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목발을 사용하면서부터
살란티의 길이 서서히 지워졌다
가뜩이나 불명확한 길들이
말끔하게 지워져버렸다
인식기에 갖다 대면
굽은 길도 환하게 펴질 것 같은
엄지의 암호 같은 열쇠가
이가 빠지고 흐릿해졌다
용역회사를 통해 공장을 전전했던
살란티의 이력을
빽빽하게 봉인하여 온 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있던 날
공장 이층 기숙사에서 추락하면서
모든 길들이 정지하였다
살란티가 두 다리도 걷지 못하면서
정지한 길이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문이 닳아 없어지면서 살란티는,
확실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었다.
살란티의 길이 서서히 지워졌다
가뜩이나 불명확한 길들이
말끔하게 지워져버렸다
인식기에 갖다 대면
굽은 길도 환하게 펴질 것 같은
엄지의 암호 같은 열쇠가
이가 빠지고 흐릿해졌다
용역회사를 통해 공장을 전전했던
살란티의 이력을
빽빽하게 봉인하여 온 길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이 있던 날
공장 이층 기숙사에서 추락하면서
모든 길들이 정지하였다
살란티가 두 다리도 걷지 못하면서
정지한 길이 문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문이 닳아 없어지면서 살란티는,
확실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