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가을·겨울 새싹 올려 겨울 나는 전형적 ‘해넘이 한해살이풀’

우리나라 전역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귀화식물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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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세상 방방곡곡에 널리 퍼져서 요즘 한창 꽃을 내는 풀꽃 중에 개망초가 있다. 혹 어린 아이들은 가운데 모여 있는 노란색의 꽃(관상화) 주변으로 혀 모양의 흰색 꽃(설상화)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마치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은 계란프라이를 닮았다 하여 계란꽃으로도 통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들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온 세상은 계란꽃 세상으로 바뀌고 있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은 개망초의 개화시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쳐 오래 전만해도 6월이 되어서야 꽃들이 인사를 시작했다면 최근 들어서는 5월 하순부터 꽃봉오리를 터트리고 있어 더 오랫동안 이 꽃을 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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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과 꽃등에를 불러들이는 개망초
 
 빨라진 개화시기만큼이나 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서식지의 확장이다. 도시나 농촌의 빈터는 물론이고 농사를 짓지 않아 오랫동안 사람의 간섭이 없었던 묵정밭, 도심지 나대지, 하천변 풀밭 그리고 사람의 간섭을 적게 받아 자연식생에 가까운 숲에 이르기까지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들이 손을 뻗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개망초는 일반적으로 한해살이풀 혹은 두해살이풀로 알려져 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서보면 가을이나 겨울에 뿌리에서 새싹을 올려 겨울을 나고, 다음 해에 꽃을 내어 열매를 맺는 전형적인 ‘해넘이 한해살이풀’이다. 특히 혹독한 겨울을 잘 넘기기 위하여 주변의 겹달맞이꽃과 서양민들레, 뽀리뱅이, 냉이 등과 같이 방석 모양의 로제트잎을 만들어 생장점이 얼어 죽는 것을 피하고 봄에 줄기가 자라서 꽃을 내고 열매를 맺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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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망초를 찾은 큰줄흰나비
 
 개망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귀화식물 중 하나이다. 한 때 서로 경쟁하고 있는 식물을 대상으로 자신의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경쟁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토양을 산성화 시킨다하여 언론사의 주목을 받았던 미국자리공 그리고 평택호물줄기 전역에서 주변 생태계에 크나큰 교란을 주도하고 있는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 또한 여러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여와 우리 땅에 뿌리내려 사람의 간섭 없이도 스스로 터 잡고 살아가고 있는 귀화식물이다.
 
 주변의 수많은 풀꽃·나무꽃들이 사람의 입을 통해 내려오는 스토리를 갖고 있듯이 개망초 또한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이야기 몇이 있다. “일제는 한반도의 수탈과 강점을 위해 철도를 놓기 시작했는데, 때맞추어 논과 밭에 전에 보지 못하던 이상한 풀이 번성하자 일본이 나라를 망치게 하려고 그 풀을 퍼트리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이 풀을 나라를 망하게 하는 풀이라고 해서 망국초(亡國草)라고 불렀고 그것이 변형되어 망초 그리고 개망초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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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 줄기에 산란하는 남색초원하늘소
 
  한편으로는 이 풀로 인하여 나라가 개망조 든다고 해서 얻어진 이름이 ‘개망초’라고도 한다. “구한말 때 미국에서 들어오게 된 선교사가 교회를 짓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주변에 뿌린 꽃씨로 인하여 주변은 물론이고 마을 전체가 이 풀꽃으로 넘쳐나는 것을 못마땅해 하던 마을 노인이 이 풀꽃의 생명력과 번식력을 보고 했던 말, 저 꽃이 주변 꽃들을 다 죽이게 생겼으니 머지않아 나라가 이 풀꽃으로 인하여 개망조 들것이다”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개망조’ 든다고 해서 ‘개망초’라는 이름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은 참으로 그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들녘에서 저절로 자라고 있는 잡초 중에는 망초, 달맞이꽃, 미국쑥부쟁이와 같이 널리 퍼져 자리를 잡고 있는 풀꽃이 적지 않지만 매우 넓은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는 개망초를 보면서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일본을 통해 들여온 귀화식물이거나 ‘나라에 개망조가 들 풀꽃’이라는 생각을 갖는 이 또한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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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위천에서 매우 넓은 군락을 이룬 개망초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간에 우리나라에 들여와 정착한 지 오래 되었으며, 이들 무리는 주변 자연생태계와 우리 인간들에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 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누구보다도 강인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자리를 잡은 결과 자연생태계에서 나름의 소중한 역할을 갖게 되었고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위치를 점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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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망초의 또 다른 이름, 계란꽃
 
 수많은 생명 있는 것들 중에서 개망초 군락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종이 한둘이 아니다. 5월에 꽃을 내는 아까시나무와 6월에 꽃을 내는 밤나무가 밀원식물로서 큰 축을 이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름 내내 엄청난 양의 꽃과 꿀을 통해 벌과 꽃등에는 물론이고 남색초원하늘소, 국화하늘소와 같은 주변 곤충들을 불러들이는 개망초는 연약한 생명들이 서로 기대고 살아가야 할 언덕이 되어주며, 뭇 생명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삶을 이어가게 하는 징검다리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흔하다고는 하지만 이 세상에 어느 것 하나도 나름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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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개망조’ 든다던 풀꽃 ‘개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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