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이건일(도서출판 모든사람 대표/사회복지사)
 
 
이건일의 복지탐구.jpg
 복지는 세금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증세 없는 복지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사회복지는 재원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재분배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복지를 위한 돈은 두 가지인데 공적인 재원인 세금과 민간의 재원인 모금이다. 민간 모금이 아무리 많아진다고 한들 세금에 비하면 그 크기와 쓰임새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결국 복지는 세금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편에서는 돈 없이도 사회복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에 대한 실천 방법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결국 ‘힐링’을 들고 나온다. 힐링의 인문학을 강조하며 노숙인이나 형편이 좋지 못한 독거노인들을 대상으로 정신 강화를 시킨다. 지금은 비록 불행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으면 달라질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스스로가 바뀌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강조한다. 힐링은 결국 복지 환상을 만들어낸다. 
 
 세금은 누구에게나 공정해야 한다. 납세의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기꺼이 의무를 다하여 세금을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세금을 공정하게 내고 있는 것일까?
 
 조선시대에는 세금에 대해 3가지의 제도가 있었다. 토지에서 조세를 받았고, 개인에게는 부역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집집마다 공물을 내게 했는데 이 공물이 조선 세수의 60%를 차지할 만큼 컸다. 공물을 내게 하는 것이 ‘공납제’인데 지역의 특산물을 냈던 것도 아닌지라 이를 구하기 위해서 대신 납부를 해주는 청부업자를 활용하여 방납을 하게 된다. 이것은 당시 조선의 백성들을 괴롭혔던 조세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공납의 경우 인두세의 성격이 강해 재산이 많고 적음과 상관없이 무조건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비슷한 사례가 영국에 있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했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의 세금 정책이다. 마거릿 대처 또한 소득과 상관없이 개인에게 일정한 세금을 물리는 인두세를 시행했다. 결국 이것이 엄청난 반발을 불러와 총리직을 내려놓게 된다.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재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과하는 인두세는 국민을 힘들게 하는 조세 정책이다. 조선시대에는 영의정 김육의 주도하에 공물을 쌀로 대신하는 대동법을 시행하여 백성의 조세부담을 경감시켜줬다. 대동법이 중요했던 것은 공납제와 같은 인두세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낼 수 없는 형편의 백성은 내지 않아도 되었다.       
 
 세금의 부담 능력에 따라서 세금은 달라져야 한다. 이것은 또 하나의 세금 성격이라고 할 수 있는 벌금에도 해당된다. 일반적인 직장인이 고속도로에서 승용차를 이용해 버스전용차로를 어겨 내야 하는 벌금과 대기업 총수가 같은 입장에서 내게 되는 벌금은 같다.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벌금의 의미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도로의 통행료와 같은 의미가 될 수 있다. 공평하다는 것은 같은 금액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수준으로 그것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하게 모인 세금은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서 복지를 만들어 낸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복지는 단지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에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무상급식이 처음 도입될 때 많은 반대 의견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무상급식이 필요 없는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에게도 제공하여 불필요한 세금을 낭비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런 논리의 내면에는 자신의 세금이 부자들에게 간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보자. 공정한 세금이라면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낸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도 무상급식을 받을 자격이 분명 있다. 무상급식은 보편적 복지를 설명하는데 있어 중요한 사례가 된다. 보편적 복지는 소득의 재분배가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즉 누군가는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 그들이 바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다. 세금을 통한 소득의 재분배는 단순히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불필요한 사람들에게까지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의 근본은 세금을 통해 국민 모두가 ‘함께 잘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의 권력자들은 백성들이 가난한 이유를 게으르고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백성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기회가 없다고 했다. 다시 권력자들은 백성들의 가난을 왜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냐고 물었다. 백성들은 당신들의 부를 만들어준 것이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공정한 세금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정한 소득의 재분배가 바로 모두가 잘 사는 방법이다. 나라가 잘 살게 되었다면 이것은 국민 모두의 힘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함께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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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일의 복지탐구] 세금이 복지가 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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