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이건일(평택남부노인복지관 과장)
 
이건일의 복지탐구.jpg
 노인복지분야에서 복지사각지대를 양산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양의무제다. 부양의무제는 수급 대상자의 부모나 자녀에게 재산이 있거나 일할 능력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제도. 즉 어르신들의 입장에서 자식들에게 돈이 어느 정도 있으면 국가는 어르신에 대해 부양할 의무가 없다는 말이다.
 
 얼마 전 복지관에 한 어르신이 찾아왔다.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것이 주 상담내용이었다. 이미 접수기간이 끝이 났고, 대기자도 많은 상태라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장기요양등급을 최근에 받았을 정도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구 노인일자리사업)에 원천적으로 참여를 하지 못한다. 그것이 지금의 법이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아주 곤혹스러웠다. 어르신이 무조건 참여를 하게 해달라며 자리에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제발 참여하게 해줘요. 어려운 노인 도우라고 일자리 사업 하는 것 아닌가?”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구절절한 사정을 어르신에게 듣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무엇보다 어르신이 요구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가진 권한과 현 제도의 한계 속에서 그 어르신이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는 것이 속상하다. 집이 있다는 이유로,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가진 것은 몸을 의지할 집하나 뿐인데 이마저도 도움 받을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가 된다. 이런 복지사각지대의 어르신들은 몸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일터로 자의반 타의반 내몰린다. 아프면 일을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일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어르신들에게 주어질 일자리는 없다. 현 제도는 그런 어르신들을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효()라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가족의 일이 아니다. ‘효의 사회화 운동이라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효를 가족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다. 노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자녀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문제로 보고 사회가 나서 도와준다면 노인복지의 사각지대는 상당부분 사라질 수 있다.
 
 우리사회에서 독거노인이 많아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 이유를 자녀들의 불효(不孝)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는 하지만 이것이 전부라고는 할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경제는 어려워졌고, 우리나라의 빈곤 노인은 50%에 육박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운 노인세대의 어려움을 왜 가족에게만 지우려 하는가? 지금의 경제대국의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노력한 세대가 지금의 노인이다. 국가를 위해 일했다면 국가가 그 부양의 의무를 지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권 주자들이 부양의무제 폐지를 공약사항으로 발표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효의 사회화를 지향하며, ‘국가의 부양 의무를 원한다. 자신의 불쌍함을 증명해야 하는 사회는 정의롭지 않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받아야 할 존엄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태그

전체댓글 0

  • 6788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이건일의 복지탐구] 노인복지의 족쇄, 부양의무제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