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백로과 새, 보통 정월대보름 전후하여 우리고장 찾아
 
7월까지 ‘백로과 새’ 1,000여 개체 서식지에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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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2019년 10월 26일, 전날 오후에 내린 비로 인하여 오전 기온은 뚝 떨어졌지만 기온이 다소 오른 시간을 이용해 한동안 우리고장 최대 규모의 백로 및 왜가리서식지로 자리를 잡고 있는 세교동 맥도날드평택SK점과 SK셀프필립주유소 뒤편의 야트막한 숲을 찾았다.
 
 백로와 왜가리 그리고 해오라기와 같은 황새목 백로과에 속한 새들은 이동유형에 따르면 철새에 속한다. 일 년 내내 우리 주변서 볼 수 있는 새를 텃새, 철 따라 이동하는 새를 철새라고 한다면, 백로과에 속한 새들은 봄에 동남아시아 등 남쪽으로부터 찾아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가을이 오면 다시 남쪽으로 돌아가는 여름철새에 속하고 대표적인 새로는 백로를 비롯하여 제비와 꾀꼬리, 뻐꾸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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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식을 마친 세교동 백로서식지의 가을전경

 그런 반면에 가을에 북쪽으로부터 날아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에 다시 북쪽으로 가서 번식하며 여름을 보내는 새들은 겨울철새에 속한다. 대표적인 새로는 상당수의 오리와 기러기, 두루미, 고니 등인데, 매해 2월을 전후해 배다리생태공원의 습지를 찾아 3월 중순까지 주변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주는 멸종위기2급 큰부리큰기러기의 경우도 대표적인 겨울철새라고 할 수 있다.
 
 세교동 조류서식지를 찾는 주된 새가 쇠백로, 중대백로, 황로와 같은 여름철새라면 이들은 2월이면 도래하는 왜가리보다는 조금 늦은 3월~4월에 이곳을 찾아 번식을 위해 특정의 집을 짓는 영소로부터 시작하여 짝짓기와 산란, 포란, 육추 그리고 새끼들이 둥지를 떠나는 이소의 과정을 통해 번식지에서 일시적으로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거처를 옮기거나 일본, 인도차이나, 필리핀, 말레이반도 쪽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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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작지를 넘어 힐스테이트아파트 방향의 백로서식지
 
 여름철새에 속한 백로과 새들의 경우, 보통은 정월대보름을 전후하여 우리고장을 찾으며, 포도밭에서 포도를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우리고장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1,000여 개체에 달했던 서식지의 백로과 새들은 8월 18일에는 맥도날드평택SK점 방향으로 70여 개체, 힐스테이트아파트 방향으로 30여 개체 등 전체적으로 100여 개체 정도가 이소 중에도 관찰되었지만 추석 연휴가 지난 후인 9월 16일에는 중대백로 단 한 개체만을 만날 수 있었고 그 후로는 세교동 백로서식지에서 어떤 백로류도 만날 수 없었다.
 
 지난 토요일, 찾았던 백로서식지는 이들의 번식기 때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았던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의 영향으로 배설물로 인해 하얗게 변한 풀과 나무의 잎은 물론이고 배설물과 어린 백로류들의 사체로 발생하는 악취 또한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독한 배설물로 인해 죽은 고사목과 잎을 달고 있는 나무 위로 보이는 둥지가 없었다면 이곳이 백로과 새들을 위한 번식지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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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날드평택점과 SK셀프필립주유소에서 바라본 백로서식지
 
 평택시의 상징물 중 시조(市鳥)이기도 한 백로 서식지는 진위면 동천리, 팽성읍 노양리와 근내리, 통복천 주변의 서재 등 논과 물줄기를 곁에 두고 몇 곳에 형성되어 있었지만 세교동 백로서식지와 너무도 흡사한 것이 왜가리가 단 한 마리도 없는 서재 백로서식지는 소나무재선충으로 인한 리기다소나무 같은 영소목의 벌목으로 서식지 자체가 사라져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온 상태이고, 나머지 동천리, 노양리, 근내리 백로 및 왜가리 서식지 또한 서식지의 감소로 가까스로 이름만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 면에서 세교동 백로서식지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은실근린공원을 바라보고 있는 주변 아파트 주민들과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갈 곳을 잃어 방황하는 새들에게 소중한 보금자리를 마련해주자고 하는 환경단체 간의 좁혀지지 않는 이견으로 올 해는 그렇다고 해도 내년부터는 또 어떤 문제로 갈등을 증폭시킬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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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교동 백로서식지 중심부의 배설물로 인해 죽은 고사목들 
 
 백로가 떠나고 난 세교동 백로서식지를 크게 구분하면 맥도날드평택SK점 뒤편 서식지와 미국자리공이 큰 군락지를 이루고 있으며, 은실근린공원 조성사업을 앞두고 수십 개의 ‘분묘 연고신고 및 이전 안내문’ 팻말이 숲 바닥에 꽂혀있는 힐스테이트 방향의 서식지로 나눌 수 있다.
 
 상수리나무, 아까시나무, 물오리나무, 은사시나무 등 둥지를 틀 수 있는 여러 종의 큰키나무들이 즐비한 중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나무가 있다면 당연히 산벚나무일 것이다. 이곳을 이용하고 있는 백로류들의 경우 거의 다수가 경작지를 중간에 두고 서로 다른 듯 비슷한 상황 속에서 절대 우점종인 산벚나무를 번식을 위한 영소목으로 이용하고 있었으며, 한 나무에 적게는 1~2개 많게는 15개가 넘는 둥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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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로서식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힐스테이트아파트    
 
 백로 및 왜가리가 좋아하는 리기다소나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천이 과정에서 넓은 잎을 갖고 있는 나무들에게 영소목의 자리를 내준 세교동 백로서식지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흰날개해오라기의 출현이다.
 
 지난 8월 18일, 상당수의 번식을 마친 백로류가 이소를 마무리하고 있던 상황에서 힐스테이트아파트 방향의 숲에서 날아오르는 흰날개해오라기 4개체를 확인한 바 있다. 같은 백로과에 속한 이 새는 기후나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분포권과 이동경로를 벗어나 나타나는 나그네새로, 자연환경보전연구소 서정주 박사에 의하면 세계적 희귀조류에 넣을 정도로 보기 드문 새인 것이다.
 
 백로가 떠난 백로서식지를 둘러보면서, 조금은 더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세교동 백로서식지의 본연의 모습과 생태적 의미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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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백로가 떠난 세교동 백로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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