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가난한 민초들에게 구황식물의 하나였던 ‘메꽃’
 
뿌리 잘려나가도 재생력 매우 탁월한 여러해살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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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집 앞 화단에서부터 하천변 둑방길, 농촌 들녘의 길가, 도심지 도로변에 이르기까지 요즘 한창 꽃을 내는 들꽃 중에 메꽃이 있다. 혹 식물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은 경우라면 나팔꽃이라고도 부르지만 비교적 농촌에서 지내오신 어르신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 식물을 알아보는 편이다.
 
 그렇게 오래지 않은 어려웠던 시절, 가난했던 민초들에게 메꽃은 구황식물의 하나였다. 식물명 메꽃은 ‘매’ 또는 ‘메’ 라고도 불렀는데 이는 식물의 뿌리를 지칭하는 이름이고, 보통은 이 뿌리와 연관 지어 사연이 많았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평택지역에서는 ‘메삭’이라 하여 어르신들로부터 그 이름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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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의 선메꽃
 
 가뭄이나 흉년 혹은 전쟁으로 인해 먹을 것이 부족할 때 양식 대신 먹었던 식물을 구황식물이라 한다. 특히 올해 수확해야할 보리가 여물지 않아 식량 사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웠던 봄철 보릿고개 때에는 민초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소중한 먹을거리였기에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자라고 있는 식물의 잎과 줄기, 꽃과 열매 심지어는 뿌리까지도 가볍게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식량이 아닐지라도 간식거리 하나 변변치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집에서 가까운 마을숲에서 찔레나무의 새롭게 올라오는 순을 꺾어 껍질을 벗겨 먹었고, 놀 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골 아이들은 띠풀의 어린 새순인 삘기를 뽑으며 놀기도 했지만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약간의 단맛이 나는 삘기를 뽑아 먹기도 했다. 이들과 함께 평택지역에서는 메삭이라고도 부르던 메꽃의 가늘고 긴 뿌리 또한 소중한 먹을거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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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번식력을 지닌 애기메꽃의 국수다발 뿌리
 
 그런데 아주 오랫동안 어린잎을 데쳐서 나물로 써왔고, 국수다발 같은 뿌리는 날것으로 먹거나 달짝스런 맛과 함께 식감이 뛰어난 메꽃밥의 식재료로 이용해왔던 민초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구황식물로 자리를 잡아왔던 메꽃가족들의 처지가 하루아침에 바뀌게 된 것이다.
 
 메꽃, 큰메꽃, 애기메꽃, 선메꽃, 갯메꽃 등 메꽃 종류와 비슷한 꽃모양을 지니고 있는 둥근잎유홍초와 나팔꽃 무리를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메꽃은 그 가족이 많은 편이다. 이들은 서로 비슷한 모양의 꽃을 피우며, 번식은 주로 땅속줄기(地下莖)를 이용하고, 혹 하얀 뿌리가 잘려나가도 재생력이 매우 탁월한 여러해살이풀이다. 그런데 바로 이 강인한 생명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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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교적 농촌에 흔한 메꽃
 
 밭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에게 잡초와의 싸움에서 기억이 나는 잡초 몇을 소개해 달라고 하면 그 중 하나가 쇠뜨기와 쇠비름 그리고 메꽃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농부들은 바람을 이용해 포자로 자식을 멀리 퍼트리는 쇠뜨기를 이길 수 없었고, 농부의 꿈속까지 뿌리를 뻗쳐 온다는 쇠비름 또한 만만치 않았으며, 보통의 식물은 뿌리를 다치게 되면 잎을 내지 못하고 죽게 되는데 로타리를 치고 난 밭에서 1cm 정도의 조각난 뿌리로부터도 잎을 내고 덩굴줄기를 올리는 메꽃을 보며 분통을 터트리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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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꽃과에 속한 나팔꽃
 
 작물을 재배하면서 농부들이 접하게 되는 메꽃은 주로 애기메꽃이다. ‘한국식물생태보감’을 보면 “애기메꽃이 도시형이라면 메꽃은 농촌형이다. 그만큼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것이 애기메꽃이고, 상대적으로 메꽃은 드물다. 도시화된 환경일수록 애기메꽃이 더욱 빈도 높게 출현하고 황무지 같은 서식처에서도 잘 서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우리의 생활권에서 흔하게 접하는 메꽃은 거의 애기메꽃이라고 보면 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동화이며, 이솝 우화 중 하나인 시골쥐와 도시쥐에서 혹 시골쥐가 메꽃에 가깝다면 애기메꽃은 도시쥐에 비교해도 될 것 같다. 보기 좋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많을지라도 언제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몰라 불안해하고 전전긍긍하는 도시쥐가 혹 애기메꽃에 가깝다면 수수하지만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곳에서 생활하는 시골쥐가 메꽃에 더 어울릴 것이다. 즉 애기메꽃은 언제 어떻게 어려움에 처하게 될지 몰라 불안한 상태에서 살아가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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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들에게 골치 아픈 잡초인 ‘애기메꽃’    
 
 잡초란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생존방식을 습성적으로 갖고 태어나는데 이를 생태형이라면 메꽃의 경우는 여느 잡초들보다도 생태형이 발전되어 온 식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굶주린 민초들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했던 구황식물이 메꽃이라면 지금은 밭작물을 재배하는 농부 혹은 텃밭지기들에게 골치 아픈 대표적인 잡초로 취급을 받는 식물 또한 바로 메꽃인 것이다. 혹 지금의 메꽃가족들이 몰랐던 것이 있다면 이들을 이용하던 세상이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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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이보다 끈질긴 잡초가 있을까 ‘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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