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수덕사 입구 상가 거리에서
귀하게 조우한 나무컵
끊지 못한 뿌리가 더 있어
물 퍼 올리는 소리가 나는 걸까
떨구지 못한 이파리가 더 있어서
산 메아리가 아직도 돌아 나오는 걸까
속을 비운 몸통뿐인 웅덩이에
눈을 부릅뜬 고기 떼들이
오체투지로 물을 찰방인다
간단없이 물관을 밀어 올리는 생목生木인 듯
제 몸 찢김에 이를 악다무는
나무컵의 휑한 뒷꼭지
스스로 결을 따라 갈라진다
수덕하지 않은 번뇌의 눈물을 흘리며
채울 수 없는 정진을 담는 그의 집
천상에 이르지 못한 분수 같은 그의 기도
 
마른 몸 적시며 합장하는 나무컵.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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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나무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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