자리를 잡은 백로 집단서식지를 여러 차례 둘러보면서, 이곳을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환경단체 측의 의견과 이들로 인해 발생된 배설물과 악취와 소음은 물론이고 깃털까지 날린다는 이유로 서식지를 반대하는 주민 측과의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고민하던 중 우선하여 떠오르는 생각 몇을 적어본다.
 
 장마가 물러나고 30˚를 넘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이 여름, 주변의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인 회색도시와 예로부터 마을에 백로가 찾아들면 풍년과 행운이 깃든다 하여 길조로 잘 보호되어왔고, 평택을 상징하는 새이기도 한 백로와의 동거가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서로가 조금씩은 양보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여러 사람들의 지혜를 모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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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팽성읍 근내리 백로 및 왜가리서식지의 중백로
 
 우리에게 친근한 제비처럼 집안으로 들어온 동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우리네의 정서로부터 시작해, 번식지인 세교동 도시숲을 찾은 백로 및 왜가리 무리들을 원천적으로 몰아낸다는 것이 주변 어느 곳에선가는 또 다른 민원의 시작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백로를 포함하여 우리고장의 생명 있는 것들의 내몰림 현상과 서식지 감소의 그 끝은 어디인지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안타까움을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지난 2001년, 다섯 번째로 맞이하는 평택호물줄기 환경탐사의 자료집에 나왔던 ‘한백로 가족이 인류에게 보내는 편지’ 중 일부를 소개하며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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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택시의 상징물중 하나인 시조(市鳥) ‘백로’
 
 “우리 백로는 사람들 곁에 스스럼없이 다가갑니다. 어떤 해를 끼치지도 않았으며 인간들의 마을 근처에 둥지를 틀고 여태까지 대대손손 살아왔습니다. ‘백로가 날아드는 곳의 자연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사람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사람은 살아야 합니다.” “우리들 백로는 말합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이제까지 우리 백로가 자연을 지켰듯이 우리 백로를 지켜줄 것은 바로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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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평택의 백로 및 왜가리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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