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외래생물 유입은 인체 피해·경제적 손실 및 서식지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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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제 경기남부생태연구소장·지역생태연구가  
 
 집에서 어항이나 수조에 넣어 관상용으로 키우기 좋은 식물에 물상추가 있다. 물위에 떠서 자라는 잎의 모양이 상추를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혹은 물배추로도 많이 불리고 있다. 주변에 알려진 것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물옥잠, 생이가래, 물개구리밥 등과 함께 좁은 공간의 물 환경에서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부유식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평택호물줄기 전역의 자연 생태계를 대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가장 놀랐던 일이 있다면 바로 물상추와의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G마켓이나 쿠팡에서 포기당 850~1,000원에 판매되고 있고, 조그마한 수조에서나 관상용으로 봐왔던 물상추를 평택호물줄기 중에서도 가장 하천의 폭이 넓고, 규모가 있는 안성천 석봉리 주변에서 수면의 상당부분을 초록으로 덮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너무도 놀라서 한동안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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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에 밀려 옮겨 다니는 물상추
 
 오래 전부터 여러 지자체에서는 수질오염 물질인 질소와 인 등을 정화시킬 목적으로 하천이나 저수지에 다량의 부레옥잠을 사용한 적이 있었고, 평택시에서도 한 번은 이 방법을 이용해 배다리저수지에 부레옥잠을 옮겨서 다량 증식시켰던 기억이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나름 시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었지만 원산지가 열대지역 식물인지라 기온이 떨어지면서부터 초록의 물풀들이 갈색으로 변했고, 다량의 폐기물로 둔갑함에 따라 이후에는 부레옥잠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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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천 석봉리 배터 주변을 가득 채운 물상추
 
 이전 기록을 보면 2014년에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수질개선 및 녹조예방을 위해 영산강 일대에 수질정화능력이 뛰어난 부레옥잠과 물상추를 식재하였고, 2016년에는 수자원공사에서 또한 녹조를 제거할 목적으로 금강의 백제보 인근에 물상추를 들였다고 한다. 물론 기온이 떨어져 수질정화 목적의 수생식물이 폐사할 경우 이들을 수거해 인근 농가에 퇴비로 공급한다고는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고, 물속의 인과 질소 등의 영양염류를 함유하고 있는 이들을 적기에 거둬들이지 못한다면 조류제거에 효과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2차 수질오염의 원인이 되거나 예측하지 못했던 그 이상의 문제점도 야기될 수 있기에 이러한 시도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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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하급수적인 번식으로 석봉리 배터 주변을 가득 채운 물상추
 
 어떤 일에 몹시 놀란 사람은 그와 비슷한 것만 보아도 겁을 낸다는 의미에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아무리 모든 것을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라고는 할지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가 철저한 검증이 안 된 외래종의 유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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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성천 석봉리 배터 주변을 가득 채운 물상추
 
 1990년 전후 오이와 수박의 접붙이기용 대목으로 국내에 들여온 가시박이 지금은 하천 생태계의 저승사자로 자리를 잡았고, 모피와 식용으로 도입되어 한때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가축 인정까지 받았던 뉴트리아 또한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로 지정되었으며,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 파랑볼우럭과 큰입배스 등 그 사례는 한 둘이 아니고, 심지어는 친환경농법을 위해 남미로부터 들여온 왕우렁이조차도 기후변화로 인하여 겨울철에 죽지 않고 살아 있다가 잡초보다는 오히려 논에 옮겨 심은 모를 가해함으로써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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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이와 수박의 접붙이기용 대목으로 들여와 진위천 생태계의 저승사자로 자리를 잡은 가시박    
 
 남아메리카에서 온 귀화식물로 흔히 물채송화로 불리는 앵무새깃이 이미 진위천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가시박과 단풍잎돼지풀의 뒤를 이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작년 붉은불개미 7백여 마리가 발견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던 것 또한 우리고장의 평택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외래생물의 유입은 그 자체가 인체 피해와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서식지의 파괴와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물상추 같은 작은 것 하나의 유입일지라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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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상추밭·배추밭이 돼버린 안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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