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조하식(한광고 교사, 수필가·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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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들른 데는 ‘강남중앙침례교회 수양관’. 이곳 담임목사의 강의를 벨캠프(성경적 교육실천운동)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만만찮은 길을 가까스로 찾아들어가 둘러보니 웬만한 기도원과는 비교 불가한 규모. 직원 몇 명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었다. 때마침 전국 사모 세미나를 열고 있었다. 17만 평의 산지 위에 세운 건물들은 보기보다 허름했다. 교회 출범 초기의 건조물인지 소박하게 꾸민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하지만 여러 군데 오솔길이며 산책길에서 만난 넓은 공지를 보니 앞으로 들어설 게 많아 보였다. 무엇이든 외양을 보고 평가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지만 방문객이 불편해 하거나 기초의 부실함이 눈에 거슬려 짐짓 짚고 가려는 말이다. 이는 세월이 흘러 나타나는 순차적 노후함과는 다른 차원이다. 어쨌든 가슴 한편에 남아있던 궁금증을 얼마큼은 해소했다.
 
  거기서 어렵사리 찾아간 곳은 ‘아침고요수목원’. 기대가 퍽 컸다. 이정표가 들쭉날쭉하더니 들어가는 길목에서 공사가 한창이었다. 평일인데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차량 행렬. 주말엔 오전 10시 전 만차라고 했다. 역사관을 거쳐 전망대에 오르니 온갖 꽃들이 길손들을 반겼다. 전체적으로 대자연의 곡선을 최대한 살리려 애쓴 점은 평가할 만하나 부분적으로는 조잡한 감을 지우기 어려웠다. 잘라 말해 정교함이 모자란 정원의 갖가지 꽃들. 공원이란 모름지기 인공과 천연이 절묘하게 어우러져야 그 가치가 돋보이는 법이거늘, 전문가적 식견이 자칫 수지타산으로 치우쳐 섬세한 손길을 외면하고 있다면 안타까운 노릇이다. 제아무리 꼼꼼히 살펴본들 조직을 떠받치는 직원들이 안 보였다. 기껏 일당을 주고 부리는 아줌마들이 운영의 주축을 이룬다면 들판에 피어나는 야생화들이며 야산에 자라나는 수목들이 오롯이 자리를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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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소요소마다 들어찬 장사치들의 매서운 눈매. 부담스럽게 초장부터 끝장까지 많이도 세워놓았다. 잘 지어진 몇 채의 기와집과 초가집에서 파는 찻잔이며 주류는 그래도 나은 편. 각종 판매점이랑 레스토랑 같은 너저분한 가게들은 사글세를 얼마씩이나 낼까? 요식업소들은 한산한데 정자나 벤치는 붐벼서 뱉는 말이다. 그나마 돋보이는 데라면 들어올 때 들른 역사관. 초창기부터 오늘날까지의 험난했던 도정을 일목요연하게 꾸며놓았다. 다만 자화자찬으로 기운 부분은 얼른 빼버리는 게 되레 떳떳할 터. 모든 게 그렇듯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금전이냐 자유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영리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정신은 운영자의 마음(mind)에 달렸다고 본다.
 
  산 중턱에 나무를 깎아 십자가를 세웠다. 골고다의 고난을 상징한 듯했다. 모리야 제단으로 명명한 바윗돌도 보였다. 그러나 주인장은 제7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였다. 여기에는 생명이 없다. 안식일 자체를 특정하거니와 재림 전 심판, 영혼 멸절을 주장하는 등 예수님의 신성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곧 하나님이시다. 창설자가 삼육대학교에 재직했던 장로라는 정보는 역사관에서 봤다. 그런데 그 장본인을 바로 코앞에서 만났다. 크게 넓지 않은 곳을 빠짐없이 보고 나오는 길에서 사진과 같은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소감은 역시나였다. 낯빛이 퍽 어두웠다. 피로와 거만으로 찌든 모습. 하긴 엄청난 수입금을 재투자하고 바람직한 고용을 창출하는 자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여유로운 표정이 있을 리 만무했다. 올바로 쓰이지 못하는 치부란 얼마 가지 않아 썩어버릴 탐욕에 불과한 걸 왜들 모를까? 정리하면 다소 야박하지만 소문난 잔치에는 맛있는 먹을거리가 없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아내와의 동행은 마냥 행복하다. 지도를 보니 ‘가평 꽃동네’가 멀지 않았다. 길가에 말로만 듣던 ‘수도기계화사단’이 있었다. 지금도 그 높은 악명을 증명하려는지 귀찮을 만치 검문이 잦았다. 물론 무사통과하긴 하지만 외지인으로서는 짜증날 일이었다. 여기 꽃동네는 음성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대지나 건물의 위용을 보건대 대단한 기증자가 나타난 듯하다. 그리 짐작하는 순간 준공기념비가 나타났다. 아닌 게 아니라 진로그룹의 장진호 회장이었다. 한때 부도 위기에 내몰려 뼈아픈 진통을 겪었던…….
 

■ 프로필
 
- 수필가(한맥문학 천료), 시조시인, 시인(창조문학 천료)
- 본보에 ‘세상사는 이야기’ 9년째 연재 중
- 신앙산문집 <주님과 동행한 오솔길> <생각만큼 보이는 세상>
- 시조집 <손기척 knock>
- 수필집 <수필은 나의 벗>
- 기행집 <글로 남긴 지구촌 기행 1>
- 블로그
http://blog.naver.com/johash
 
※ 다음호(495호)에는 ‘늦봄 보내기’ 세 번째 이야기 ‘육지를 껴안은 남이섬’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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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늦봄 보내기 ‘아침고요 수목원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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