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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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몰입한 강의는 무릇 너덧 개 정도였다. 원동연 박사가 제시한 논리정연한 고공학습법, 이종범 박사가 몸소 체험한 교회와 기독교인이 행한 무수한 죄악사, 작가 김성일이 신구약 성경 지도를 따라 일목요연하게 펼치는 세계 속의 한국인은 압권이었고, 일정이 끝나갈 무렵 조덕영 목사와 강인중 집사가 연달아 열강한 진화론과 대중음악의 실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포스트모던한 세태와 경향을 나무랐으며, 그 물결에 속절없이 휩싸인 문화 전반에 대한 대응법을 적실하게 관통해냈다. 한참이 지난 뒤 오롯이 깨달았을 때는 전 영역에 걸쳐 내 가슴에 스며든 뒤였지만 아무튼 그때는 과거의 지평선과 미래의 수평선이 만나는 현재의 연락선에 훌쩍 올라탄 감흥이었다.
 
  그 정신사야말로 내게는 새로운 정립이었고, 지평을 열고 본 수평선 위로 피어오르는 봄날의 아지랑이였다. 더불어 더 깊은 영적 세계로 가는 신나는 여정으로 추억할 터전이었다. 그렇다면 교회들이 꿈과 비전을 품은 2세들을 어떻게 탁월한 지도자로 기를 건가를 고민해야 한다. 성경적인 세계관을 갖춘 가장들이 병든 세상을 이끌어갈 실력 있는 리더를 어찌 키울 텐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 방안을 두고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다가서는 알찬 이론의 장. 벨 캠프는 그런 베이스 캠프였다. 이제 더 이상 단순히 QT 구절을 줄줄 외는 행사는 의미가 없어졌다. 마음으로 믿어 영적 성숙에 이르렀다면 그 내면의 질서를 삶으로 승화함으로써 각자 올바로 살아가라고 세차게 다그치는 참이다.
 
  도착하자마자 비 내리는 필름으로 본 ‘나무를 심는 사람들’의 낡은 영상이 아직도 고스란히 뇌리에 고여 있는 건, 순전히 후대를 위하여 황무지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이들의 끊임없는 손길이었다. 바로 벨의 정신이자 영혼이었다. 그러고 보니 올곧은 이웃사랑의 실천은 미처 정복되지 않은 산지에 숨어 있던 터. 연신 감복하기 바빴고 저절로 흘러나오는 탄성에 거푸 숨 가쁜 순간이었으므로. 어차피 사람의 일인지라 족함이 두루 지배할 수는 없겠으나 초장의 자잘한 실망을 뒤로하고 곧바로 슬기를 떠올린 건 주님의 은혜였다. 그러니 3박4일을 머문 벨 캠프를 떠나며 좋으신 예수님을 힘껏 찬양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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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망하건대 앞으로는 심력과 지력에 체력을 길러 자기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발붙이고 사는 곳에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알알이 맺도록 꾸준히 훈련할 것이며, 자녀들이 장차 훌륭한 리더의 자질을 갖추도록 뒷바라지함으로써 말씀에 합당한 성도를 키워내는 데 정진하라는 기도였다. 그리하여 날로 지경을 넓히는 하나님나라의 선한 도구로 쓰이기까지, 할 수 있거든 가능한 한 지체들과 평화하며 더불어 천국사업을 도모하라는 생생한 명령을 추상같이 전달받은 터였다. 성령이 주시는 달란트를 키우며 제자 양성을 위해 수고하라는 것. 이번 벨 캠프는 턱없이 모자랄지언정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라고 도우신 시간이었고 인도하신 공간이었다.
 
  하나하나 되짚어보니 내가 지향하는 목표는 땅 끝이었다. 가르치는 교단이야말로 영육(靈肉)이 갈급한 일터였다. 그곳에서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일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라는 일침. 박토를 옥토로 바꾸는 사역에 피땀 흘릴 존재가 바로 나인 참이다. 오늘날 교회가 힘을 잃은 까닭은 자명하다. 교인들이 벌이는 많은 일이 복음과는 거리가 멀기에. 믿음과 행위가 따로 노는 이중성으로 인해 타락을 거듭하다 볼썽사납게 망가져버린 책임의 소재는 명확하다. 다들 입버릇처럼 주님 오시는 날까지 소명을 차질 없이 완수하리라 다짐하건만, 실생활에서는 불신자들이 신자들을 걱정하는 대열에 끼어 살아온 탓이었다. 오직 생명을 살리는 일에 초점을 맞출 당위가 여기에 있다. 목하 나란 사람이 꿈꾸는 지구촌이다.
 

■ 프로필
 
 국어를 가르치는 문인(수필가: 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시인: 창조문학 천료), 교사로서 신앙산문집, 수필집, 시조집, 시편집, 기행집 등의 문집을 펴냄.
- 블로그 -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0년째 연재 중
 
※ 다음호(508호)에는 ‘수시 수험생에게’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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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연수에 깃든 얘기 ‘은혜로 얻음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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