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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상해의 포효 ‘미래를 향하는 상하이’ <최종회>
작성일 : 19-07-12 14:27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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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길을 따라 느릿느릿 자전거를 타고 가는 촌로(村老)의 여유로움에서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발견했다. 씽씽 내달리는 대로상에서 노인의 표정에는 어떤 불안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줄 때 남은 분초를 표시하는 제도야말로 당장 도입할 교통신호체계였다. 고가도로만 보수하는 회사를 따로 두는 제도 또한 바람직했다. 고급아파트 한가운데 까르푸, 가동복(家東福), 상하이마트는 우리네 강남을 빼닮았다. 가이드는 고가 밑에서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자라는 식물을 보더니 중국 교과서에 실린 ‘팔손나무’라고 불렀다. 이래저래 견디기 어려워 여덟 갈래로 나눠진 걸까. 가물이 들어 일어나는 문제는 비단 미세먼지 바람이나 대기오염에 국한되지 않는다. 식수의 고갈은 물론 사막화를 앞당겨 대지를 황무지로 만들어 온 지구를 초토화할 것이다. 오래 전부터 중국으로 인해 이웃나라가 피해를 입는 것처럼.
 
  방문한 곳은 ‘천후실크회사’. 누에 한 마리가 쏟아내는 머리카락 1/20 굵기의 명주실이 놀랍게도 1km를 뻗어간단다. 번데기에 달걀 두 개분의 양분이 들어있고 낙하산과 방탄조끼의 원료라는 것도 상식의 범주. 예로부터 상해를 포함한 소주와 항주지역은 뽕나무 주산지였단다. 흥미로운 건 이불솜도 수박처럼 무게를 달아 판다는 사실이다. 이불 한 채에 들어가는 번데기는 무려 8,000마리. 관객 12명을 앉혀놓고 벌이는 7인 모델의 패션쇼를 구경하고 직원의 눈총을 받으며 실크매장을 빠져나왔다. 이제 발마사지 차례였다. 나는 2시간짜리 전신 대신 1시간짜리 기본에다 남자에게는 남성 마사지맨을, 여자에게는 여성 마사지사를 요구했다. 신신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낯빛이 변한 가이드는 차후 잘못을 깨닫고 다소곳해졌다. 문제는 마사지맨들의 못된 버르장머리였다. 손님의 요청과는 달리 제멋대로 남녀를 바꾸더니 시정을 요구하자 일부러 해찰을 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잔머리를 굴려 추가로 팁을 뜯어내려다 뜻대로 되지 않자 저희들끼리 수군거리는 모양새라니 쯧쯧! 크게 호통을 쳐서 내보낼 수도 있었으나 경위야 어찌 됐건 그들의 생계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꾹 눌러 참다가 정해진 팁을 쥐어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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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칙칙한 방에서 한 시간 이상을 기다리다 차에 올랐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황푸강의 서쪽을 향해 달렸다. 이를테면 포동이 아닌 포서로. 용백거리를 지나 코리아타운에 접어드니 한글 간판들이 즐비했다. 동해편의점, 수안보온천, 스위트하우스(월세 시세를 붙임), 가요부동산, 한우통신, 핸드폰, 양평해장국, 신림동순대타운, 데미쥬헤어, 상해태교사진, 상해노블칼라 픽쳐튜브 co.kr, 상해시부동산시장 등이 이어졌다. 가이드는 부동산에 관심이 지대했다. 몇 년 사이 상해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말과 함께 투기 심리를 부추기는 발언을 일삼았다. 다닥다닥 붙은 잡화 상가를 지나 국민주택 군을 끼고 돌 즈음 바로 앞에 트럭 한 대가 기우뚱거리며 달렸다. 조마조마한 마음에 빨리 신고하라고 가이드를 다그치니 그냥 빙그레 웃으며 이르기를, 만일 공안에 연락하면 즉시 차압에 들어가 밥줄을 끊어버린다고 했다.
 
  나는 낯선 땅을 여행할 때 특이하건 아니건 기록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가령 ‘GREEN SUN 綠太陽(녹태양)’이라는 입간판은 하나님을 모르는 인생들이 지어낸 것치고는 다분히 역설적, ‘푸른 해님’이란 심상은 시적이지만 동시에 화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어휘이기에. 하얀 찔레꽃이 만발한 川沙路(천사로), ‘STX조선’과 ‘KIA Motors’을 뒤로하고 끝으로 들른 곳은 토산품가게. 현지 가이드끼리 출자한 데였다. 상호는 ‘臨空現代農業出口區(임공현대농업출구구, Ling Kong Modern Agricultural Exporting Zone)’, 여기서 ‘임공’이란 글자는 조어(造語) 같았다. 곧바로 한식으로 마친 저녁식사. 실내를 덥히느라 석유난로에서 냄새는 좀 났지만 돼지불고기와 김치찌개가 그럴 듯해 먹을 만했다. 이름도 정겨운 ‘동해가든이여 안녕!’ 푸동공항으로 가는 길, 가이드는 이번 여행을 요약했다. ‘상해는 미래지향적인데 반해 서울은 산만하다’는 것. 아프지만 귀담아 들을 대목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딸내미는 지독한 중국 마니아(mania)가 되어 있었다.
 

■ 프로필
 
 국어를 가르치는 문인(수필가: 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시인: 창조문학 천료), 교사로서 신앙산문집, 수필집, 시조집, 시편집, 기행집 등의 문집을 펴냄.
- 블로그 -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0년째 연재 중
 
※ 다음호(505호)에는 연수에 깃든 얘기 ‘연수 참여자의 유형’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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