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자연생태계 복원을 위한 생태통로 보행자들에게 자리 뺏겨
 
시 관련부서 점검사항 잘 분석해 생태통로 개선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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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장·지역생태연구가)
 
 개나리와 왕벚나무의 꽃이 흐드러지게 피던 지난 4월 10일 야생동물을 위한 생태통로의 기능을 확인키 위해 경기도, 평택시 담당자와 함께 국립한국복지대학에서 남부전원교회 방향의 삼남로 중 장안동 산1-1, 지산동 산43-1 두 곳에 조성된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점검을 실시하였다.
 
 환경부에서 발간한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야생동물 이동통로라고도 불렸던 생태통로는 ‘도로 및 철도 등에 의하여 단절된 생태계의 연결 및 야생동물의 이동을 위한 인공 구조물’로, 자연환경보전법 제2조에서는 “도로·댐·수중보·하구언 등으로 인하여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단절되거나 훼손 또는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고, 야생동·식물의 이동을 돕기 위하여 설치되는 인공구조물·식생 등의 생태적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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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산동 산43-1에 위치한 생태통로
 
 우리가 살고 있는 평택은 전국에서도 가장 개발호재가 많은 곳이라고들 한다. 특히 부동산을 중심으로 투자 컨설팅 전문 업체에서 내는 광고의 내용만을 보더라도 고덕 국제신도시, 미군기지, 평택항 등 3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위 산업단지, 브레인시티, 서해선 개발, 소사벌지구 등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이며, ‘대한민국의 부동산의 핫 플레이스는 평택’이라는 내용을 담은 전단지를 거침없이 뿌리고 있듯이 많은 개발사업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생태통로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개발이 있는 곳에 생태계 단절이 있다. 환경부 발간의 생태통로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생태계 단절 또는 파편화는 하나의 생태계가 여러 개의 작고 고립된 생태계로 분할되는 현상으로서, 여러 형태의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도로와 철도 등의 전형적인 개발 행위가 생태계를 서로 단절 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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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통로 역할을 잃어버린 장안동 산1-1의 생태통로
 
 생물의 서식지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나있는 큰 도로로 인하여 녹지축이 끊어짐은 물론이고 생태계 단절로 인해 수없이 많은 동물들이 이동할 길이 없어짐에 따라 작은 생태섬(ecological island)으로 남게 되어 생물종간의 유전적 다양성은 차단되고, 이동본능에 따라 번식지 혹은 서식지로 가려는 수없이 많은 동물들은 도로를 급하게 오가는 운송수단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로드킬(동물 교통사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를 최소화하고 자연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방안이 바로 생태통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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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해 생태통로 주변에 버려진 서양측백나무
 
 전반적인 생태통로 점검을 통해 사후 모니터링의 미실시로부터 생태통로와 보행통로 사이의 식재를 통한 차폐물의 부재, 주변 식생을 고려한 인위적인 식재의 고려, 군사 훈련 목적의 시설물 제거, 주변 동물의 모니터링을 위한 무인감시카메라 또는 모래 족적판 미설치 등에 이르기까지 여러 지적 사항이 있었지만 이들 모두를 능가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산책로가 따로 있음에도 동물들이 이용해야 할 생태통로를 보행자가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생태통로 본연의 역할을 잃어버린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생태계 단절로 인하여 동물들만이 이용하라고 조성된 생태통로에 잡초하나 없이 흙바닥에 매끈한 보행길이 생겨났고, 더 나아가 “이 길은 동물들에게 양보하세요” 등의 보행길로 유도하는 안내판 하나 없음으로 인해 보행자들은 데크로 조성된 산책로와 흙 상태로 유지된 생태통로를 취향에 맞게 자의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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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한 장안동 산 1-1의 생태통로
 
 물론 장안동 산1-1, 지산동 산43-1 등 삼남로에 조성된 생태통로의 경우 야생동물이 도로로 침입하여 발생하는 로드킬을 방지하거나 생태통로까지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해 설치하는 철망 구조물이 있어 어느 정도는 야생동물의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해도 생태통로에 결정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 한 이를 모른척하고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평택시 관련부서에서는 점검사항을 잘 분석하여 현장점검 결과가 잘 반영된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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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태통로 구간 중 자리를 잡은 군 관련 시설물    
 
 어느 날 갑자기 소중한 집터를 잃어버리고 낯설기만 한 도로에서 방황하며 처참하게 죽어가고 있는 이 땅의 약자이자 말 못하는 동물들의 수가 해마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와 비명을 언제까지고 모른척할 수 있으며, 생태통로라는 구조물의 조성 하나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넘겨버리고 싶은 우리 모두는 과연 언제까지 공동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생명존중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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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자연생태계의 복원을 위한 야생동물 생태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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