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30(토)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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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은 김치가 일품인 한식 뷔페. 북경에서 포식한 북한식당 못지않았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본 상해서커스는 송성가무쇼로 널리 소문난 기예답지 않은 졸작이었다. 가이드는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했다지만 이래가지고서는 러시아는커녕 북한과도 자웅을 겨루기 어렵겠다는 게 중평이었다. 그나마 흥미를 끈 것은 굵다란 S라인을 선보이며 등장한 뚱보 아가씨의 훌라후프 연기. 미처 그 개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만치 차곡차곡 걸어가며 돌리던 묘기를 잊을 수 없다. 다음으로는 타이타닉이라는 제목의 쇼였는데 입체적인 음향과 몽환적인 레이저빔을 이용한 연출이 돋보였으나 이 또한 계림보다는 못했다. 아무튼 뼈가 마르는 고통을 참아가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얻어낸 결과치고는 빈약하고 가혹하다. 인체를 혹사하는 무리한 다이어트와 다량의 식초를 마시고 버티는 생활을 지속하는 한 평균 나이가 50세에 머문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게다가 내가 대놓고 서커스를 즐기지 않는 이유인즉슨, 게다가 관객이 지불하는 금전이 학대받는 저들을 위해 쓰이지도 않는다면 굳이 악을 조장하는 데 일조하기보다는 차라리 점차 고사시키는 편이 훨씬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품고 돌아온 숙소는 ‘上海浦東會展大酒店(상해포동회전대주점, SHANGHAI PU DONG HUI ZHAN HOTEL)’. 갑자기 예약을 바꾼 데였다. 한눈에 허술했다. 널브러진 주위 시설물에, 미처 정돈되지 않은 정원이며, 허름한 침대에 후줄근한 화장실까지 어느 것 하나 4성급 호텔다운 면모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러나 어쩌랴. 이 밤이 지나면 그리운 집으로 간다는 설렘을 안고 중국여행의 끝자락을 메울 수밖에. 오늘도 어제처럼 우리의 예배는 창조주 하나님을 향했다. 돌아가며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를 드린 다음 꿈나라로 날아갔다. 중국여행 마지막 날 아침. 출발예배를 드리고 간단히 조반을 든 뒤 방에 들어와 아래를 내려다보니 ‘住院部(주원부)’라는 글자에 시선이 멎었다. 직원들의 숙소일 거라고 짐작했다. 안뜰에서 자라는 몇 그루의 아열대나무들은 시들했다. 길바닥을 보면 도무지 정교한 맛이라곤 없다. 보도가 하도 지저분하기에 물어보니 매일 식전 채소를 파는 번개시장이 열리는 곳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전거 행렬. 빨래는 죄다 창문에 막대기를 건 채 밖으로 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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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주요 일정은 ‘南京路(남경로)’ 탐방. 차는 양자강 위 남포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원형대교에서는 등소평이 손수 썼다는 휘호를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양포대교는 강택민이 쓴 작품. 저 멀리 어제 올랐던 동방명주탑이 보였다. 외탄거리에 늘어선 中信銀行(중신은행), 中國工商銀行(중국공상은행), City Bank를 지나니 미국국제보험 AI Assurance가 나왔다. 작은 분수 앞 패밀리마트를 바라보고 서있는 전인 동상은 상해1기 시장을 지낸 사람이란다. 이윽고 ‘남경로’ 표지판. 둘레를 합쳐 10km에 걸친 쇼핑가였다. 주어진 한 시간 동안 보행가를 걷기로 했다. ‘花想容(화상용)’이라는 글자 밑에 등장한 김희선 씨. ‘꽃은 수용하고’란 뜻을 품고 브랜드 라피도의 광고모델이 되어있었다. 바닥공정은 그야말로 최상급. 미국은 물론 유럽 주요국보다 나았고, 세계 최고인 일본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시민 편의를 위해 설치한 의자의 디자인 역시 훌륭했다. 얼마큼 걸어오니 민속공연을 열고 있었다.
 
  남경로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여기저기 걸려있는 사진들. 관광객을 태운 합승마차도 운행했다. 마치 한 주제를 향하지만 서로 다른 이들이 장마다 독립성을 추구하는 옴니버스소설처럼. 흠이라면 보행로를 가로지르는 차로였다. 건너가면 곧바로 5·4운동 기념비. 길 건너편에 있는 천주교를 보며 걷다가 상해시제일백화상점 앞 지하도를 구경하기로 했다. 재밌게도 맥도날드를 ‘마이당노’라고 표기했다. 복잡한 동선을 따라가다가 한 노인을 보고 ‘Toilet’을 물으니 황송하게도 우리말로 ‘화장실’을 찾느냐며 공손히 가리켰다. 3층 후미진 구석에 박혀있는 측간은 깨끗했다. 위치는 좀 그랬지만 여느 중국인들과는 확연히 구별된 모습이었다. 겉을 보아도 차분한 걸음걸이에 교양과 질서를 느낄 만큼. 이쪽만 보면 중국은 선진국이다.
 

■ 프로필
 
 국어를 가르치는 문인(수필가: 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시인: 창조문학 천료), 교사로서 신앙산문집, 수필집, 시조집, 시편집, 기행집 등의 문집을 펴냄.
- 블로그 -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0년째 연재 중
 
※ 다음호(503호)에는 중국 상하이 기행록 여섯 번째 이야기 ‘중국인이 그린 담채화’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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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상해의 포효 ‘인상적인 남경로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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