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시인
물비늘 발자국 끊어진
하얀 고래등 너머로
유언도 하지 못한 채
해풍에 흔들리는
백골들의 무덤
한 소설가가 바다만 바라보다
바람이 되었지
한 시인이 바닷바람만 맞다
세모래가 되었지
피들러 꽃게들의 대문에
새벽달빛이 고압전류처럼 흘러들면
귀천하지 못한 애기별들이
천 년의 꿈을 쪼개어 흩뿌리는
정수의 파편들
소설가는 사구 위에서
아무 것도 찾지 못했네
시인도 사구 위에서
아무 것도 찾지 못했네
잘 마른 미이라의 웃음소리만
사구로 기어오를 뿐.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 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