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깨끗한 정치를 해 온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민주통합당 3선 중진 의원인 정장선(54) 의원은 지난해 12월 12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4·11총선에서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보려고 모든 노력을 다 해왔고 당 안팎에서 좋지 않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끝까지 합의처리하려고 뛰어다녔지만 이런 결과를 낳고 말았다"며 "3선이나 했는데 국회가 나아지는데 아무런 역할도 기여도 못했다"며 "국민께 송구스럽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 받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목이 메어 잠긴 목소리로 "아울러 그동안 애정으로 저를 지지해주신 지역주민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지역주민의 대표로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그 또한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가까운 분들께는 미리 상의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20여년을 쉬지 않고 달려온 정치인의 길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정 의원에게 부인 이성숙(48·한광여중 교사) 씨는 “할 만큼 했다”는 말로 마음의 짐을 덜어줬다. 또 해병대 막사에서 TV를 통해 아버지의 19대 총선 불출마 소식을 접한 큰 아들 한범(23) 씨는 “아빠 잘했어요”라며 격려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중도 성향의 3선 의원으로 평가 받는 정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 정무과장으로 근무하다 1995년 지방선거에 출마,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2000년 새천년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배지를 단 이래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초·재선 때 당 수도권발전특별위원장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간사를 지냈으며, 18대 국회 전반기에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을 맡는 등 경제산업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합리적인 성품으로 위원장으로 재직 시 지경위를 고성과 파행, 정쟁이 없는 `3무(無) 우수 상임위'로 이끈 바 있으며, 올 초에는 국회 자정을 위한 여야 의원 모임의 한 축으로 참여, 국회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의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전국소상공인연합회가 선정한 최우수 의원으로 뽑혀 ‘초정 대상’을 수상했으며 대학생이 뽑은 ‘거짓말 안 하는 정치인 베스트5’, 6년 연속 시민단체 선정 우수 국정감사 의원에도 뽑힌 바 있다.

■ 정장선 의원 인터뷰


평택에서 내리 3선을 한 정장선 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를 최고의 상임위로 이끄는 등 좋은 평가와 함께 민주통합당 핵심당직인 사무총장직을 맡아 사실상 지역 정가의 분위기는 4·11총선의 정 의원 당선은 많은 부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이 시점에서의 정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지역구민들에게 의외였으며 충격으로 다가왔다. 현역 3선 의원이 스스로 4선 고지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출마하지 말라는 사람도 없었고, 이제 그만 국회를 떠나달라고 등 떠민 사람도 없었다. 의정생활 12년 동안 비리에 연루된 적도 없다. 모두들 4선은 ‘떼어 놓은 당상’ 이라고 말했지만 정 의원은 불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3선씩이나 했는데 국회가 나아지는 데에 아무런 역할도, 기여도 하지 못했다. 국회는 싸움밖에 하는 게 없다는 비난을 받을 때마다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정치권에서 정치인으로서 산다는 것이 부끄럽고 국민께 한없이 송구스러웠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19대 총선 불출마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3일(금) 오후 3시 정장선 의원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위해 정 의원을 만났다.

-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까닭은. 후회는 없는지.

이미 많은 언론에서도 보도되었다시피 지난 2010년 4대강 예산 처리로 국회가 난장판이 됐을 때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당시 노력을 해보고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국회를 떠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국회가 문제라면서도 상대방을 향해 책임지라고 소리치지만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라도 책임지고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국회를 바꿔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제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며, 이번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합의 처리하자고 주장했는데 당 안팎에서 좋지 않은 소리만 들었습니다. 또한 한·미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최루탄까지 터졌습니다. 애석하고도 슬픈 일입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께서 왜 불출마 선언을 했는지 궁금해 하시고 자주 물어보시지만 지금 다시 선택한다고 해도 똑같을 것이며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과 같이 투쟁일변도인 국회에서 "오늘의 우리 정치는 '모 아니면 도, all or nothing'이라는 정치를 하고 있어 국민들에게 실망만을 안겨드리고 있습니다. 이보다는 국민, 시민들의 어려운 삶을 직접 체험해보고 이 체험을 아주 소중하게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불신 받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국회의원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도 소용없는 것 같습니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국회가 허술한 게 많다고 생각됩니다. 또 국회의원들이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바깥 목소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것도 문제의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 정부에 들어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등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을 외면하고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소통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의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다음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filibuster,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국민들을 위한 국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일은.

평택고덕산단 폐수종말처리장 국고지원을 위해 6개월간 정부와 협의했던 일들과 고덕신도시 보상완료, 평택국제여객터미널 예산 확보, 수도권 KTX 지제역 종합환승역사유치, 서평택-평택 고속도로 확장을 위한 예산 확보, 평택지역 대학 학과증설 및 학생증원을 위한 평택지원특별법 개정안 대표발의, 주한미군기지이전에 따른 평택시등의지원등에관한특별법 대표발의, 평택지원특별법 적용시한 연장 등 평택의 역동적인 순간에 정치를 했고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또한 지난 2010년 5월 국토해양부에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전면 해제를 요청했으며 평택시는 1월 31일자로 개발사업 진행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침체된 부동산경기 활성화 등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쌍용차 문제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동안 정치를 하면서 청탁, 취업·인사 부탁은 물론 후원금 쪽지 한번 보낸 적이 없으며 이권에도 개입한 적이 없습니다. 깨끗한 정치를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도 저 자신에게는 큰 보람인 것 같습니다.

- 12년간 출판기념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아 화제가 되고 있는데.

돈을 모으기 위해 책을 낸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습니다.('책을 펴내는 다른 의원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전제한 뒤) 또 맨날 싸우기 바쁜 국회와 그 속에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책을 내기가 부끄러웠습니다.

국회의원을 그만둔 뒤 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낼 생각입니다. 특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 가족들이 섭섭해 하지는 않는지.

아내가 저에게 농담처럼 하는 말이 ‘내가 정치하는 거 알았으면 결혼 안 했을 텐데…’입니다. 도의원 할 때는 명예직이라 돈 한 푼 못 갖다 줬습니다. 아내 혼자서 선생님하며 살림을 꾸려왔고, 아내는 저 대신 행사장에 다니면서 1인3역을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둘이서 변변한 여행도 가지 못했습니다. (정 의원의 1년 자동차 주행거리는 10만㎞를 넘는다. 평택에서 국회까지 70㎞ 거리인 점을 감안하며 하루에 두 차례씩 왕복한 셈이다. 새벽 회의부터 한밤 상가로 이어지는 생활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 2004년 12월엔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도중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직행하기도 했다)

 한때 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이들도 크고 모친을 모시고 있어 30평대 아파트가 좁아 2006년 3억4000만원을 주고 48평으로 이사했습니다. 절반 가까이(1억6000만원)를 빚으로 감당 (지난 3월 공직자위원회가 공개한 정 의원의 재산은 3억9800만원이다)했는데 지난 3월 다 갚아 다소 홀가분합니다.

- 한범 군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하면서 2대째 특전부대 입대로 눈길을 끄는데.

특전사 군복무 내내 너무 힘이 들어 제 아들은 힘든 부대에 보내기가 싫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부대생활을 해보면 삶에 용기도 주고 단련되리라는 생각에 해병대 지원을 격려했습니다. 제 아들에게 국회의원 아들이 군대를 안 가거나 좋은 곳으로 빠지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힘든 곳을 지원한다는 점을 넌 보여주고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또 이러한 부분이 우리 사회를 맑고 건강하게 하는 것임을 말해주었습니다.

한범이는 지난 2010년 5월 3일 입대해서 오는 2월 16일날 전역을 합니다.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지역구민들과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역주민의 대표로서 그동안 부족한 점이 있었다면 널리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또 가까운 분들께는 미리 상의하지 못한 점 역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렇게 과분하게 베풀어 줬는데 기대만큼 못한 것도 많습니다. 앞으로 소홀했던 봉사활동도 지역에서 좀 열심히 하고 싶고 공부도 더 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애정으로 저를 지지해주신 지역 주민 분들을 잊을 수 없을 것이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서태호 원승식 기자
ptlnews@hanmail.net

[이 게시물은 ★자치돌이★님에 의해 2012-02-14 10:41:22 최신뉴스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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