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8(목)
 
시가 있는 풍경.jpg
 
권혁재 시인
 
 
롯지에서 잠을 뒤척이다
오래전 타인이 흘린
고독의 냄새를 맡았다
마르지 않은 물방울로 적신 고독 한 조각을
해발 이천 미터 울레리에 올라
하룻밤 불면으로 더 재여 놓았다
잠 설치는 고독을 눈으로 덮고
어둠을 조금씩 덜어낸 마차푸차레
사람의 얼굴모습으로 선승처럼
밀경을 펼친 안나푸르나줄기에 들어앉아
체증으로 얹힌 고독의 한쪽을
맨밥 쓸어내리듯 천천히 먹었다
마차푸차레의 얼음 덩어리가 뚝 끊어져
거대한 짐승으로 흘러내리는 그믐 무렵
고독을 몰며 층층계단으로 올라가는
마바리꾼이 되어서라도
천 년의 길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불 꺼진 외딴집에서 아기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밤이면
말없이 들어와 눕는
고독 한쪽을 가만히 안아주었다.
 

■ 작가 프로필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집 <투명인간> <고흐의 사람들>외 저서 <이기적인 시와 이기적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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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고독의 한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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