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할미꽃, 이르면 3월 하순부터 꽃피워 4월까지 이어져
 
평택 전역 산과 들에서 제비꽃이 잎과 꽃을 올릴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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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장·지역생태연구가)
 
  4월이라고는 해도 쌀쌀하며 큰 일교차로 인하여 옷 입기가 애매하고 환절기 건강관리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일교차가 크고, 때 아닌 꽃샘추위가 찾아와도 아랑곳없이 가야할 길을 가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다름 아닌 봄에 꽃을 내는 들꽃일 것이다.
 
  산과 들에서 개화기를 맞고 있는 들꽃은 비교적 정직하다. 계속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우리고장의 생태시계를 며칠이고 앞이나 뒤로 돌려놓을 만도 한데 큰 틀에서 보면 아직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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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하순부터 꽃을 내는 할미꽃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에게 최근에 할미꽃을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상당수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그런데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실제 할미꽃을 보지 못해서라기보다는 할미꽃이 꽃을 내는 시기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대답을 내놓을 수도 있다. 우리 고장의 할미꽃은 이르면 3월 하순에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4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들꽃의 개화시기를 안다는 것은 아는 만큼 더 눈에 들어오게 됨을 의미하고 있다.
 
  주변 산과 들에서 자라고 있는 제비꽃 하나만을 놓고 보아도 시절을 따라 꽃을 내는 생태시계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평택과 인접한 원곡면 소재의 고성산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제비꽃은 둥근털제비꽃이다. 지역과 주변 환경에 따라 제비꽃의 개화시기가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고성산 숲길에서 만나게 되는 첫 번째 제비꽃은 언제나 둥근털제비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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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지바른 곳에서 이른 봄에 꽃을 내는 양지꽃
 
  2월 하순의 한국산개구리와 북방산개구리로부터 시작하여 3월 중순의 두꺼비, 4월 초순의 참개구리, 5월 하순의 수원청개구리 그리고 6월 하순 장마철의 맹꽁이에 이르기까지 우리고장에서 만나게 되는 양서류에도 출현시기가 서로 다른 것처럼, 꼼꼼히 살펴보면 평택 주변의 산과 들에서 서식하고 있는 제비꽃의 경우도 더 먼저 피고 더 늦게 피는 순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멍이 뚫리고 비틀어진 묵은 낙엽들로 가득한 산길가에서 낙엽더미를 살포시 밀어내며 연한 자주색의 꽃을 내는 둥근털제비꽃을 시작으로 제비꽃 가족들은 저마다 출현 시기를 조금씩 달리하여 산을 찾는 이로 하여금 ‘역시 자연’이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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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봄, 낙엽더미를 밀어내며 나온 둥근털제비꽃
 
  환상적인 색상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자그마한 둥근털제비꽃을 시작으로 그들만의 정해진 약속이라도 있는 듯 남산제비꽃과 털제비꽃이 그 뒤를 이어 꽃을 낸다. 남산제비꽃은 한계령풀과 광릉골무꽃처럼 서식지나 군락지를 이름에 반영한 경우인데, 서울에 위치한 남산에만 자라는 것이 아니고 전국 각처의 산지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잎이 마치 5개로 갈라져 보여 다른 제비꽃과는 쉽게 구별되며, 잎자루 사이에서 올라온 몇 개의 꽃자루 끝에서 향기가 있는 흰색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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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봄, 낙엽더미를 밀어내며 나온 솜나물
 
  고성산 산길을 따라 남산제비꽃과 털제비꽃의 세력이 다소 주춤해졌다는 생각이 들 즈음에 숲 바닥의 잔가지를 피해 고깔제비꽃이 살포시 꽃봉오리를 올린다. 승려나 무당 또는 농악대가 머리에 쓰는, 위 끝이 뾰족하게 생긴 모자 ‘고깔’을 닮은 잎의 모양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는데, 잎 기부가 안쪽으로 고깔 모양으로 말린다. 꽃은 4월에 분홍색으로 피고, 지난 가을을 간직한 낙엽 사이로 제비꽃 중에서는 비교적 큰 편의 꽃을 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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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의 모양으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남산제비꽃
 
  잎의 모양이 예전에 즐겨 먹었던 고깔콘을 닮아 이름 붙여진 고깔제비꽃의 잎이 편평하게 펴질 5월을 전후하여 또 다른 이름의 제비꽃을 맞게 되는데 졸방제비꽃과 콩제비꽃을 끝으로 제비꽃 가족 이야기는 두 달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긴 아쉬움으로 내년을 바라보게 된다.
 
  고성산 숲은 물론이고 평택 전역의 산과 들에서 제비꽃 가족들이 차례를 지켜 잎과 꽃을 올릴 즈음이면 양지꽃과 할미꽃, 꿩의밥과 현호색 그리고 솜나물과 조개나물 등의 주변 야생화들 또한 차례를 지켜 봄꽃 잔치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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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잎이 안쪽으로 고깔처럼 말리는 고깔제비꽃     
 
  많은 사람들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하여 더러는 봄이 실종되었다고 하지만 봄은 여전히 봄이다. 온갖 봄꽃들이 한껏 자신을 뽐내며 생애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 즈음에 소중한 자연자원을 잘 보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마음껏 즐겼으면 한다. 봄꽃들이 소곤대며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봄꽃 세상으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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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봄꽃 세상으로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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