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이건일(성남시 태평2동복지회관장)
 
이건일의 복지탐구.jpg
 사회복지사들 사이에서는 기초연금에 대한 이슈가 한창이다. 하위 70%의 어르신들을 위해 정부가 2014년부터 도입하여 월 20만 원 수준으로 지급하고 있는 연금이다. 기초연금은 현재 많은 기준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을 참여하기 위한 자격이 되며, 무료급식 등의 선별 과정에서도 쓰인다.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것은 상위 30%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기에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의 경재 상황은 썩 넉넉한 편이라 할 수는 없다.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49%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상황으로 본다면 나머지 약 21% 정도에게 조금의 혜택이 더 돌아가는 수준이라 하겠다.
 
 정부가 노인들을 위해 챙겨주는 이 돈이 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기초연금이 누군가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그 누군가가 상위 30%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의 기초연금은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수급자의 경우 받을 수 없는 돈과 같다. 그것은 기초연금을 지급한 것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복지사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돈을 줬다가 뒤로 빼앗아 간다.”
 
 이에 대한 정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국가 재정이 중복으로 지급되는 것이기에 추가적으로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논리가 상당히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내막은 좀 다르다. 지금의 ‘생계급여’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정도다. 생계급여를 받지 않고 있는 일반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았을 때 이것은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중 3단계 사회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곳에 쓰일 수 있다. 생존을 넘어 실존에 대한 부분을 더 고민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노인에게 기초연금 금액만큼 생계급여를 줄인다는 것은 이들에게 기초연금은 그저 그림의 떡이라는 것과 같다. 어차피 남의 일이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되는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이 실제 소득 하위 70%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는 빈곤노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기초 연금이 생긴다고 한들 여전히 생존하는 것에 급급하다.
 
 ‘생계급여’는 말 그대로 ‘생존급여’다.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을 단지 생존을 하기 위해 도와주는 것으로 그친다는 것은 노인에 대한 기본적 예의가 아니다. 기초연금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을 달리할 때가 되었다. 기초연금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연금이 아니라 사회적 욕구를 최소한으로 채울 수 있는 연금이어야 한다.
 
 생계급여를 받지 않는 노인들은 기본적으로 생존의 단계를 벗어난 분들이다. 이들에게 기초연금을 제공한다는 것은 생존을 넘어 실존을 위해 살아가라는 것과 같다. 이것은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빈곤노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생계급여는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것이며 기초연금은 실존을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연금이다. 이 두 가지 연금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노인들의 삶이 의미 있게 된다.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노인들에게는 많은 것들이 막혀 있다. 비단 기초연금뿐만이 아니다.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의 경우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노인들은 참여 자체가 막혀 있다. 소소한 용돈벌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애초에 생존 말고는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노인들은 기초연금을 받고,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을 참여한다면 활동비를 받는다. 이것을 합하면 대략 40만 원 수준이다.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빈곤노인들은 다른 노인들이 받아 가는 40만 원을 그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최소한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노인들은 그것마저 잃을까봐 도전하지 못한다.
 
 빈곤노인들에게 기초연금까지 바란다고 과연 ‘복지병’이라 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생존을 도와주는 것으로 정부는 그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언제까지 먹여주는 것에 만족하며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기초연금은 노인들의 생존연금이 아니다. 기초연금은 노인들의 ‘실존연금’이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4345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건일의 복지탐구] 기초연금은 실존연금이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