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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연수에 깃든 얘기 ‘연수 참여자의 유형’ <상>
작성일 : 19-07-19 13:59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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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모임이든 간에 단체를 위주로 접수하는 연수에 가보면 유난히 참여자들의 색깔이 각양각색이다. 어른의 경우 시설이 자신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다는 트집성 불만투부터 치르고 들인 비용에 비해 내용이 부실하다는 가성비 불평군에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집에서 떠미니 마지못해 옵션을 걸고 나와 줬다는 의무감 온실형까지 그 보이는 행태들은 실로 다양하다. 물론 의욕을 갖고 목표를 정해 뚜렷한 성과를 추구하는 일방향 소신파들이야 자못 진지하지만, 그 반대편에 뒤섞여 함께 교육을 받다 보면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흡사 눈에 박힌 가시처럼 한두 가지가 거슬리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그간의 각종 연수를 어떤 자세로 받아 왔는가. 고백건대 여태껏 길고 짧은 연찬에 임했던 나의 마음가짐은 대체로 뭔가를 얻어가야겠다는 전의(專意, 오직 한곳에만 뜻을 기울임)가 살아있는 편이었다. 애당초 적당히 시간이나 때우고 주는 점수나 챙기자며 염치없이 덤벼든 경우는 거지반 없었던 셈이다. 솔직히 다루는 내용이 지나치게 어려워 좀체 진도를 따라잡기 곤란하거나 유명 강사의 허술한 진행으로 인해 스스로 따분해한 적은 몇 차례 있었을망정, 얼굴 표정이든 깊은 속내든 드러내놓고 연수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민망한 행동거지는 거의 없었다는 말이다. 이는 결코 공치사는 아니다.
 
  내가 받은 연수 가운데 단연 첫 손가락에 꼽는 건 전라도 무주에서 열린 ‘벨 가족캠프’였다. 벨이라고 하니 대뜸 무슨 종소리냐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이는 ‘성경적 교육실천운동’의 영어 약자로써 BELL(Biblical Education for Life & Leadership)을 말한다. 풀이하면 성경 교육을 통하여 전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실력 있는 리더를 세워 가려는 기독교 단체의 이름이다. 어느 여름날 구독하는 신문을 읽다가 언뜻 눈에 띈 게 있었다. 자세한 정보를 안 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성경말씀에 근거한 교육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 무조건 반가울 수만은 없어서였다. 솔직히 올여름 휴가를 송두리째 반납하고 가는 데는 가족의 동의가 필요했던 터. 다행히 별 갈등 없이 가장의 결정에 따르기로 했고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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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주간의 보충수업을 마치고 여행을 떠나는 기분으로 드디어 출발! 경부고속도로를 거쳐 옥천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찾아간 무주리조트는 산 좋고 물 좋은 덕유산자락에 깊숙이 숨어있었다. 도중에 차창에 비치는 풍경이 못내 아까워 산중턱에서 잠시 바라본 경치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눈앞에서 굽이쳐 흐르는 벽계수하며 멀리서 다가오는 여남은 겹의 능선들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막상 봇짐을 푼 콘도는 그럴싸한 겉모습과는 달리 금세 눈살이 찌푸려졌다. 네 식구가 쓰기에는 작다란 방에 낡은 TV수상기와 코딱지 만한 냉장고가 전부였다. 그 문을 열어보니 채 큰 물통 두 개를 넣기 어려운 공간이었다. 서둘러 등록을 마치고 한 바퀴 둘러보니 비좁은 터에 닦아놓은 부대시설이나 조경마저 허름하고 허술했다.
 
  이런 열악한 곳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을 치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비록 오래 전 얘기로되 겨우 제몫을 다하고 있었다면 500여명을 수용하는 대강당의 규모와 그 안에 설치한 각종 기자재뿐이었다. 우리를 더욱 황당하게 만든 건 부실하기 짝이 없는 식탁이었으니 1인당 얼마씩을 주고 계약했는지는 몰라도, 이건 좀 지나치다는 게 줄 선 참가자들의 눈치였다. 음식물의 질적 수준도 그렇거니와 도대체 그 푸석한 양을 보아서는 한창 크는 아이들에게 먹일 상차림치고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밥 한 주걱 듬뿍 퍼주는 데 원가가 얼마나 들기에 이런 눈가림 장사를 하나 자못 못마땅한 지경이었다.
 

■ 프로필
 
 국어를 가르치는 문인(수필가: 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시인: 창조문학 천료), 교사로서 신앙산문집, 수필집, 시조집, 시편집, 기행집 등의 문집을 펴냄.
- 블로그 -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0년째 연재 중
 
※ 다음호(506호)에는 연수에 깃든 얘기 ‘벨캠프의 그림 조각’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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