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4(수)
 
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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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루뭉수리한 답변은 유감입니다. 종교는 세상에서 잠시 유익을 주려는 한낱 윤리도덕이 아닙니다. 영혼 구원의 정답을 주지 못하면 예외 없이 지옥에 가야 하거든요. 눈앞의 수많은 종교 형태들이란 게 그래서 죄다 유인술인 게지요. 따라서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이 아니면 궁극적으로는 악한 겁니다. 지금도 뭇 사람들을 마치 무슨 진리인 양 포장해서 속이고 있잖아요.물론 아직 천국의 비밀을 깨닫지 못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전도해야죠. 다음 창조주가 인간이 되신 성육신의 은혜를 그리 적용해서는 곤란하지요. 이는 우주 창조 사역보다 더 큰 성삼위 하나님의 결단이셨기 때문입니다. 나와 남을 동일하게 여기는 마음은 성령의 역사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단 하나 의인도 없는 죄인 가운데 거듭남 없이 타락한 채 그게 가능할까요? 깊이 심연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자기 의로써 노리는 반대급부가 있습지요. 고로 테레사가 끝없이 몰려든 빈자와 병자에 묻혀 신의 존재를 의심한 겁니다. 박사학위를 무려 네 개씩이나 따고도 예수를 사람으로 안 슈바이처도 똑같죠. 전후 문맥을 파악하는 능력이 어찌 고명하신 교수님 만큼이야 하겠습니까? 그러나 원생을 문자적 이해 수준으로 보시는 것은 지나친 폄훼로 느껴지네요. 일점일획도 가감할 수 없는 성경의 진리는 외려 축자적 해석이 옳다고 봅니다. 이번 교재는 처음만 빼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는 구석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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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석교회 설교강의 내용에서도 몇 가지 의문이 있지만 수업은 아니니 참겠습니다. 천주교는 1962년 제2회 바티칸공의회에서 조상숭배와 종교 다원주의를 선포했고요. 사도 바울의 말처럼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이생뿐이면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귀한 시간을 내서 비싼 등록금 물어가며 겨우 윤리도덕을 논하자는 겁니까? 그렇다면 저렴한 국립대에 가서 답도 없이 이어지는 각종 철학을 전공해야죠. 명색이 박사과정인데 무슨 파울러나 에릭슨 등의 추종자를 만들자는 건가요? 근거를 갖고 마음껏 비판하며 쟁론을 계속하는 독일은 그렇게 수업하지 않나요? 신앙발달단계를 다루면서 구원에 초점 맞춰 재설계하지 않으면 그거 배워 뭐하게요? 그렇게 정립한 일반 이론으로 단 한 명의 영혼이라도 구원하려고 고뇌했는가 말입니다. 다들 인격을 가진 성도들인데 수업시간에 짜증 섞인 반응이나 핀잔은 또 뭡니까? 아무리 몽학선생일지언정 유초중고 학생들에게도 그렇게는 응대하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기본조차 지키지 못하면서 최소한의 사과도 할 줄 모르시잖아요. 재발 방지 약속을 받지 못했으니 앞으로도 그리 하실 건가 여쭙고 싶은 심정입니다. 정교수 15명 정도에 직원이 10명 미만인 법인의 살림이 빠듯한 것도 안쓰럽긴 합니다. 교수님으로 드높이 대접받아 잘 아실지 모르겠으니 저도 2급 상당의 대우를 받고 퇴임했지요. 그래서 늘 국가에 감사하며 교육자 우대 정책에 부응하려 애써왔습니다. 여담이 길지만 오랜 기간 저축을 했고 연금으로 생활하고도 여분이 있으니 분에 넘칩니다. 그래서 더욱 하나님 앞에 불려갔을 때 과연 내게 무엇이 남아있을까 고심하며 삽니다.”
 
  이번에는 비교적 빨리 답장이 왔습니다. “조선생님의 이메일을 읽으면서 저의 수업주제와 내용 그리고 저의 태도가 선생님의 기대와 달라 고민이 많으셨던 것을 알게 되어 많이 놀랐고 안타깝습니다. 직접적인 대면 한번 없이 입학 첫 학기부터 화상수업을 하다보니, Online 상의 한계로 충분한 학문적 논의와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박사과정 학생들이 한번 다함께 모여 수업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도 나누고 식사도 하는 시간을 가지면 좀 더 우리의 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이런저런 핑계를 댔지만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취한 점은 평가할 만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본질이 아닌 현상을 건드린 데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장문의 반박문을 보낸 마음이 마냥 편할 리는 없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내용의 편지를 띄운 이유입니다. “다소 과한 표현은 부덕의 소치입니다. 다만 상한 심령에 끝내 진심 어린 사과는 없으시군요. 고마운 초대지만 학기도 다 갔는데 새삼스럽군요. 학기 마치고 다음 학기 시작 전이 좋을 성싶습니다. 하긴 화상수업이 여기서 쉬 멈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말이 씨가 된다더니 확신을 갖고 던진 바도 아니었거늘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여태껏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않은 채 전 세계인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 프로필
 
-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며 수필집, 시조집, 기행집 등을 펴냈고,
 이충동에서 기고 활동과 더불어 교육철학 박사과정을 이어감.
- 블로그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1년째 연재 중······.
 
※ 다음호(564호)에는 ‘한 교육철학도의 방백(傍白) - 울려 퍼진 용비어천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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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한 교육철학도의 방백(傍白) : 일시적 변신자의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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