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배추흰나비, 큰줄흰나비, 갈구리나비’ 봄에 만날 수 있어
 
평택 산과 들녘, 소풍정원·배다리공원에 흰나비과 나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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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만제(경기남부생태교육연구소장·지역생태연구가)
 
 세계적 곤충보존생물학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의 24절기 생물 노트를 보면, 옛날 어르신들은 “빨간 나비가 날아다니면 아직 봄이 안 온 것이고, 흰 나비가 날면 진짜 봄이 온 것”이란 내용의 글이 있다.
 
 인용 글에서 옛 어르신들의 관찰력에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표현 중의 빨간 나비란 알이나 애벌레 혹은 번데기에서 출현한 나비가 아닌 성체로 혹독한 겨울을 난 네발나비, 뿔나비, 큰멋쟁이나비 정도를 가리키는 것인데 몸 색깔이 전체적으로 붉은 색을 띠고 있으며, 완연한 봄이 오기 전일지라도 기후 조건만 맞으면 출현이 가능한 나비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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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갯버들을 찾은 네발나비과의 큰멋쟁이나비
 
 변온동물인 나비와 관련하여 흰나비과의 갈고리나비는 알로 겨울을 나고, 네발나비과의 홍점알락나비는 애벌레로 겨울을 나며, 호랑나비과의 꼬리명주나비는 번데기로 겨울을 난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반적인 패턴을 벗어나 어른벌레인 성체로 겨울을 나는 나비들도 있다. 이들은 알이나 애벌레 혹은 번데기 상태에서 나비가 되는 것과 비교한다면 이미 온전한 나비 상태로 겨울을 넘긴 것이기 때문에 이른 봄 한낮 기온이 5℃ 이상 올라가면 일시적이나마 활동이 가능하며, 주변을 배회하다 사람들의 눈에 띠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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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하순에 성체로 겨울을 난 네발나비과의 뿔나비
 
 “빨간 나비가 날아다니면 아직 봄이 안 온 것이다” 우리 주변의 나비 중에 큰주홍부전나비와 작은주홍부전나비, 들신선나비 등 붉은색 날개를 지니고 있는 나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출현하는 시기가 봄이 아니기에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의 점무늬가 있는 네발나비, 짙은 황색으로 오렌지색의 큰 무늬가 있는 뿔나비, 검은색 바탕에 주황색 무늬와 몸 색깔이 붉은색을 띠고 있는 큰멋쟁이나비 등은 몸 색깔이 전체적으로 붉은색을 띠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옛 어르신들은 빨간 나비라 뭉뚱그려서 표현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옛 어르신들이 빨간 나비라고 불렀던 네발나비의 경우 주변 낙엽이나 덤불 밑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가 일시적으로 한 낮의 온도가 오르게 되면 잠시 겨울잠에서 깨어나게 된다. 우리고장에서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된 조사 자료와 사진 자료를 근거로 10여 년 전부터 이들의 출현 시기를 확인해 보면 상당수가 3월 초순에서 하순 사이에 모습을 보였고, 2월 하순에 서둘러 출현한 경우도 여럿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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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하순에 서둘러 출현한 네발나비과의 네발나비
 
 완연한 봄이다. 덕동산마을숲의 매화나무로부터 시작하여 생강나무, 개나리, 진달래를 걸쳐 지금은 배다리마을숲의 조팝나무와 산벚나무, 콩배나무, 비목나무까지 꽃을 내고 있을 정도로 봄의 한 가운데까지 깊게 들어와 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알로 애벌레로 번데기로 어른벌레로 각각 적응을 해가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가려 사는 곤충 생활사는 서로간의 쓸모없는 경쟁을 피하려는 진화된 생존전략이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오랜 시간과 세월을 통해 우리 인간이 그러했듯이 벌레라고 치부했던 수없이 많은 곤충들 또한 우리와 차이가 있었을지라도 나름 생태계의 일환으로 스스로의 자리를 지켜 나가는 능력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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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한 4월에 출현한 흰나비과의 갈구리나비
 
 빨간 나비가 날아다닌다는 것은 아직 봄이 안 온 것이다. 옛날 어르신들의 “흰 나비가 날면 진짜 봄이 온 것”이란 표현은 아무리 돌려보아도 적절한 표현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이 세상을 지배한다고는 해도 봄 같은 봄은 3월보다는 4월이 맞다. 배추흰나비와 큰줄흰나비 그리고 갈구리나비 등의 흰나비과 친구들은 옛 어른들의 표현대로라면 완연한 봄이 왔을 때라야 만날 수 있는 나비인데, 지금 이 친구들이 우리고장의 산과 들녘은 물론이고 가까운 소풍정원이나 모산골근린공원, 배다리생태공원 등지에도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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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연한 4월에 출현한 흰나비과의 노랑나비    
 
 그동안 따뜻한 봄 날씨였지만 이번 주는 지역에 따라 때 이른 초여름 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봄 같은 봄만을 기다려 왔던 자연 생태계의 수많은 생명들이 조금은 더 여유를 갖고 종족보전의 욕구를 잘 채울 수 있는 포근한 봄날이 조금은 더 이어지기를 바래본다.
 
★자치돌이★ 기자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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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제의 평택의 자연] 흰나비가 날아야 진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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