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신현수(평택미래전략포럼 상임고문, 전 평택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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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528호)에 이어 ‘영국 사회의 특성’ 이어집니다> 스물째, 영국사회는 공공시설이 잘 설비되어 있다. 지역마다 작은 도서관이 있어서 지역 사람들이 각종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도서관은 책을 빌려주는 것만이 아니라 지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장이 된다. 가령, 악기를 가르쳐 주는 사람, 외국어를 가르치는 사람, 물건 매매, 월세 등의 정보를 주고받는 통로가 되고 있다. 또한 동네마다 공용 체육시설이 있어서 지역 사람들이 아주 편리하게 싼 값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시민 대학이 있어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요리, 사진술, 외국어 등 각종 문화 강좌를 들을 수 있다.
 
  스물한째, 영국사회는 합리적이고 실제적이다. 어떤 일을 할 때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다. 그리고 실제적 이익이 없는 명분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오늘의 상황에 실제적 이익이 되면 큰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 그것을 택하는 융통성을 보인다. 가령, 길에 중앙선이 있지만 차가 오지 않으면 건너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한국의 경우와 대조가 된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극심한 갈등과 반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명분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스물둘째, 영국사회는 책임성이 강하다. 어떤 일을 하려면 먼저 그 분야에 필요한 경력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을 맡은 사람은 긍지를 갖고 책임 있게 일한다. 만일 일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 그 책임을 다른 사람이나 공동체에게 떠넘기지 않고 자신이 전적으로 진다. 가령, 한 당의 대표가 총선에 지면 곧바로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거나 정계를 은퇴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분야에서든지 책임을 지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스물셋째, 영국사회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곧 높은 지위에 걸 맞는 사회적 의무를 다한다.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18세 때 국방군에 입대하여 수송부대에서 군용 트럭을 운전했고 탄약을 관리했다. 아들 앤드류 왕자는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벌인 포트랜드 전쟁에 헬기조종사로 참전했다. 손자 해리는 아프칸 전쟁에 자원하여 참전했다. 또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많은 병원과 복지시설을 지어 나라에 희사했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본을 보였다. 따라서 일반 시민은 사회 지도층에 대해 국민이 적개심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일반 시민에게 본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채우고 있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스물넷째, 영국사회는 전문성을 요구한다. 어떤 일을 맡으려면 그 일에 필요한 높은 수준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가령, 정치가가 되려면 공적 영역에서 오랜 기간 동안 경력을 쌓아가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어떤 일을 맡으면 그는 전문가로서 그 일을 한다는 긍지를 갖고 책임 있게 그 일을 한다. 가령, 국회대정부질의 때 해당 장관이나 총리는 자신의 업무를 완전히 파악하고 답변한다. 이것은 오늘날 한국의 정치가나 지도층이 자신의 업무를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책임 있게 하지도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스물다섯째, 영국사회는 사교적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직접적인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일을 그르쳤을 때 일에 대한 책임만을 묻지 그 잘못을 그의 인격과 결부시키지 않는다. 이것은 일과 사람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할 때에도 그것을 빙 둘러서 말한다. 그래서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알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그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표시다. 다른 사람과 한 두 번의 갈등을 겪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개의치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기에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 관습은 한 번 맺은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게 만든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사회는 열 번 잘하다가도 한 번 잘못하면 좋은 관계가 깨어지고 끝내 원수가 되고 말며, 한 사람이 아무리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 하더라도 한 가지 잘 못하면 잘한 것은 모두 잊어버리고 온갖 비난을 퍼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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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의 영국 이야기] 영국 사회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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