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덕동산 마을숲 ‘무당거미·네발나비·도롱이벌레·쇠박새’ 서식
 
 
김만제 소장.jpg
 ▲ 김만제 경기남부생태연구소장·지역생태연구가
 
 해가 갈수록 점차 깊어만 가는 우리 주변의 동·식물에 대한 관심은 동식물의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몇을 이해함으로써 조금은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다. 동·식물의 이름 앞에 오는 접두사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특징에 따라 붙여지는 경우가 많다. 자체 내의 내부 속성이거나 혹은 외적 상황이나 조건이 동·식물의 이름을 짓는 실마리가 되며, 형태적인 측면에서는 생긴 모양이나 색깔, 길이, 크기 등이, 속성적인 측면에서는 성질, 상태, 기능, 서식지, 원산지 등이 이름을 붙이는 실마리가 되고 있다.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jpg
 ▲ 덕동산 도롱이벌레의 고치
 
 평택시 비전동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에 덕동산이 있다. 이곳은 안성지역의 높은 산과는 달리 동산에 가까울 정도의 크기로 동네숲 혹은 마을숲이라고도 불리며, 가족과 함께 걷기에 좋은 곳이다. 보통은 산책이나 운동을 하기 위해 찾지만 조금만 여유를 갖고 숲길 주변의 동·식물을 둘러볼 수 있다면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나무와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2.JPG
 ▲ 먹이를 찾고 있는 쇠딱따구리
 
 겨울 어느 날, 덕동산 마을숲 산책로에서 다양한 의미의 접두사를 앞에 둔 특별한 이름의 친구 몇을 소개한다면, 겨울을 나고 있는 무당거미와 네발나비, 도롱이벌레, 쇠박새와 쇠딱따구리 그리고 붉나무와 가죽나무, 미국딱총나무 등이 있다. 이들 중 무당거미는 덕동산에 살고 있는 거미 중 거미줄을 치고 살아가는 조망성 거미의 대표격 거미로 겨울을 맞아 성체는 죽고 수목의 줄기나 껍질에 붙인 알주머니로 자손을 이어간다.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3.JPG
 ▲ 배롱나무 열매를 먹고 있는 쇠박새
 
 무당벌레와 함께 색깔이 화려하다 하여 이름 앞에 접두사 ‘무당’을 붙인 무당거미의 어미를 만날 수는 없지만 어렵게 알을 낳고 알집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굶주림과 차가운 날씨 속에서 서서히 죽어간 무당거미의 모성애만큼은 한겨울에도 따뜻함으로 전해질 것이다.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4.jpg
 ▲ 산란을 마친 무당거미
 
 모든 곤충의 다리는 여섯이다. 그렇지만 잘 사용되지 않는 앞다리 두개가 매우 짧게 퇴화되어 다리가 넷이라는 의미로 ‘네발’ 접두사를 앞에 붙인 네발나비와 함께 오래전 비가 내릴 때 어깨에 걸쳐 둘러 입었던 도롱이를 닮아 이름 붙여진 도롱이벌레의 고치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덕동산 마을숲에서는 크기가 작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접두사 ‘쇠’를 앞에 두고 있는 산새들도 오감을 통해 접할 수 있는데, 조금만 시간을 갖고 숲 둘레길을 즐기다 보면 작지만 경쾌한 소리는 물론이고 귀여운 자태로 다가서는 쇠박새와 검은색 바탕에 등과 날개를 가로질러 흰색 가로무늬가 나 있고 나무줄기를 야무지게 두들기는 쇠딱따구리를 독특한 소리와 함께 혹 경험하게 될 것이다.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5.jpg
 ▲ 어른벌레로 겨울을 나는 네발나비
 
 아직은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는 소한 추위의 연장선상에 머물고 있지만 가족과 함께 추위를 즐기면서 아이들의 방학을 보냈으면 한다. 주변 마을숲에서 쥐똥나무, 일본목련, 묵은실잠자리, 오색딱따구리, 큰부리까마귀 등의 동식물 이름 앞에 붙는 접두사 몇을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옛 어른들이 주변의 사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한 인지한 내용을 동식물의 이름에 어떻게 표현해 왔는가를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보람 있는 겨울방학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48511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이름 앞 접두사로 다가서는 덕동산의 동·식물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