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이건일(도서출판 모든사람 대표/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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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현장에서는 사례관리가 한창이다. 과거 사회복지사가 사회사업가로 불리던 시절에 사례관리는 사회복지사의 중요한 전문성 가운데 하나였다. 그 전문성을 찾으려는 것인지 이제는 사회복지현장의 대부분에서 사례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심지어 공공영역에서도 무한돌봄센터가 만들어지고 각 읍·면·동에서도 공공사례관리라는 이름으로 사례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례관리는 왜 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사례관리가 활성화 된다는 것은 우리가 아직 복지국가가 아니라는 의미다. 사례관리 자체가 미국의 모델이다. 미국의 공공복지는 최하수준이다. 공공에서 책임을 질 수 없는 부분을 일부의 공공과 민간의 자원들을 활용하여 당사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미국의 사례관리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잘 알지 못하는 당자사들에게 흩어져 있는 자원들을 모아 지원해주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시도다. 다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방식에 있어 지나치게 민간 중심이다. 민간이 복지를 책임지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사회복지현장에 있는 필자는 영화토론과 독서토론 모임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얼마 전 평택의 선배시민 모임 중 하나인 한울타리회에서 ‘봉구는 배달 중’이라는 노인인권 영화를 관람한 후 토론을 가진적이 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봉구라는 독거노인(할아버지)이 어린이집 버스를 일부러 타지 않는 어린이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노인이기 때문에 받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불편함과 오해, 사회적 편견과 처우가 영화에 담겨있으며, 주인공인 봉구 할아버지는 유괴범이라는 오해가 풀리고, 미국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갈수 있는 소액의 복권이 당첨되면서 막을 내린다.
 
  한울타리회 회원간의 토론에서는 “봉구 할아버지가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다”, “딸을 만날 수 있어서 좋겠다”, “허름한 옷차림이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노인으로 살기가 참 힘들다”,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엉망이다”라는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많은 의견 가운데 김종자 회원은 “보이지 않는 그의 뒷모습에는 당장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할 것을 알기에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남루한 모습, 수염 속에 가려진 주름진 얼굴이 슬퍼 보였다. 영화의 끝은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 노인들을 대표해서 국가에게 복지제도의 개선을 위한 고함을 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봉구 할아버지에게 사례관리를 했다면 공공과 민간의 자원을 활용하여 취업처를 알아봐주고, 쌀을 전달해 주고, 반찬도 배달해주고, 말벗서비스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회복지사가 접근했을 것이다. 이것이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흔한 사례관리의 방식이다. 하지만 김종자 회원의 말처럼 사례관리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닐 가능성이 아주 크다. 문제의 본질은 ‘여전히 그들은 가난하고 노인으로서 살기 힘든 세상을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사례관리가 중요해지고 있지만 사례관리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명확한 방법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사례관리라는 이름으로 복지를 민간이 책임지도록 할 것인가? 사례관리의 대상자가 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 자체가 낙인이며 스스로가 가난하여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관리가 아니라 사회관리가 되어야 한다. 민간의 복지가 아닌 공공의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가 국민을 복지로 관리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이렇듯 국가가 사회관리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봉구 할아버지가 행복하려면 사회적 안전망이 두루 갖추어져 있는 복지국가의 ‘사회관리’일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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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일의 복지탐구] 사례관리에서 사회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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