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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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자강 퇴적지로 인해 해마다 면적이 늘어난다는 상하이. 남들은 간척사업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판국에 얼마나 축복받은 땅인가? 강택민 전 주석의 출신지가 여기 상해라고 했다. 상해교통대학을 나온 그가 상해시장을 15년이나 하면서 중앙정계의 최고실력자가 되기까지 온힘을 다해 키웠다는 설명이다. 그 옛날 소주현이 발달하면서 세계적인 첨단도시로 발돋움한 건 맞지만 아직은 상해의 위상이 폐부에 썩 와 닿지는 않았다. 현재 상주하는 인구가 2,400만이 넘고, 20층 이상의 건물이 1,000만 서울의 자그마치 3배란다. 그렇지만 시가지가 3.5배, 전체면적이 10배라니 실제 규모를 알 만하다. 사철 온난성 기후라고들 알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이면 기온이 40도로 치솟고, 한겨울에는 이렇게 폭설이 내려 두꺼운 외투를 걸치지 않으면 안 된단다. 아닌 게 아니라 주위를 보니 실외냉방기 안 달린 창이 없었다. 군데군데 눈이 얼어붙어 위험스러운 도로. 아니나 다를까 사고현장이 보였다. 바닥엔 염화칼슘 대신 하얀 소금을 뿌렸다. 거지반 사고수습이 마무리되어 많이 막히지는 않았다. 북경과 마찬가지로 곡예에 가까운 운전습관. 이 또한 서울에 비교해도 한 수 위였다. 가이드 왈, 상해에서 안전운전을 하면 세계에서 1등가는 기사란다.
 
  가까이 잔디축구장이 보였다. 그런데 팻말을 보니 여기서는 蹴球(축구)를 足球(족구)라 했다. 아쉽게도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홍구공원(사실상 루쉰공원으로 조성된 곳)은 출입문이 닫혀있었다. 눈이 많이 쌓여 열 수가 없다는 것. 가이드는 차질이 생긴 걸 만회라도 하듯 상해 자랑을 열나게 열거했다. 대뜸 88층에 달하는 동방명주타워는 아주 1위, 세계 3위에 해당하는데 알고 있느냐고, 드라마 ‘풀하우스’를 촬영한 곳이라고……. 이어 자문자답하기를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집이 평당 얼마냐고 묻더니 얼마 전 400평짜리 고급아파트가 162억에 팔렸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것도 2명이나 샀다면서. 그 말에 꿰맞춘 듯 일행이 탄 대형버스는 상해의 강남을 지나고 있었다. 그곳은 외탄거리. 55층짜리 오피스텔을 필두로 교통은행이 보였다. 나는 ‘교통’이라는 글자에 힌트를 얻어 상해교통대학을 가볼 수 있느냐고 떠봤다. 하지만 면학분위기를 위해 교문을 통제하는 당국의 조치로 힘들다는 거였다. 보상차원에서 던진 나의 제안은 수포로 돌아가고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은 건 필자였다. 갑자기 내 정체가 궁금해진 터. 그 틈새를 놓칠세라 슬그머니 직업을 떠보는 이가 있었다. 사촌들을 대동한 팀장이었는데 화제를 살짝 돌려 자제를 유학시킬 생각이냐고 되물어왔다. 곱은 손을 놀려 끊임없이 메모하는 건 따로 묻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어쨌거나 그와 나는 서로 동떨어진 관심사로 인해 더 이상 친해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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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저나 오늘 방문지는 항저우(杭州, Hang-chou). 문제는 50년 만에 내린 폭설로 인해 그 일대 도로 중 일부가 아직도 막혀있다는 정보. 가이드는 여기저기 연락을 취하더니 아무래도 항주는 무리라며 다른 제안을 해왔다. 눈길을 오가는 데 시간을 허비할 바에야 다른 데로 대체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판단이었다. 충분한 일리가 있었다. 일행의 대표끼리 상의해서 답을 달라고 했다. 길게 갈 것도 없이 쉽사리 결론을 냈다. 군인 45만 명을 동원해 밤낮으로 치웠다지만 역부족인 걸 어쩌랴. 발 빠른 상해 시내 역시 그늘진 곳은 차도 사람도 거북이 걸음이었다. 심란한 마음에 시선을 각종 건조물로 돌렸다. 도금기술은 북경보다 상해가 뒤떨어져 보였다. 구석구석 말끔한 품도 베이징이 한 수 위. 버스가 접어든 큰길은 ‘서장남로’였다. 여기는 바닥이 거지반 녹은 상태였다. 나는 특유의 장난기를 발동했다. 북경 가이드 모씨를 아느냐고 물었다. 잘 안다는 말에 “착하고 예쁘지 않아요? 신붓감으로 훌륭하지 않느냐고요!”라고 물으니 멋쩍게 웃으며 넘기기를, ‘현실적으로 활동하는 지역이 다르고 그녀도 자신의 세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꼬리를 흐렸다. 일행들이 합세해 사랑은 국경도 없다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지만 소이부답(笑而不答). 결국 여자 쪽으로 너무 기우는데다가 별반 혼인 생각이 없어 보여 이내 거둬들이고 말았다.
 

■ 프로필
 
 국어를 가르치는 문인(수필가: 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시인: 창조문학 천료), 교사로서 신앙산문집, 수필집, 시조집, 시편집, 기행집 등의 문집을 펴냄.
- 블로그 - “조하식의 즐거운 집”
http://blog.naver.com/johash
- <평택자치신문> “세상사는 이야기” 10년째 연재 중
 
※ 다음호(500호)에는 중국 상하이 기행록 세 번째 이야기 ‘임시정부 청사에 서서’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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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상해의 포효 ‘눈으로 뒤덮인 도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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