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메꽃, 선메꽃, 큰메꽃, 애기메꽃 ‘여러해살이 덩굴식물’
 
메꽃과, 화려함 속에서도 절제된 완숙미 잘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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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 소장)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전역의 들이나 길가 혹은 가까운 인가주변에서 사람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풀꽃들 중에 메꽃이라는 친구가 있다. 여름이 되면서부터 잎겨드랑이에서 깔때기 모양의 연분홍색 꽃을 피워 오가는 이를 반기고 있지만 보통은 나팔꽃 정도로 생각하고 그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이가 없어 아쉬움이 많은 풀꽃 중 하나이다.
 
 집을 나서기만 해도 주변 길가나 빈터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 메꽃, 선메꽃, 큰메꽃, 애기메꽃 등의 메꽃과 가족은 주변의 쑥이나 명아주 줄기를 감고 올라가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 나팔꽃이라고 불리는 외래종 귀화식물에 비해 본디부터 그곳에서 나서 자라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에 속하며, 아침마다 꽃이 연이어 피어나 해가 지면 닫기를 반복함으로 여름 내내 꽃을 즐길 수 있는 풀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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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아메리카 원산인 ‘메꽃’과 기생식물인 ‘미국실새삼’
 
 메, 주, 선화 등 메꽃종류를 지칭하는 여러 가지 이름 중에 재미있는 것은 ‘고자화(鼓子花)’라는 명칭으로, 국어사전에 ‘생식기가 불완전한 남자’란 의미의 고자(鼓子)를 식물명에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설령 아름다운 꽃이 피어도 열매를 잘 맺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메꽃이 속해 있는 메꽃과 식물은 열대에서 아열대에 걸쳐 분포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55속의 1,600여 종이 알려져 있는데, 주변에서는 메꽃속(메꽃, 큰메꽃, 선메꽃, 갯메꽃, 애기메꽃), 나팔꽃속(나팔꽃, 둥근잎나팔꽃, 미국나팔꽃, 둥근잎미국나팔꽃, 애기나팔꽃), 새삼속(새삼, 실새삼, 갯실새삼, 미국실새삼), 아욱메풀속(유홍초, 둥근잎유홍초) 정도가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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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분홍 계열의 단순한 색을 내는 메꽃과의 ‘선메꽃’
 
 들꽃에 익숙하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메꽃이라는 이름이 생소해 눈이나 귀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나팔꽃은 다르다. 그래서인지 들이나 인가주변에서 꽃을 내고 있는 메꽃, 애기메꽃 혹은 선메꽃을 더러는 나팔꽃이라고 부르곤 한다. 메꽃과 가족이란 넓은 틀에서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접하면 메꽃과 나팔꽃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은 꽃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다르기에 구별이 된다. 메꽃 친구들은 이른 아침부터 꽃을 피워 저녁이 되어서야 시들지만 나팔꽃은 이른 아침에 피었다가 아침이면 꽃을 닫기 시작한다. 가수 임주리씨의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라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의 노랫말을 혹 살펴본다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것은 메꽃이고 새벽에 피었다가 아침이면 지고 마는 것이 나팔꽃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팔꽃은 일찍 피었다가 빨리 시들기에 ‘덧없는 사랑’을 의미하고, ‘바람둥이 꽃’이라 하여 미망인들이 심기를 꺼렸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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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트 모양의 둥근잎이 특징인 메꽃과의 ‘둥근잎나팔꽃’
 
 이외에도 메꽃과 나팔꽃은 여러 면에서 구별된다. 토종인 메꽃은 겨우내 땅속에서 뿌리로 월동을 하는 여러해살이풀인 반면에 외래종인 나팔꽃은 겨울이 되면 뿌리까지 말라죽는 한해살이풀이고, 무엇보다 이들의 결정적인 차이는 잎을 보면 뚜렷이 구별된다. 메꽃의 잎은 길쭉한 모양인 반면에 나팔꽃은 하트 모양의 넓은 잎이거나 불꽃모양의 뚜렷한 세 갈래의 잎을 갖고 있다.
 
 꽃을 내는 시간과 생활환의 차이 그리고 잎의 모양만으로도 메꽃과 나팔꽃을 구별할 수 있지만 이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는 경우라면 꽃의 색상만을 갖고도 서로 다름을 알 수 있다. 나팔꽃 친구들이 푸른색을 띤 자주색으로부터 흰색, 붉은색 등 다양하고 화려한 반면에 메꽃 친구들은 대부분이 연분홍 계열의 단순한 색을 띠기에 쉽게 구별된다. 그런 면에서 혹자는 “나팔꽃을 도시의 립스틱 짙게 바른 마담언니 같은 느낌이라면, 메꽃은 시골의 수수한 동네누나 같은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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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함 속에서도 절제된 완숙미를 드러내고 있는 ‘둥근잎유홍초’
 
 메꽃과 나팔꽃 외에도 꽃부리가 완전히 붙어서 깔때기 모양을 하고 있는 메꽃과 가족에는 새삼과 미국실새삼으로 대표하는 새삼속과 유홍초와 둥근잎유홍초로 대표하는 아욱메풀속이 있다.
 
 메꽃과 가족 중에서 새삼은 메꽃과의 한해살이 기생식물이다. 앞에서 소개했던 메꽃이나 나팔꽃과는 한 가족이자 친척이지만 광합성을 통해 영양분을 만들어낼 뿌리나 잎이 없이 덩굴만으로 주변 숙주식물들의 줄기 속으로 파고 들어가 영양분을 가로채는 것이다. 그리고는 하얗게 꽃을 피워 토사자라는 열매를 맺는다.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새삼은 흔치않지만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인 미국실새삼은 인근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가을이 되어서야 꽃을 내는 풀꽃 친구들이 많지만 하트 모양의 둥근잎 위쪽으로 깔대기 모양의 혹은 메꽃이나 나팔꽃을 줄여놓은 듯한 주황색 꽃잎의 둥근잎유홍초 또한 메꽃과 가족에 속한 일원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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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의 나팔꽃과는 달리 늦게까지 꽃잎을 여는 ‘하얀테나팔꽃’    
 
 잎이 새의 깃을 닮았다 하여 ‘새깃유홍초’라 불리는 유홍초와 달리 원예용으로 재배되던 것이 일출하여 논둑이나 하천변 등에서 자리를 잡은 둥근잎유홍초는 열대아메리카 원산으로 9월초부터 꽃을 내는데 지금쯤이면 개화기의 절정기라고 볼 수 있다.
 
 ‘나팔꽃’ 하면 보통은 원예용으로 화단에 심어서 아름다운 꽃을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논이나 밭의 가장자리를 흙으로 둘러막은 곳에서부터 냇가 풀밭이나 가까운 인가주변에 이르기까지 자연에서 메꽃과에 속한 가족들이 표출하는 아름다움은 화려함 속에서도 절제된 완숙미를 잘 드러내고 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넉넉한 이 가을에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벼이삭과 함께 논이라고 하는 특별한 환경에서 생명력을 논잡초와 함께 메꽃과 선메꽃, 둥근잎나팔꽃과 둥근잎유홍초 등의 메꽃과 가족들이 품어내는 절제된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가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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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길가에서 만나는 메꽃과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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